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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나들이

바람 휘감아 도는 간월재 가을

억새들이 긴 그리움을 품은 간월재에 안개가 휘감아 돌아나간다.

낙동정맥길(2005년 11월 27일 영축산-신불산-간월재-간월산-배내기재)에서 처음 간월재를 만난 후 17년 만에 이 자리에 섰다.  흐른 세월에 산도 변하고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평원엔 라면을 파는 휴게소와 울주군 시설공단이 들어섰고 대자연속에서 바람과 비. 안개와 구름과 부대끼며 자라던 억새는 인공비료 살포로 웃자라 억새는 갈대로 변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혼란스럽다.

사랑은 조건없이 준다고 하는데 날씨는 먼길 달려 십수 년 만에 찾아온 필자에게 하늘은 한줄기 빛도 주지 않아 애를 태운다. 능선에는 가을이 몸을 맡기고 있다. 숨가쁘게 익어가는 세월처럼......

 

삐거덕 하늘문이 잠시 열렸다

은빛의 억새평원이 눈을 뿌려놓은듯 바람에 스러진다

장관이 펼쳐졌다

안개는 바람에 사라졌고 억새는 숨을 몰아쉰다

 

 

기다린 보람일까

안개를 걷어낸 언덕배기에 억새들의 춤사위가 펼쳐진다

새벽이슬에 들꽃이 피듯

바람과 안개에 새품은 흐느적 거리다 또 스러진다

 

 

그리움에 취해 해묵은 정맥길의 추억을 떠올리다 

돌아갈 먼길 생각에 걸망을 다시 메고 일어선다

깊은 맛

산 한 자락에 바람과 벗하는 억새는 수만 가지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이 가을을 진하게 익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