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리 하동포구에도 가을은 오고...
가을이 오고 있었다.
물빛고운 섬진강에도 이른 아침 잔잔한 강물위로 남정네와 아낙이 내리는 은빛 낚시바늘엔 오늘도
민초들의 고달픈 삶이 메달려 세길 물속에서 유희한다.물빛은 어느새 가을색으로 변했다.
섬진강! 어머니의 너른 가슴같은 섬진강은 지리의 능선을 붙잡으며 내려온 성제봉의 발목을 담구며
악양벌 영글어가는 이삭들과 함께 2005년 가을을 만들며 남해로 남해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영.호남 화합의 다리 밑으론 늦은 휴가를 보낼려는 가족들이 은빛 물살에 낚시줄을 드리며 웃음을
건지는지 드센 물살에 구르는 조약돌소리보다 더 경쾌함으로 아침을 행복하게 만들어 간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이 만나 저잣거리를 만들던 화개장터엔 이른 아침인데도 장꾼들과 장보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려져 마음들을 서로 팔고사며 바쁠것도 없는 햇배 실은 老農夫의 경운기에도
어김없이 이른 가을이 담겨져간다.
왁자지껄하던 십리벗꽃길 옆 계곡에는 흔적없이 모두들 떠나 여름내내 들리던 아이들의 된 목소리는
환청이 되어 맑은물과 함께 빠르게 떠내려간다. 의신으로 가는길도 그리고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던
대성골도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오늘은 물소리만 귓가에 퍼지고 산골 村老가 설치한 벌통엔
지리의 들꽃꿀을 품은 토종벌이 바쁜 비행으로 날개마져 쉴수가 없다.
가을의 꽃 억새뒤로 뭉개구름이 피어오르는 지리의 산릉들 구석진 작은계곡에 이끼품은 바위들 함초로히
가을 들꽃이 피어있는 벽소령산길. 기산들은 여름 끝자락을 밀어내는 들꽃 피어 더 아름다운 벽소령으로
여러분을 데려갑니다.
참고로 벽소령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45km에 달하는 지리산 종주 등반코스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고도가 가장 낮은 산령으로서 예로부터 화개골과 마천골 을 연결하는 고개로 유명하거니와 지금은 화개에서
마천까지 38km의 지리산 중앙부 남쪽과 북쪽을 연결하는 횡단 도로 구실을 한다.벽소령은 광대한 지리산
중심부의 허리처럼 잘룩한 고개로서 그 주위에 높고 푸른 산능들이 겹겹이 쌓여 유적한 산령을 이루고
있는곳으로 이곳에서 피어오르는 달 풍광은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다.
여름은 갔다. 모두들 가슴 한켠에 아름다운것 혹은 슬픔.그리고 필자처럼 폭풍속을 헤쳐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않은 추억들을 하나씩 상흔처럼 남겨놓고 그렇게 2005년 여름은 우리들 곁을 떠나갔다. 억새의 하늘거림이
더욱 아름다운것은 그리움피듯 뭉개구름이 있어서가 아닐련지...
물론 너무 어려운 시기를 오래 살다보니 계절이 변하는것 조차 모르고 살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달픈 일상이지만 어김없이 계절은 다시 모기장을 떼어낸 자리에 새문종이를 바르고
밤에는 베개 적시는 애잔한 귀뚜리의 소리를 들어야한다. 며칠전 최상층 대변인이 토론회에서 "갱제가
완전히 회복 되었다는 소리는 과연 시장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주부의 입장에서 한 소린지 가슴이 터질듯이
한심하고 답답했지만 그래도 여름은 어김없이 갔다.
그 양반들이야 고위직 연봉 받으니까 날일 4-5만원 받는 사람들 심정을 알겠냐마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애궂은 탤래비죤만 발길질 해도 어느새 가을은 우리네 마음 뜨락에 살포시 내려 앉았다.
망할넘의 추석이 낼 모레인데 주머니는 텅텅 비었으니 어디 도망이라도 갈곳이 있어면 숨는게 상책일진데
더도말고 덜도말고 보름달만 같아라는 큰 마음 하나 가지시고 그래도 가을오는 고향길 우리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부탁일진데 혹 집안이나 이웃 명퇴하신분 계시걸랑 농담이라도 "자네 요새 집에서 논다면서...
"라는 말 제발 하지 마세요 저 처럼 스트레스로 머리 다 빠져 또 다른 고민에 고통 받습니다.
풍요롭게 익어가는 고향 들판의 논둑길 혼자 걸어면서 예전 메뚜기 잡던 유년의 시절로 한번 돌아가 보십시요.
기산들은 또 다른 산길에서 여러분들께 가을 편지를 띄우겠습니다. /
가을오는 벽소령 빠알간 우체통 옆에서 기산들 올림
참 강릉에서 오신 지리산 종주팀들에게 필자가 아무것도 해드린게 없어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
먼곳까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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