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하게 부는 바람을 따라가다 보면 가을은 청초하게 자리를 잡고 길손들을 보듬는다.
꿈꾸는 것들이 하나하나 행복을 만들듯 여행은 행복과 평온 그리고 여유의 향기를 만끽하게 하는 게 아닐까?
여행은 사랑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추억을 묻히는가 하면 내면의 불꽃을 태워 미지의 세계로 데려다준다.
떠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무한의 감정들 그것이 여행이고 특히 그것들을 한 개 한 개씩 담는 게 바로 사진여행이다.
사진여행은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있고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는 수단이고 장치인 셈이다.
자! 오늘은 가을 바다향이 거침없이 코끝을 자극하는 남해바다를 안 고사는 삼천포와 남해 앵강만의 다숲을 향해간다.
새품(억새) 간간이 드러눕게 하는 바람은 저녁노을이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실안해변을 건드리고 있다.
실안 노을길은 젊은 연인들에게만 가을 추억을 만들기에 최적화가 된 곳이 아니라 노년의 삶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필자 또래의 사람들에게도 위안과 의지를 새롭게 갖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예전 사진 입문 시 수도 없이 노을을 찍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노을을 배경으로 긴 머리 해풍에 날리며 낯선 여인이 불어주던 애잔한 색소폰 소리는 이곳에 서면 지금도 귓가에 은은하게 들린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놓인 창선 남해대교는 사천시와 남해군을 연결하는 세상 아름다운 다리다.
60여 년 전 여객선을 놓쳐 창선 장포 외가를 외삼촌의 황포돛배를 타고 가던 중 늑도 초양도 모개도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으면 남해는 섬 속의 육지 육지 속의 섬으로 될 것인데라고 하시던 바람이 외삼촌 세상 떠나신 후 1995년 2월에 역사적인 교량 착공에 들어가 2003년 4월에 정말 꿈같은 현실이 눈앞에 펼쳐져 새로운 남해안 시대의 주역이 되어 오늘도 사람들을 열심히 데려다준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다랭이마을과 호구산 설흘산을 가면서 먼발치에서 눈으로만 자주 만났던 앵강만의 앵강다숲을 가본다. 400여 년 전 강한 해풍을 막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로 조성한 방풍림이 해풍보다 더 거칠고 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後
에 이렇게 힐링의 숲이 되어 병든 마음을 내려놓을 줄이야 , 한때는 무장간첩들을 핑계로 군부대가 점거해 금단의 지역으로 철망에 갇혀있다가 국민여가 야영장으로 다시 태어나 남파랑길. 남해바래길의 정류장도 되었다.
며칠 전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 탓에 그 규모는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숲과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은 아름답다.
잔잔한 앵강만에도 가을은 하늘과 바다를 파아랗게 적시고 있다.
은빛 모래가 일품인 남해 상주 해변 가을은 옥빛 바다를 유영하며 섬 끝을 휘젓고 있다.
70년대 군 복무 때 첫 휴가를 위로해준다며 친구들과 함께했던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 후 비단을 온산에 두르게 한 錦山산행 후 하산하여 목을 적신 식당에서 계산하고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 지갑을 놓고 온 줄 모르고 상주 해변에서 다시 즐겁게 먹고 마신 후 계산을 하려던 친구의 사색된 얼굴 "아이고 금산 밑 식당에 지갑을 놓고 왔어" 친구와 나는 단숨에 그 먼 신작로 자갈길을 달려갔지만 돈 한 푼이 금쪽같이 귀하던 그 시절에 지갑이 있을 리 만무, 허지만 상주 해변의 아름다운 아주머니는 자기 아들도 며칠 후 입대한다며 필자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면 당신 집으로 전신환을 보내라며 주소를 쥐어주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셨던 그분 아마 이젠 별이 되어 상주 해변을 비추고 있겠지.
다시 언약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맹세하며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자고
가진 게 부족해도 慾없이 이대로만 살자고
수백 년 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 그리고 고기를 모이게 한 남해 삼동면 물건리 물건 방조어부림 앞 방파제에도 눈부신 가을이 잔잔한 물살에 발을 담근다. 초승달로 혹은 여인의 허리모냥세를 한 숲은 드센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그 바람으로 생기는 해일과 염해 조수를 막으며 초록의 숲 빛이 고기떼를 모은 방조어부림은 매년 음력 10월 15일 마을의 평안을 위해 제사를 지낸단다.
이곳 물건리의 새해 일출도 소문나 여행객 사진가로 붐빈다.
정신없이 떠 있는 부포와 공사의 굉음이 다소 귀를 어지럽게 하지만 독일마을을 만들고 평온하던 어촌마을은 富의 상징인 별장에 펜션 그 외 것들로 요란해졌다.
다시 일상으로 갈 시간
70여 개의 섬과 300여 km의 해안선을 갖고 보물처럼 둥둥 떠 있는 남해
필자의 외가도 남해
울 아이들의 외가도 남해.
산이 높으면 명산의 반열에 오르듯 섬이 깊은 심성을 가지면 명섬(島)이 아닐까?
이후 나는 또 어디에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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