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꿈을 찾을 일도
황금을 좇을 일도 없다
세상과 부대끼고 삶의 가치를 나름 느끼며 살았으니 인생의 목표치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그런대로 무의미하지 않게 세월을 따라왔다.
간혹 만나는 벗들은 흐르는 세월이 너무 빠르게 간다고 얼굴에 미련이 보이지만 필자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그냥 시간 따라가는 것 같다.
장마로 연일 습도가 높아 집안에서 축 늘어진 일상보다는 어디론가 떠나는 게 나을 것 같아 몇 곳을 궁리하다가 몸도 마음도힐링이 되는 계곡산책길로 나섰다.
눈까지 맑게 하는 원시계곡의 초록은 실루엣 같은 안개를 걷어내며 더 깊이 농밀한 곳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장대한 폭포는 없지만 부족함 없는 소폭들이 나름 계곡을 거슬려 오르는 묘미를 준다.
아직 이곳은 무서운 사람들의 발이 들어오지 않아 원시 그대로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곳
그래서 지명은 생략한다.
한기와 고요함이 전신을 오싹하게 하고 큰돌에 앉아 물멍에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는지 사색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여름꽃 하늘나리도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이 벌써 가을을 그리워하는 듯해
밤마다 섬돌밑에서 애타게 우는 풀벌레 소리가 어느덧 우리들 창가에 오고있다.
내 등을 미는 보이지 않는 손, 뒤돌아서서 서어나무 흰 잔등에 얼굴을 묻었다
잔잎 술렁거리며 그림자를 잘게 부쉈다
몸 위에 수북이 쌓이는 서어나무 속말을 어쩌지 못하고
몸 구부려서 꽃잔을 만들었다
꽃잔을 감싸 안는 따스한 그림자
아
원추리꽃 너머로
아슴하게
보이는
지금도 詩語를 찾아 무던히도 발품을 파고 있을 김경성 시인의 노고단 가는길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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