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이 흐른다.
고요한 좁은길을 따라가다 닿은곳
뜰 옆 백일홍은 그 빛나는 100일을 다한 듯 붉은 망울 서너 개 달고 길손을 맞는다.
거친 삶 보듬어 쉬게 할 듯 열화정은 먼 곳을 달려온 나그네에게 누마루를 내어 놓으며 휘어진 이야기,
캄캄한 이야기, 그리고 두렵고 지친 이야기를 나눠 보잔다.
노을이 외로움과 그리움을 품듯이 정자 아래 조용히 자리한 연못은 또 하나의 인연을 각인시키듯 투영한 그림자를 띄운다.
조선 헌종11년에 이진만이 후학을 위해 세운 이 정자가 '기쁘게 이야기하자'는 열화정이다.
중국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온 것으로 일가친척간의 우애와 화목을 강조하는 말, 이진만의 손자 이방희는 당대의 석학 이건창 등과 학문을 논하고 한말의 의병 이관희. 이양래. 이웅래 등을 배출한 곳이란다.
앞면 4칸 옆면 2칸으로 ㄱ자형의 누마루 집, 집의 구성은 가로 칸 가운데 2칸에 방이 상. 하로 있고 세로 칸은 누마루가 있다.
방의 앞.뒤 누마루가 있으며 아랫방 뒤는 골방이고 방 아래쪽은 불을 지피기 위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 와서 어느 방송사의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일부 촬영지란 걸 방문한 사람들로 들었다.
봇재 아래 수많은 길손들과 사진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아름답던 차밭은 인력이 부족해서인지 예전 선명한 이랑은 온갖 잡초들로 그 명성이 퇴색해졌다.
왕복 220여km 뜀박질하듯 보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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