언제 태풍(미탁)이 오고 간건지 얄밉게도 하늘은 완전히 시치미를 떼고 있다.
폭우로 뜰앞이 범람하고 배수구에 토사가 막혀 배수가 제대로 되지않아 역류된 물이
밭둑 아래로 쏟아지면서 굴착기로 다진 배수로 돌무더기가 파헤쳐져 아래 밭에서 나딩군다.
언제나 가을 태풍은 수확기를 앞둔 농심을 멍들게 하고 덜 가진자에게 늘 고통과 큰상처를 안겨준다.
항상 느끼지만 자연의 힘앞에는 우리 인간이 한없이 초라하고 나약함을 ...
강한 폭풍우에도 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제자리를 지키고
2년차 완전초보 농부의 두번째 배추심기 역시 무농약으로 시작했다
주변 밭둑들은 수차례 제초제로 벌거숭이로 만들어 아마 이번 폭우로 흙이 많이 유실 되었을것이다.
필자는 8번의 예초로 정말 땀깨나 쏟았다.
바람이 겉이파리에 상채기를 내었으나 그래도 정신 바짝 차려준게 고맙다.
울 나라 토종인 푸른콩(지금은 제주 푸른콩 국제슬로푸드협회 맛의 방주 등재)도 제법 열매를 달고
고구마도 튼실하게 뿌리를 내려 맛 또한 일품이다.
3번의 태풍에도 명상의 숲(치유)조성에 식재한 (편백)도 별 탈없이 굳건히 서서
하늘을 향해 키재기를 한다.
우리 나이때는 묘목을 식재하면 숲보기가 어려우니 큰 나무를 심어라는 은퇴한 친구들의
득달에 6-7년생을 식재했더니 나무 살리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내가 못 느끼고 가면 우리 아이들이 느끼고 아버지를 추억할건데 ...
미탁은 한반도에 상채기를 남기고 갔지만
연화산 시루봉은 파란 가을하늘에 닿아 구름과 입맞춤 한다
올해는 내가 처음 이곳을 지나다 반한 그 해 본 가을처럼 만산홍엽을 피워줄건지 기대에 가슴이 설렌다.
고운 단풍 불꽃처럼 타면 추억 묻은 친구들 다시 불러모아 박주라도 나눠야겠다.
황금들녘
논둑 새품은 여름을 부지런히 밀어내더니 가을 맞이에 도열해 있다.
다시 깊은 가을속으로 떠날 채비에 가슴이 떨리는것은 아직 다 만나지 못한 그리움 때문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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