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당에도 그리고 주변 학남산, 연화산 시루봉자락에도 가을이 천천히 내려 앉고 있다
부산에 터 잡아 사는 무던히도 그립던 아우가 청향당 초가을 첫손님이 되었다.
지독히 더웠던 여름을 밀어낸 가을처럼 아우의 방문은 여러해 동안 만나지 못한 보고픔이
날마다 익어가는 필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인생 그렇게 길지도 않은데 사는게 뭔지 이제는 자주 만나 추억속으로 자주가자는 얘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은 나이탓일까?
장송 저편으로 해가 뉘엿거릴 즈음 아우는 일어섰다
몇번이고 하루밤 유하고 갈것을 사정 하였으나 다음날 외국 바이어와의 미팅으로 별수없이 가야 한다기에
부랴부랴 고구마 몇개 파서 들려 보내놓고 돌아서니 아뿔사 수확하여 말려 걸어놓은 마늘 한접도 보낼건데
아쉬운 마음에 생각마져 잊어 버렸으니 후회가 가슴을 친다.
성격에 다시 전화하여 돌아오라해도 다음에 오면 달라고 할것이 뻔해 그날밤 일 많이 하지말고 휴(休)하면서
지내라는 문자에 답장으로 대신 전하고 ...
그렇게 무리지어 유희하던 반디불이가 어제 밤부터 보이지 않는다.
찬바람이 제법 냉기를 느낄 정도로 밤기온이 떨어져 이들이 여름과 함께 사라진걸까?
이미 마른 풀냄새도 나고 귀뚜리 처량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으니 더는 버틸 재간이 없을것이다.
푸른 숲 위로 태양은 그리도 작열하더니 이제 청향당 주변엔 붉은 기운이 솟고있다.
김해아우도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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