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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남정맥 길

낙남정맥 종주 제9구간 (배치고개-정날재)

     낙남정맥 종주 제9구간

       배치고개-장전고개-백운산-무량산-화리치-대곡산-추계재-정날고개

       2004. 5. 30. 비 내린후 갬

 

 

전날 9구간의 하산지점인 정날고개 답사를 위해 현지로 가던중 작고 조용하며 아름다운 장골땀 마을앞엔 모내기가 한창이다.

마을분께 정날고개를 물어보니 모른단다. 그러면 절골은 아느냐고 물었더니 맞은편 이동통신 중계탑이 있는산을 가르킨다.

졸자는 맥에서 벗어난 야산임을 인지하고 그러면 장골땀과 두지마을은 어디냐고 재차 물었더니 장골땀은 여기고 두지동은

저쪽이라고 하는걸보니 졸자가 제대로 찾아온것 같다.

 

포장된 길따라 고개를 올라가니 길이 두갈래다. 우측은 시멘트 포장길이고 좌측길은 갓 생긴 임도로 비포장이다. 

2곳다 정간길이다. 5월말 이제 여름이 시작되려는데 폭염이다. 7-8월에 해당하는 34-5도정도로 무척덥다. 표시리본 한장 달려고

움직이는데 등짝에 땀이 흘러내린다.

 

그렇게 화창하고 무덥던날이 하루사이에 극과극으로 변했다.

잔뜩 찌뿌린 하늘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것 같은 예감은 차량 이동중 굵은 빗줄기가 되어 차창을 때린다.

일순간 대원들중 몇명은 졸자의 눈치를 보지만 모른체하고 9구간 종주를 강행하기로 하고 정날고개에 도착하니 졸자 종주대와

같은날 지리산 영신봉에서 출발한 동산산악회 정간종주대가 정날고개에서 배치고개로 가기위해 준비를 끝내고 있다.

나중 중간 지점에서 만나 점심이나 함께 하기로 하고 배치고개로 향하는데 비는 그칠줄 모르고 쏟아진다.

 

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예정된 구간이라 엘피지 저장소옆 산행대장 차를 세워두고 (08:55)덕산을 향해 오르니 금방 바지와

옷소매는 잡풀과 나무에 맺혀있는 빗물과 치적치적 내리는 비로 젖고 희뿌연 안개마져 시야를 가려 기분은 좋지않지만 별도리가
없지 않는가?
초입부터 제법 가파른길 오르고 이내 밑으로 급하게 경사진길을 내려 선답자중 한분이 꼭 읽어보라는 밀성박씨묘소

의 비문을 대원들과 보면서 아마 비문을 쓴 사람이 상하 좌우 이름자 배열을 혼돈하여 적다보니 자식들 성이 홍씨로 된것도 있고

아무튼 웃음을 자아낸다.

 

 

허지만 그 위 묘지의 비문은 제대로 되었으며 매우 개방적이다.

보통 비문엔 자식들중 아들과 사위 이름만 새기는게 보통인데 반해 여긴 며느리들 이름까지 다 적혀있다.

한번 가족은 영원한 가족이라는 의미일까? 가파르다. 비까지 내리니 오르막은 너무 힘들다. 바지는 다리에 달라붙어 보행이

매우 부자연 스럽고 조망이 없으니 피로가 이내 찾아온다. 그래도 부대장과 보급담당 총무의 표정은 매우 밝아 한결 졸자의

마음을 편하게하고 후덥지근한 날씨는 비를 맞아도 시원하지가 않고 땀은 전신을 적신다. 

 

성지산은 코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가파른길이다. 장단지가 당길 정도로 가파른 고개길 고통이지만 생각없이 올랐다. (10:06)

여기서 안개 때문에 오른쪽 도립공원 연화산으로 가는길을 발견하지 못해 헷갈리지 않고 좌측 정간길을 찾을수 있어 다시 급경사

비탈길을 내달리니 장전고개에 거의 닿은것 같다.

자동차 소음과 우측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터널공사장의 중장비 소리가 들린다. 장전고개 1009번 지방도가 지나간다. (10:34)

 

 

 

장전고개 우측 아래 송계마을은 중학교 동기들 몇명이 신작로를 따라 15여리를 걸어 다녔다.

