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기맥 제3구간
바래기 휴게소-솔고개-개목고개-망실봉-새재
2003. 5. 11. 날씨 맑음
일요일 새벽 단잠 깨우는 남정네들 그래도 밉지는 않는지 모두 식사를 하고와 졸자는 산청 휴게소에서
우동 한그릇 시켜 먹어보니 솔태국이다.
주방 처자 잠이 아직 들깨어 소금을 통채로 넣은것인지 호통을 친후 차에 올라 바래기 휴게소에
도착하니 오전 7시30분 여대장과 부회장은 우리를 하차 시킨후 하산지점인 새재마을로 차를 가져
가면서 안의 의 택시를 한대 대절하여 바래기 휴게소로 다시와 먼저 2구간때 길 잘못든 상비재에서
바래기 휴게소 구간을 내려올 우리와 합류하기로 하고 상비재를 올랐다.
상쾌한 새벽공기도 잠시 가파른 길은 숨을 턱까지 차게하고 날씨좋아 쉽게 바래기 휴게소로 가는 능선을
찾을것이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었다.
태균씨와 동산 총무님은 능선을 찾기위해 이 능선 저능선을 분주히 오가지만 도대체 감을 잡을수가 없다.
울창한 솔숲이 좌우에 있어 분간을 할수가 없다. 2시간 30여분을 헤메다가 겨우 임도로 내려서서 산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 겨우 주능선을 찾았고 바래기 휴게소에서 올라오는 부회장과 산행대장을 만나
산길 초반부터 헤메다온 허기진 배 김해 아우가 삶아온 오리알로 채운후 뒤돌아보니 상비재 뒤
기백산이 우리와 너무 멀어져 있다.
형님. 기맥종주 아무나 하는거 아임니더 김해 아우는 산길헤면 억울함을 이 한마디로 삭이려함인지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도 못낼일이라며 이 산길을 개척한 박성태님의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
그렇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이 길. 쉽게 실행할수도 없는 종주. 산 수십년 탄 사람들조차
무엇때문에 그짓을 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이 길. 마라톤이 인간한계에 도전이라 한다면 이 길 역시
고통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이다.
졸자는 대간보다 기맥.정맥을 탄 사람들이 더 고통스럽게 한계에 도전한 사람들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싶다. 바래기 휴게소에 내려오니 땡볕이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고 도로공사장의 굉음과 함께
이제 제3구간 고통의 종주는 시작된다.
이른새벽 그것도 산 하나만 타는 정기산행이 아니라 잡초와 가시덤불 헤집고 가는 고통의 산행이라
그런지 가족들의 걱정이 많은가보다. 김해 제수씨는 고되지만 이왕 타는것 기분좋게 타라며 화이팅을
외치고 시리님 부인 안부 최총무님 부인으로 부터는 아름다운 문자 메시지가 오더니 부회장도
전화벨이 울린다. 그래 가족이란 이런것 아닌가 역시 졸자와 함께하는 이 사람들과
가족들은 모두가 좋은사람들이다.
길찾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지도 한장과 (오늘은 나침판도 없음)앞서간 사람들 메단 리본보고
(이 리본보기도 가뭄에 콩임)찾아가는 이 길은 고통 그 자체다. 희미한 길은 조금 가다가 없어지고
5월이라 야산은 가시덤불과 잡초들로 금방 선두가 지나가도 길 표시가 없다.
기맥종주를 보통 겨울에 시작하는 이유를 이제 조금 알것같다. 그나마 무성한 잎이없어 길 찾기가
조금은 수월한 까닭이 아닐까? 다시 솔고개를 찾아가다가 길을 잃고 내려서니 산중에 젊은 부부가
자그마한 과수원에서 원두막 제작을 하고있다.
솔고개를 물어니 저것이라며 친절하게 가르켜주고 식수 바닥난 일행 물통에 부인은 일일이 물을담아 준다.
