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구간 (수망령-금원산-기백산-872.2봉-상비재-580.7봉-바래기휴게소)
2003. 4. 20. 날씨 비오다가 흐림
안개비가 한없이 원망스럽던 기백능선
간밤 밤새도록 빗줄기는 잠못들게 하고 결국 출발하는 시각까지 그치지않고 쉴새없이 내린다.
당초 4. 27. 제2구간을 타기로 하였으나 갑자기 일이생겨 1구간때 동행했던 시리.카카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시리는 서울 도봉산 산행계획을 취소하고 졸자와 동행하기로 하였고 김해
아우 새로 선임된 여호영 산행대장이 2구간 탐사길에 같이 가기로 하였으나 카카는 하동쪽에
일정이 잡혀 있다며 만약 그 계획이 변경되면 졸자와 종주하겠다 한다.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어 혼란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은 별 무리없이 진행될것
같아 마음은 가벼웠으나 일기가 받혀주지 않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졸자에게로 온 김해아우 베낭을 둘러메고 나가니 시리도 우산을 받혀들고 서있다.
3분쯤 있으니 산행대장이 찝차를 가지고 오므로 두사람 가다가 비옷 하나씩 사기로 하고 출발했다.
혹 북파앞에 카카 나와 있을까 하여 일행이 가보니 장대같이 내리는 빗속에 사람은 없다.
전번 제1구간때 8시에 출발하여 야간산행을 겪었던 우리는 오늘은 오전 7시에 출발하면 저번처럼
무리한 산행은 면할것이 라며 하산지점인 바래기 휴게소에 승용차를 주차하기 위해 일행이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엔 빗물만 흥건히 고여 있다 ( 8시 53분 도착)승용차에서 내려 산행대장의
찝차에 승차하여 용추계곡위 수망령을 올라가니 간밤 많은비로 계곡물이 많이 불어났다.
1주일새 올 여름 피서철 대목을 위해 집도 하나 지어져 있었고 가족끼리 합동으로 공사하던 계곡
다리도 한주일새 그 모양이 제법 갖춰져 있다.
용추계곡길은 포장공사를 하기위해 (월성까지)도로는 넓혀져 있으나 돌발과 웅덩이가 너무많아
찝차가 아니면 오르기가 매우 어려울뿐 아니라 비오는날 에는 특히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해야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전 9시30분 드디어 밤길 헤며며 하산한 수망령에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장대비는 안개비로 바뀌어 우리 일행은 기분좋게 금원산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떼어 놓았으나 이 안개비가 운무와 함께 온산을 뒤덮혀 3시간 30분을 헤메게 할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
수망령에서 금원산을 오르는 초입은 제법 가파르다.
한30여분 올랐을까. 김해 아우는 허기가 진단다. 그도 그럴것이 김해에서 5시에 한숟갈 먹은 아침식사가
이 시간이면 허기가 지는것은 당연한것 금원산 정상에 오르면 삶아온 계란과 탁배기 한사발로 요기를
채우자며 천천히 오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날씨만 좋으면 월봉산 남령을 보듬고 있는 덕유줄기가
산행의 피로를 풀어 줄수도 있겠지만 무심한 날씨는 3-4미터앞 시계도 흐리게 하니 그림같은
산행길이라던 졸자의 말발이 통 서지않는다. 새벽길 나선 두사람에게 미안함 마음만 자꾸든다.
세찬 바람에 손이 시리다. 서봉도 아직 봄은멀다 철쭉이 찬바람에 망울도 맺지 못하고 겨우
산버들개비가 보송보송한 털을 내밀고 있다. 드디어 금원산 정상(10시 26분)먼저간 산행대장(여호영)과
아이디 시리(김태균)는 금원산 휴양림에서 올라온 대구의 부부산꾼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늘 느끼지만 나이들면서 부부가 산길 동무되어 호젓한 능선을 타는 모습은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보다 아름답다. 특히 타는 저녁 노을빛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한장의 그림엽서다.
