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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나들이

산동의 봄, 내 기억속 봄은 아니다

 

지금 막 진한 홍매紅梅를 밀어 두고 마음에 여유를 찾아 노랑물결이 온 사방에 일렁이는 산동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더 이상 하늘이 열릴 기색이 보이지 않아 사성암이나 들렸다 귀가하려다 길게 새벽을 달려온 게 아쉬워 세련된 노란색이 아니어도 고향같이 정겹던 돌담이라도 만나려 간다.

내친김에 600여 년의 고매古梅가 있는 고찰 선암사도 들려 홍매와 들매의 안녕을 보고 싶다.     

 

 

 

돌담은 옛 모습이 남아 있지만 반곡계곡은 수시로 변해 이젠 기억 속 모습은 사라져 가는 게 아쉽고 그립다

흐드러지게 꽃만 피면 대수일까?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은 앓았지만 꾸밈이 없었던 그 모습이 산동의 모습인걸...

  

 

봄몸을 푼 계곡엔 봄물이 흐르고 주말이 아닌데도 시끌벅적 한 인파의 목소리는 계곡을 돌아나간다

꽃 앞 다퉈 피는 봄이라지만 날씨는 아직 춥다

세월 따라 움직이며 변해가는 모습이 길손에게는 낯설고 안타깝다

십수 년 전 봄이면 망설임 없이 달려온 이 길이 개발의 굉음에 다듬어져 길손의 마음은 송곳 끝 같은 심정이 된다.

 

 

 

편하면 그만이다 생각하면 될 것을 굳이 내색하는 자신이 오늘따라 밉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마음속 아름다움은 없지만 그래도 객客들은 전국에서 몰려들어 새봄을 만끽하며 또 희망을 노래하지 않을까?  참고로 요즘 대부분의 지자체는 소득 창출을 기본으로 해 예스러움을 찾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건 오랜 직장생활로 다 아는 사실이다

 

 

모든 게 그렇다 

사진을 비교하면 더 그렇다

인간의 발길이 수백 수천번 닿으면 본래의 모습은 사라진다는 것을...

실예로 최근 출렁다리가 놓인 옥정호의 붕어섬만 해도 그렇다 수년 전 사진 속 그 아름다운 아니 환상적인 노부부의 육지 속 섬은 이제 사람들의 발길로 본래의 모습은 내 기억 속에만 둥둥 떠 다닐 것이다

서둘려 선암사를 간다 

 

 

사진가 雲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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