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이 빚은 12폭 산수화(山水畵)
만덕고개-남문-산성고개-제4망루-의상봉-옥녀봉-고당봉-당고개-범어사
2005. 3. 6. 맑음
남녘의 봄을 춘설(春雪)이 가로 막다니...
정말 장관 이었다. 눈(春雪)은 이 나라 제2도시 부산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말았지만
금정산은 실로 100년만에 밝음의 산으로 우리앞에 다가온것이다.
그러므로 필자 생각에 서울에만 아름다운 산만 있는게 아니라 부산도 낙동강과 산성을
보듬고 범어사를 자락에 안은 금정산이 아린 역사도 품에안고 노송과 바위 그리고
100만의 사람들과 친해지고 있다. 교통두절로 눈산을 가지못해 조바심내던 창원의
주명弟氏를 다시 장유에서 태우고 제2차 구간의 시작점인 만덕고개를 향해갔지만
약3km를 남겨두고 더 이상 쌓인 눈으로 차량이 진행을 할수없어 여기서 만덕고개
까지 걷자고 했더니 빙판길과 눈길 3km를 쉽게 따라 나서려는 눈치가 아니다.
이왕 종주길 왔으니 정해진 구간을 다 탈수는 없겠지만 가는곳 까지 타기로 하고
차에서 내려 4차선 도로를 걸었다. 빙판길에 바퀴만 계속도는 1톤 트럭의 유희도
보고 한짐 흰눈 뒤집어쓴 가로수가 이채롭다.고층 아파트 그림자는 눈쌓인 언덕
배기를 꽁꽁 얼어붙게해 마치 도로는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새벽 뉴스에는 37cm의 적설량이라고 했지만 실제 우리 대원들의 스틱으로의 갸늠은
50cm 이상이다. 정말 꽃보다 아름다운 눈꽃이 솔방울과 어울리는가 하면 상록수는
화폭에 커다란 설화 를 그리더니 햇빛에 부신 눈은 은가루를 사방에 뿌리기 시작한다.
춘설 가득찬 부산. 대양을 가는 부산의 정취는 춘백을 곳곳에 피우며 종주대원들을 반긴다.
만덕고개서 남문으로 오르는 초입은 필자의 무릅까지 눈이차 스패치가 없는 대원들은 앞서가는
대원들 눈속에 낸 발자욱에 발을 떼어 놓으며 가는게 절로 웃음이 나온다.
게다가 롱다리 발자욱은 밸런스가 맞지 않다며 약간 보폭을 줄이라는 일갈에 폭소가 터진다.
힘겹게 능선에 오르니 종주대인지 아니면 일일 산행하는 무리들이 지나간건지 눈속에 길이
잘 닦여져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오고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가 군데군데
널부려져 과히 폭설임을 입증한다. 100년만의 폭설. 아니 어디 부산이 눈이오는 고장이던가?
그래서 그런지 지자체에 재설작업용 중장비가 한대도 없어 도시는 졸지에 마비가 된것이다.
나무사이를 지나갈때는 눈이 머리위로 쏟아져 정신이 번쩍든다.
급경사를 땀 쏟아내며 첫봉우리에 올라 뒤돌아보니 백양산이 저만치서 길 재촉하라고 손을 흔든다.
밀집된 아파트로 맥 끊어진 부산의 산줄기를 안타까워 하며 총무 고향집에서 가지고온 토속 막걸리
한잔씩 나누고 우린 다시 일어서 510봉을 향해간다.
완만한 오름길 45여분을 걸어 510봉에 닿았고 케이블카를 타고온 산성 막걸리를 파는 할머니께
막걸리를 달라고 했더니 찾는이가 너무많아 동이나 팔것이 없단다. 겨우 사정하여 한되를 사서
나눠마시니 귀한것이라 그런지 정말 별미다.
이곳에서 선답자들이 능선을 타면 임도를 따라 가는것 보다 약30분이 더 걸린다는 소리에 우리는
정석대로 능선을 타기로 했다. 솜을 매달아 놓은것처럼 나무엔 설화가 만발해 도심의 산이 아니라
첩첩 강원도의 산중임을 착각케하니 만나는 사람들마다의 얼굴이 춘설보다 더 밝게보인다.