고맙다고 졸자가 말하자 오히려 이 산중에서 우리를 만난것이 더 반가운듯 부부는 밝은 미소로 배웅한다.
참 보기좋고 넉넉한 인심에 발걸음이 잠시 가볍다.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 솔고개를 오르는데 뒤따라오는 아우 "기맥종주 쉬운게 아니다"며 땀을 연신 닦아낸다.
정말 이사람들 도움없이는 졸자도 탈수 없음을 느낀다. 솔고개를 먼저 올라간 산행대장등은 굴밤나무
그늘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가져온 도시락들 내어 놓으니 왠만한 식당의 찬은 저리가라다. 삼겹살에
졸자가 언물 부어내고 급냉시킨 소주 반주로 나누면 어느새 고통은 미소로 바뀌고 마음은 하산지점인
새재마을에 가 있다.
수회 헷갈리는길 발빠른 산행대장은 잘도 찾아낸다.
김해아우는 졸자에게 농담으로 이번 산악회 인사는 정실이 아닌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한 아주 잘된
인사라며 산행대장을 칭찬한다. 부회장과 최총무님.시리님은 도상회의가 한창이고 졸자는 초반 몇시간
헤면 심한 후유증에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이곳은 아마 산간지대라 그런지 엽연초를 재배하는 밭이 많다. 개목고개를 찾아가는 도중 넓다란 엽연초
재배밭을 지나면서 1년전 금연할 당시의 수개월간 금단현상의 고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허긴 김해 아우는 졸자가 담배 끊는걸보고 바로 금연을 실천한 장본인이다.
개목고개 왜 개목고개라 명명 되었을까. 물어볼 사람도 없다. 거창군 마리면과 함양군 안의면의 경계다.
동편 저수지가 보이고 동편 마을도 희미하게 보인다. 이제 망실봉을 향해 걸어야 한다.
망실봉을 오르는 고개를 졸자는 깔딱고개라 불렀다. 그리고 야산이 산세 큰 산보다 더 힘든다는 사실도
이번에 깨달았다. 졸자와 김해아우는 두어번 쉰후 드디어 망실봉에 도착했다. 앞서 도착한 일행들은
두사람을 박수로 환대하고 시원한 바람이 등줄기를 시원하게 한다.
좌측으로 거창 시내가 희뿌연 황사에 눌려있고 의상봉. 그리고 운무 아름답게 수놓았던 보해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둥글게 생겨 망실봉인가. 망실봉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멀리 왔던길 보니
너무도 많이 걸어온것을 느낀다. 그래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던가.
망실봉밑 활공장이 있다. 이곳은 하늘을 나는 인간새들이 모여 호연지기를 하고 천상의 스릴을 만끽
하는곳이다. 그러나 나는 차로 이곳으로와 창공을 나는것 보다는 고독한 산길 걸어며 묵상에 잠겨보는
우리들의 삶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허긴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멋과 묘미가 있겠지...
마지막 640봉을 넘어 덕천서원으로 빠지지않고 우리는 우측 새재마을로 하산한다. 어느 고관 이였는지
오래된 무덤가엔 요즘 귀한 할미꽃이 망자의 흥망성쇠를 말해주듯 백발이 성성하다. 앞서 가시밭길
육탄으로 헤쳐가 후미 상처 덜 입게한 김태균.여호영 산행대장 최진영 동산총무 부회장 김상복.
그리고 멀리 새벽길 달려온 김종길 아우께 3구간 종주를 축하 드린다.
▥ 정리
바래기휴게소 주차 07 : 00 상비재 580봉 08 : 30. 바래기재 10 : 30. 솔고개 12 : 15
586봉 12 : 56. 점심후 출발 13 : 46. 개목고개 14 : 42. 공전마을고개 15 : 56. 망실봉 16 : 50.
활공장 17 : 11. 새재마을 18 : 00 총소요시간 1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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