우리 일행은 탁배기와 단술(식혜)계란을 내어 놓았고 그쪽은 오랜지와 사과를 권한다.
갈길 바쁜 우리 일행은 급하게 사진 한장을 부탁하고 기백산을 향해 일어섰다. (10시51분)조망도 없는
정상은 세찬 바람만 불어 산길가는 사람 발걸음만 무겁게 하고 ...
날씨만 좋으면 정상에서 현승산.오두산도 조망되고 기백평전을 지나면 정말 그림같은 산행이련만 안개는
미운놈 떡하나 더 주는 심사인지 능선을 섬으로 만들고 양쪽 모두 거대한 바다로 만들어 우리 일행을
장님으로 만드니 바래기 휴게소로 찾아갈길이 너무도 아득하다.
누룩덤을 지나고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 조그만 헬기장을 지나 내려서니 산행대장과 시리가
임도를 가리킨다. 우리는 늘 느끼지만 힘겹게 정상을 향해온 사람앞에 고속도로와 같은 임도를 만나면
그 기분이 어떻든가. 하여간 임도의 끝인 공터를 지나 (11시 20분)봉우리를 넘자 바위가 보기좋게
얺혀 있으나 주변은 아무것도 볼수가 없다. 돌탑이 서있는 기백산 정상 (12시17분)진양기맥 종주기를
쓴 박성태님이 이 정상표지석의 생김을 보고 이 산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함양군에 쓴소리를 한것이
생각났다. 이 궂은 날씨에도 어느 산악회 인지는 몰라도 20여명이 올라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고
사진한장 부탁하여 부랴부랴 또 발길을 재촉했다. (12시 24분)
태균씨와 산행대장은 젊어서 그런지 잘도 간다. 안개속에서 보이는건 천길 낭떠러지다. 앞서간 산행대장
에게 무전으로 점심식사(13시14분)할 자리를 찾아 보라고 하자 조금만 더 내려 오란다. 10여분 내려가니
이미 두사람은 도시락을 풀었고 코펠에는 라면물이 끊고있다. 나는 잘 삶은 문어 안주에 김해에서 가져온
동동주 한잔을 마시니 허기가 일시에 가신다.
식사후 주변을 돌아보니 이곳은 키큰 진달래가 작은 꽃잎을 피우고 섰다. 다시 일어섰다.(14시04분)
시계가 흐리니 방향 감각이 없다며 지도를 다시 펴보던 선두 두사람 앞서가고 김해 아우와 졸자는
그 뒤를 따라 열심히 내려가고 있는데 가까이서 계곡물 소리가 들리고 한능선인줄 알고 쭈욱 내려가던
우리는 희미하게 저편에 또 하나의 능선이 있음을 알았고 앞서간 두사람이 길을 잘못 들었다며 올라온다.
(15시경)일순간 맥이 탁 풀린다. 오늘은 좀 수월하게 구간을 타겠구나 하던 생각이 일시에 무너지고 다시
기백산을 향해 올라야 하는 중압감에 갑자기 다리가 무거워지고 허리가 아파온다.
거의 능선을 다내려가 다시 산꼭대기로 회귀하는것은 고통 그 자체다. 누구의 잘못도 실수도 아니고 오직
날씨탓이다. 아니 잘못이 있다면 바로 졸자 때문이다. 비오는날 고집 부려가며 집에서 편안히 쉴 사람들
산으로 데리고 왔으니 ..... 힘겹게 봉우리를 넘고 넘어 앞서간 사람들 불러보니 조금만 더 올라 오란다.
희미한 안개속에 돌탑이 보이고 두사람이 서있다. "회장님 3시간30분 알바(아르바이트)하셨습니다.
라는 시리의 농담에 웃음이 난다. 아. 오늘도 산에서 무임금 아르바이트를 하다니 어떻게 이 옆을 지나
치면서 내려가는 저곳을 보지 못하였을까. 남은 소주 한잔씩을 나눠 마시고 미끄러운 비탈길을 비탈길을 내려간다.