남문을 통과하여 산성고개를 산성과 나란히 걸어간다. 40여분을 느낌좋은 눈길을 걸어 동문에
도착하니 산객들의 점심식사가 한창이다.너른 공터에 눈을 고른뒤 점심식사를 하고 일어서자
근처에 있던 부산의 모 산악회가 산제를 모셨는지 우리 대원들을 보고 진주에서 왔냐며 매우
반기더니 떡과 술을 나눠준다.
전에도 이곳에오면 느낀것이지만 산성을 끼고 돌아가다보면 서울의 북한산을 타는
느낌이든다. 동문을 지나 넓은 공터에 올라서니 노송군락이 설화를 피워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시 평탄한 산길을 지나고 산성고개를 거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624봉 오르막을 한참만에 올라서자 전망이 탁 트이고 눈앞에 누각과 아름다운 바위
군락이 흰눈을 덮어쓴체 산객들을 반긴다. 제4망루에서 친절한 부산의 산객을 만나
정맥길을 안내 받으면서 걱정을 한다.
고당봉 이후 바위 절벽길과 장군봉까지 폭설로 길이 없을 것이라는 소리에 고당봉을
쳐다보니 의상봉과 687m옥녀봉을 지나 시야 오른쪽으로 장군봉과 계명봉이 이어져
정맥길은 멀리 천성산으로 내달리고 있다. 산성의 긴 흐름이 마치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아름답다.
예전 켐코드로 찍어간 바위를 오늘은 디카로 담고 그리고 인터넷에 게시하니 세상
참 좋아진 것인가? 흙길을 따라 내림길 이어지다 300여평의 널따란 공터에 도착해
부산의 산객들이 반갑다며 사주신 산성 막걸리 한사발씩을 나눠마시고 그분들과
기념 촬영을 한후 각 산악회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주며 헤여졌다.
정맥길에서 만나 따뜻한 마음 나눠주신 부산의 2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세심정을 지나 점점 경사를 높이며 10여분쯤 올라 바위능선 지대를 통과하여
고모당을 뒤로하고 거대한 암벽 암릉을 만나니 고당봉. 금정산(801.5m) 정상이다.
아스라히 지나온 정맥줄기가 자신감을 갖게하고 왼쪽 낙동강이 하얀눈과
눈사이로 길게 흐르고 있다. 영남인의 영원한 젖줄 낙동강.한국전쟁의 마지막
교두보였기에 더 쓰라린 사연들이 흘러 갔으리라.....
고당봉에서 북쪽 절벽 아래로 내려설때 로프를 잡고 바위에 발을 붙이자 눈때문에
신발이 미끄러워 사정없이 떨어져 하마트면 변을 당할뻔했다.
아이젠을 착용한 강애 부회장이 고난도 절벽지대를 양호하게 내려갔고 총무는 유격훈련때의
폼이 제대로 나왔다. 비탈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억새밭이 있는 공터로 장군봉 계명봉
으로 가는 길목이다. 아침에 폭설로 만덕고개까지 진입을 도보로 약3km를 걸어간 탓에
예정지였던 지경고개까지 더 이상 진행할수가 없어 당고개를 지나 계명봉 밑에서
범어사로 하산했다.
고찰답게 평화로운 산사의 노송도 설화를 피워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90번 종점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토속 주막에서 가오리무침에 탁배기 한순배씩 나누며
2차구간을 정리한후 다시 지하철로 동래역까지 이동해 진주로 왔다. 다음구간 코 닿을듯
가파른 계명봉을 떠올리니 오던 졸음도 도망간다. 그래도 부산의 산행대장님의 말처럼
"맥타는 사람은 일반산행은 시시해서 못간다며 우릴 치켜 세우더니 졸자보고 산에대한
신내림이 있기에 긴 고행의 길 고집한단다.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가는 낙동정맥길 오늘은 아름다운 설상 종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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