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낙남정맥 길

나밭고개서 냉정고개로

나밭고개-392봉-14번국도-폐기물공장-낙원공원묘원-

덕암묘원-고속도(장고개)-냉정고개

 (도상거리 16.2km)
 2004. 2. 29. 날씨 맑음  

 

봄은 누구에게나 오기 마련이지만 먼저 봄을 맞이하고,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꽃이다.

봄의 전령으로 떠올리는 대표적인 꽃들은 벚꽃, 목련, 매화,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등을 꼽는다. 정간 출발 집결지인 부회장이 근무하는 직업훈련학교 담장위로 노오란 산수유가 봄의 전령이 되어 화신을 전하고 간밤 비온뒤라 안개가 약간 드리워져 있지만 2구간 종주에는 무리가 없을듯하다. 우리는 다시 나밭(나전)고개를 향해 출발했다.

 

고속도를 질주해가는 차창밖으로 봄내음이 피어난다.

무섭게 달리는 세월이 추월선을 이리저리 헤집고 급하게 달려가는 앞차와 비유되고 함안을 지났을까 부회장이 2구간 지도를 학교정문 수위실 카운터에 놓고 왔단다. 낭패라고 생각 되었지만 2구간은 리본과 선답자의 발자취로 길 잃을곳이 없다고 판단되어 김해 아우에게 인터넷으로 구간 고도표와 지도를 부탁하고 잠시후 김해 자동차 학원에 도착했다. 

인연! 사람에게 가장 귀한것이 인연이라 했던가? 김해아우와 졸자는 고향에서 유년과 청년기를 함께 고민하며 살아왔다. 조건없이 서로를 신뢰해온 사이라 우리는 거리상으로는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손 닿을곳에 있다. 이번 종주구간중 1-3구간은 아우의 차량지원으로 시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기다가 2구간 하산후 3구간에서 김해를 벗어나는 졸자와 대원들을 위해 석식까지 대접해줘 우리 모두 감사했다. 다시한번 이 자리를 빌어 김해아우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자료 몇장을 뽑아들고 김해아우의 안내로 나밭고개로 향했다.

거대한 채석장은 육중한 중장비의 굉음과 분진을 뿜어내며 야금야금 맥을 오늘도 끊어낸다. 김해수련원 위를 지나자 수십마리의 개짖는 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하고 392봉을(09:13) 지나 16,38번 철탑을 지나 내리막을 내려서니 임도다. 다시 14,40번 철탑을 지나 다시 소로를 만나 전진하니 정간길 소나무에 매달린 붉은비닐에 낙남정맥종주라는 매직으로 쓴 표시기를 만나 이어 오르고 내리기를 몇번 한림면으로 넘어가는 포장도로를 내려서려는데 경사가 심해 제법 불편하다.  낙남정간이 진양기맥보다 구간 거리는 길어도 조금 수월한것은 진양기맥은 길이없어 낫으로 길을뚫고 독도에 상당히 유의해야 하지만 낙남정간은 선답자들이 많아 길도 뚜렷하고 표시기가 많아 현재까지는 길을잃고 헤며는 지점이 없어 끈기와 체력이 성공 종주의 관건이다.    

 

오늘은 기준이 철탑인것 같다며 지도 두고온 과실 책임질려는듯 부회장은 선두에서 표시기와 고도표를 번갈아 살피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철탑 공터에서 보급담당자인 총무가 가져온 삶은 계란에 부회장이 도동시장 할매집에서 사온 동동주 한잔씩 돌리며 뒤돌아보니 출발한 동신어산은 수겹의 마루금에 가려져 보이지않고 신어산 줄기만 희미하게 갸늠된다. 

한참을 내달려 14번 국도에 닿았다. 도로주변 산밑은 대형 쓰레기장이다. 한참을 요긴하게 사용했을 아니 이틀이 멀다하고 걸레질하며 애지중지했을 냉장고며 씽크대 그리고 짤순이등 덩치큰 쓰레기를 자신의 양심과 함께 내다 버리고 말았다.

 

                                                      

 

 

다시 국도가 맥을 짤라 건너편으로 가야할 우리는 영화속 탈주장면을 연상케하는 장면을 연출해 심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질주하는 차량들을 피해 일제히 내달려 중앙분리대를 넘는 곡예를 감수해야 하므로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 사람이 이처럼 위험한데 하물며 야생 동물들이 이곳을 건너 간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완연한 봄날이다. 가파른 능선 가쁜숨 몰아쉬며 오르니 땀이 온몸을 적신다.

다시 철탑을 지나자 부회장은 혹 대원들 경운산쪽으로 갈까 먼저 달려가 산길을 살피더니 표시기를 발견했는지 당당히 앞서 나간다. 바람소리가 나는 산행대장.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가는 총무 서성배는 오늘 컨디션이 좋지않다. 갑자가 발목 인대부분에 통증이 왔단다. 혹 내일 3구간 연속종주에 차질은 없을련지 걱정이 된다. 