<사진 위 아래>기백산을 향해 다시 오르는 김해 후배의 뒷모습이 무거워 보이고 날씨가 약간 개이다가
다시 안개가 뒤덮혀 그 이후에도 산길 몇번 헷갈리며 고행을 톡톡히 맛 보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졸자는
이런 제안을 하나 하고싶다. 앞서 종주하시는분들 종주리본 길 헷갈리는곳에 달아주면 초행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고생 하면서 오라는 의도인지는 몰라도 오늘처럼 안개로 시계가 희미할때는
조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아시는지 졸자는 이번 종주기간 분명히 길 헷갈리는곳에 우리 진양의 맥을
따라 오시는 분들을 위해 300여개의 리본을 달 예정임 기백산 정상밑 바위 위 돌탑에서 맞은편으로 내려
서야 상비재로 간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졸자 일행이 3시간여를 헤메다온 용추계곡으로 가는 능선길
(추정. 안개로 분감 못하니까)이다. 군데군데 헬기장을 만났고 뚜렷하게 길이있다는 종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희미하다. 비 그치고 안개 뒤덮혀 아무것도 볼수가 없고 간간히 보이는 리본을 따라 가지만
어떤것은 너무 오래되어 빛이발해 기맥길인지 일반 등산로인지를 구별 할수가 없다.
알바를 오래한 탓에 오늘도 야간 산행이 되지않을까 걱정하면서 마지막 헬기장(18시19분)에서 어디로
갈지를 몰라 망설이다가 직진해 보니 퇴색한 박성태님의 노란 리본이 보인다.
이제 상비재는 찾았나보다 하며 안도의 눈빛으로 산길을 가는데 걸어도 지겹게 걸어가도 능선의
끝은없고 울창한 솔숲이 어두워 지면서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김해 아우의 눈빛도 걱정이
되는가 보다. 기맥종주 아무나 하는것이 아니다며 끝없는 능선을 나무라는 소리에 정말 긴 능선임을 느낀다
산길 걸은지 10시간이 되어온다.
상비재 에서 산행대장에게 우측으로 길이 있는데 그쪽으로 갔는냐고 묻자 왼쪽 비탈길로 내려 서란다.
어둠은 다가오고 검은 소나무들 몸통사이로 갓 피어난 초록색 잎은 너무나 청초하다. 한참을 내려가니
개짓는 소리가 들리고 시멘트 농로가 나타났다.
마지막 580.7봉을 가는길이 아까 내가 묻던 그 길인 모양이다. 무릅이 아려오고 엄지 발가락이 아프다.
한발 떼어 놓기가 너무 힘든다. 다시 어두워서 올라갈수도 없고 할수없이 바래기 휴게소의 반대편인
마을로 내려가 (20시)3구간때 길잃은 능선부터 580.7봉을 다시 올라 솔고개로 넘자며 마을 어귀에
주저앉자 우리 어머니 또래의 노친들이 나와 안스러운듯 쳐다 보시더니 차 까지 불러준다.
차에 오르는 우리 일행을 보고 늦지 않았다면 저녁이라도 지어 줄텐데 아쉽다는 노친.졸자는 그래서
농촌에서 태어난것을 가슴 따뜻하게 여기며 사는지 모른다.
정말 힘겨운 안개와 사투를 벌인 2구간 이였습니다. 아니 3구간 부터가 더 힘들고 고행의 길인지 모른다.
돌아오는길 나는 눈을감고 상념에 잠긴다. 왜 너는 산을 가는냐 나는 말한다.
산에 오르면 세상 이야기가 들리지 않아서 좋고 그리고 나이를 잊을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산 이라고...
각 지점 지나간 시각
수망령 09 : 30 금원산 10 : 26 헬기장 10 : 54 동 봉 10 : 56 기백산 12 : 17 점심 13 : 14
출발 14 : 04 - 길 헤며기 시작함 - 16 : 27 1320봉 착 마지막 헬기장 18 : 24 바래기 19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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