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안개 그리고 눈보라속에 헤면 천성산
원효암-천성산-제2천성산-안적고개-영산대학
산을가는 즐거움이 늘 충만한것은 아닐게다.
고통이 수반되는 긴 산줄기인 맥 종주는 인내와 끈기 그리고 강인한 체력이 수반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맥종주는 재미는 물론 웰빙하고도 거리가 멀다.
대신 고통뒤에 얻어지는 성취감 즉 뭔가를 이루어 내었다는 강한 자신감을 얻는것에 만족하고
나아가 국토사랑의 참 계기를 만드는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지않을까?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는 7여년에 걸쳐 완성한 "전쟁과 평화를 집필하면서 피한방울 한방울을
잉크병에 떨어뜨릴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훗날 술회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전쟁과 평화를
집필하는 심정으로 작은대간 낙동정맥을 가고 있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이 될련지....
일기예보는 적은량의 비가 올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출발때 비는 내리지않아 어쩌면 요행이 올것을 고대하며 고속도로를 달리자 이내
빗줄기가 굵어진다.장유에서 김주명아우를 태우고 먼저 구간 임도를 따라 내려와 월담한
대성마을 군부대 입구(현재 부대철수)에 도착하니 버스가 신도들을 태우고 원효암으로 출발할려고 한다.
서둘려 승차한 우리는 한번타면 왕복차비 1인당 2,000원씩을 내야하는 독특한 운행규정을
지키지 않을수 없었다.
천성산 원효암까지 정확하게 30분소요 버스는 로면의 요철과 커버길에 골병이 들었는지 고통의
소음으로 가득차 지난해 여름 새벽길을 구보로 승차한 백담사행 버스가 생각난다.
09시30분 주차장에 도착하니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는 얼굴과 손을 때려 무척춥다.
디카가 비와 눈에얼어 렌즈 오픈이 되지않아 성채처럼 서있는 레이다 기지와 천성산
암봉을 찍을수가 없다. 지뢰 매설지역 표시기가 너덜너덜 달린 철조망을 돌아 능선에
오르니 자연습지 표지판이 안개로 희뿌옇다. 비옷과 우산 그리고 방수복을 입은
대원들의 모습이 사뭇 비장해 보인다.
▲화엄늪 습지 보호지역. 원형철조망 안으로 지뢰가 있다나...
잠시 눈앞에 공룡능선 같은 암봉이 보일듯말듯 하더니 (레이더 기지 포함.지도상 표기 천성산 922.2m)
안개에 덮혀 보이지 않는다.
바람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못한 억새능선엔 한겨울같은 강풍이 쉼없이 불어와 온몸에 소름을
돋게하더니 시야를 괴롭히는 안개는 우리에게 가장 치명적인 자연의 시샘이요 적이다.
짙은 안개 때문에 우측으로 난 길을 보지못해 직진하다가 제2천성산(이곳에 천성산 정상석 812m로 표기)
으로 가는길이 아닌 첫번째 엉뚱한길을 가게 되었고 이때부터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연거푸 길을
헤며는 헤프닝이 연출되었다.
출발시 활기차던 컨디션은 비.눈.강풍 그리고 습기로 이내 지치고 제2천성산을 찾아가는데
엄청난 곤욕을 치룬다. 주변의 환경이 이 지경이 되고보니 넉넉하던 마음들도 조급해지고
따라나선 발길이 원망스럽기도 하리라. 몇년전 일일산행때 찾아간 천성산의 기억은 비와 안개
눈으로 되살아나지 않는다.
▲ 우중 강행군.
4월에 함박눈이라니 아니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는데 눈이라니...강원도 첩첩산중에서나 벌어질
광경이 오늘 이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앞서간 대원을 따라 내려가면서 표시리본을 확인할려고
하였으나 눈에띄지 않는다.
습지대서 우리를 기다리던 대원들이 이 길이 맞는냐고 묻길래 틀림이 없을것이라 하고 40여분을
내려갔지만 종주 리본이 하나도 보이지않아 차츰 불안해지더니 결국 물소리 나는
계곡을 만나고 말았다. 원망의 탄성 그러나 발길을 돌려야한다.
맥은 물을 만날수 없다 아니 물을 건너서는 절대 안된다.
6-70도의 경사길을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니 모두가 지친 기색들이다
▲ 계곡을 만나 6-70도 경사의 비탈길을 되올라가는 대원들
▲ 능선에서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내려갔지만 알바는 또 이어지고..
능선에서 다시 전열을 재정비한 우리는 안개와 비로 시계 1미터도 안되는 능선길을 표시기와
지도를 번갈아 확인하면서 11시39분 천성산(지도에는 제2천성산 812m표기)에 도착하니
(알바로 많은시간 소비)인근 지역의 일일 산행 오신분들을 만났다.
급하게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한장을 찍고 정족산을 물어물어 가는데 함박눈이 눈을 제대로
뜰수 없을만큼 펑펑 쏟아진다.
4월 함박눈이라 디카에 담을려고 하였지만 기온이 급냉해 카메라 렌즈가 열리지않아 희귀한
광경도 담지못하고 종주길만 재촉한다. 시야가 제대로 보여야 정맥길을 갸늠할수 있으련만
날씨까지 우리를 괴롭히는것이다. 곧 만개할 진달래군락을 지나 평탄한 산길을 가면서 종주
표시기를 계속 확인 하였고 특히 작년 9월 낙남정간을 같은날 끝낸 맥 탐사 산악회인
"울산 참고래 산악회"리본이 이 길에 달려있어 100%믿고 내려가자 이번에도 안적고개는
나오지않고 계곡너머 암자가 나온다. 짐작에 성불암인지...
다시 우리는 능선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허기져오고 기진맥진이다. 총무와 산행대장이 능선
우측으로 가는길이 있었던것 같다고해 다시 능선을 올라가니 610봉 중계탑이 이제사 어렴풋이 보인다.
그 사이 먼저간 산행대장 일행은 610봉에서 우리를 오라고 하지만 우측 능선을 올라오는 산꾼들에게
안적고개와 정족산을 묻자 이 길을 쭈욱 따라 가라고 한다. 산행대장 일행을 내려오라 하고 더덕더덕
신발에 붙는 진흙을 털어가며 내려서니 대성암으로 가는 안적고개다.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도시락을 꺼냈지만 손이얼어 젓가락질도 제대로 되지않아 총무가
가지고온 쭈구미와 라면만 우선 끊여 먹고 기상악화로 더 이상 종주길을 재촉하는건 상당히 무리라
판단되므로 하산하여 식당에서 몸을 녹이며 백숙으로 점심식사를 하자고 의견 일치를 본후 쭈구미를
데치는데 손이 얼마나 얼었던지 쭈구미를 맨손으로 펄펄 끊는물에서 꺼집어 내어도 괜찮았다면 믿어실련지...
임도를 지나가는 행락객들이 차창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쪼그리고 앉아 추위에 떨고있는
우리 일행들을 보고 웃는다. 임도를 따라 영산대에 도착하니 누구 약올리는지 안개도 비도 차츰
거치고 맥 줄기 또한 눈에 보인다.
그래도 한방 백숙에 동동주맛은 다른날보다 2배는 맛이 나더이다 ㅎㅎㅎㅎㅎ 참 그리고
낙동정맥 종주 또한 쭈------욱 이어질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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