 

이어 불도저의 굉음 돌 부서지는 소리 고무타는 냄새 산더미처럼 쌓인 폐타이어 처리공장 뒤에 산줄기 한가운데로 레미콘 공장(채석장)이 들어서 맥을 완전히 뭉개버렸다.

정간꾼들은 폐기물공장 언덕배기를 아슬아슬하게 내려가 마당을 질러 시멘트길을 따라 다시 산길에 들어서니 멀리 눈앞에 낙원공원묘지가 들어온다.

거대하다고 해야하나 엄청난 면적이다. 의무담당 김재순 여성총무는 사람이 이렇게 땅을 차지하다니 하며 혀를찬다. 우리도 이제 한번쯤 장례문화를 생각해봐야 하지않을까?

인간은 살아서도 한뼘이라도 더많은 땅을 차지할려고 발버둥치고 죽어서도 땅을 깔고 있지 않는가. 오늘도 장례를 치루고있다. 상복입은 사람들이 도열하여 관을 내리나 보다. 

공원관리사무소앞을 지나 식당옆을 돌아가니 장작더미가 예술품이다. 땔감이 아닌 전시용으로 차곡차곡 쌓은것같다.

 

                                                     

 

351봉 삼각점을 지나 소나무 숲 좋은 산길을 따라가니 또 하나의 공원묘지인 덕암공원묘지를 만났다.  여기서도 장례행렬이 있고 휴일이라 가족단위의 묘소 방문객이 간간히 눈에뛴다. 황새봉밑 약간 벗어난 너른 공터에 산행대장과 부회장이 점심식사 자리를 잡고 앉았다. 1구간때 고생했던 mbc에 근무하는 허정명군은 체력단련을 열심히 한탓인지 오늘은 낙오없이 잘도 간다. 넉넉한 점심시간 전골에 반주 봄햇살이 함께 머물어 더욱 오붓하다. 

 

우리나라 산들은 천지개벽 물난리때 제비만큼 황새만큼만 남은 봉우리가 많다.

이곳 황새봉도 황새 서있을 만큼 물에 잠기지 않아 황새봉이라 부른단다.

황새봉엔 사람없는 빈 산불감시초소가 흉물로 서있다. (13:47) 안엔 등산객들이 버린 오만가지의 쓰레기만 가득하고... 정상에서 독도연구를 한후 16번철탑과 15번철탑(14:02)을 지나 좌측을 보니 능선하나가 또 무엇을 하려는지 수십대의 불도저에 뭉개지고 있다.

불티재(14:31)를 지나 조금 나아가니 인동장씨묘(14:40)의 비석 위치가 심상치않다. 보통 묘지의 비석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무덤은 반대로 북쪽에 서있다.

무슨 사연 이라도 있는것 같다며 부회장이 일설한다. 345kv철탑(은색과 적색)2개를 지나(15:07)갈림길을 만나고 여기서 응봉산(25,000:1 지도엔 매봉산으로 표기됨)쪽으로 가지말고 우측으로 내려서야 한다.

 

                                                    

 

산불로 타다 쓰러진 나무들이 보이는 산길을 따라가 임도를 만났고 청도 김씨묘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면   끝없는 차량들의 질주가 이어지는 고속도 절개지에 닿았다.

이곳도 맥은 차량들의 소음과 바퀴에 눌려져 숨도 제대로 쉬지못한다. 대원들은 냉정고개를 가기위해 귀 따갑도록 차들의 소음을 들어며 위태위태 갓길둑을 걸어 물빠지지않은 굴다리를 지나 냉정고개로 올라서니 좌측 저수지엔 이른 강태공들이 낚시대를 드리며 세월을 열심히 들어 올리고 있다. 

냉정고개 밑에서 부회장과 대원들 빙둘러서 3구간을 4km정도 더 늘리자고 제안을 하자 모두들 찬성이지만 년식이 다른 졸자는 연속종주에 겁이난다. "낙남정간 하십니까?"어께뒤로 낮선 사람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울산에서 온 어느 산악회 낙남정간 종주대 일행중 한명이 가야컨트리에서 탄 대원들 마중을 나왔다며 여기가 냉정고개가 맞냐고 묻는다.

동행이라 반가움에 그렇다고 말하고 다음은 저기 저 산을 올라야 한다며 들머리를 일러주고 곧이어 우릴 마중온 김해아우를 따라 깨끗한 추어탕 집에서 좁쌀 동동주 잔위로 생각없이 파헤쳐진 2구간을 가만히 띄워본다.

 

                                                     

 

 

◆ 정리

 

나전고개  08:45   392봉  09:13   철탑(4,40번)    09:27  14번 국도10:15  

낙원공원묘지 11:08  안부(무릉산갈림길)12:28  중식(57분) 황새봉 13:47 

불티재14:31 고속도로 15:40  냉정고개 15:50  총 소요시간 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