이때 반동무들은 장전고개를 장박고개라 부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낙남정간 산줄기는 졸자에겐 중학시절의 기억을 생각나게 하는 푸른 산줄기다.  장전고개에 내려 안개에 잠긴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부대장이 가지고온 고향 막걸리를 각자 한쪽씩 나누는데 울산에서 온 참고래 산악회 정간종주팀이 하차한다.

2구간 냉정고개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다. 또 다시 정간길을 제일목장이 막고있다. 크다란 목장 표지석뒤 무지하게 긴 밭을 따라가니 비로 물기 머금은 흙이 신발에 붙어 지친다리를 더 피곤하게 한다.

 

비에젖어 흙이 신발과 바지가랭이에 달라붙는 지겨운 밭고랑을 올라 철조망을 통과하니 찔레꽃 가시덤불과 산딸기 군락이 진행을 방해하지만 이내 다시 산내음 상쾌한 소나무 숲길이다. 

다시 급경사 땀 비오듯하며 올라가니 크다란 네모진 바위밑에 먼저간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바위위를 올라야 하는데 롱다리가 아닌 졸자는 발 올릴곳이 적당하지 않아 옆으로 오르기 위해 바위를 잡고 힘껏 두손을 당기는 순간 눈에서 번개불이 일고 한동안 정신이 없다. 

머리 바로 위 튀어나온 바위와 부딪혀 머리숱이 적은 졸자의 머리는 또 다시 상처가 나고 말았다. (졸자는 지금까지 숱한 산행중에 셀수없을

정도로 나무와 바위에 이마와 머리를 받혔음) 3-4분간 휴식후 다시 바위지대를 조금 더 올라 11:18 백운산에 닿았다. (여기서 참고로 이 구간은 여러곳에서 임도를 만나기 때문에 표시기와 산길을 꼼꼼히 살피며 진행할것) 임도를 표기하고 좌측 산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 큰재를 만났다.

 

 

반대방향에서 오는 동산산악회 대원들도 비 때문에 진행하기가 수월치않아 아직 무량산 못미쳐 오고 있단다.

기상악화로 함께 점심식사는 곤란할것 같아 적당한 곳에서 각각 해결하기로 하고 또 다시 560봉(어떤 개념도엔 578봉으로 기재)을

정말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오르니 다리에 작은 경련이 인다. (12:15)빗소리를 뚫고 잔잔하게 들려오는 독경소리 비와 안개로

조망은 없지만 최근에 지었다는 은혜사가 아마 저만치 있는가보다.

여기서 쉬어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베낭을 여는데 심술궂은 비는 시샘하듯 갑자기 굵어진다.

 

50분간의 점심시간.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우리는 무량산을 향해 일어섰다. 조금은 힘든 봉우리 하나를 넘고 솔숲과 굴참나무의

싱그럽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가니 우측으로 무량산 정상으로 가는길과 만났다. (13:22)

"동산"을 몇번 부르자 한참후에 소리가 들린다. 비탈길 내려서니 자갈길 화리치고 (13:45)그리고 사람들을 보았다.

산길 오다가 만난 우리와 같은 구간을 타는 울산의 참고래 산악회는 일반산행은 없고 전국의 脈만 타는 산악회라는 말에 대원들은

우리도 호남의 산줄기도 접수하자는 당찬 각오를 피력해 이번엔 졸자를 놀라게 한다. 

동산종주대장과 졸자는 조롱박 건배를 하고 몇몇 대원들이 해후의 기념촬영을 한후 각자 산줄기를 향해가는 사람들을 배웅한다.

이제부턴 우리온길 그대들이 다시밟고 그대들 온 지리의 산줄기를 우리가 간다.

 

 

화리치를 지나고 480봉을 내려서니 동산 대원들이 빗속에서 1시간을 철망과 씨름했다는 40만평의 뉴질랜드산 사슴목장의 철망이

길을 막는다. (14:16) 안개속에 잠긴 철조망은 휴전선을 연상케하고 무려 세번이나 철망을 뛰어넘다가 자칫하면 졸자의 바지가

날카로운 철사에 걸려 찢겨져 낭패를 당할뻔했다. 안개때문에 면적도 갸늠할수 없고 사육되는 사슴 또한 어느 정도인지

알수가 없다. 그리고 아무리 사유지라고 해도 맥 통과할 지점 만큼은 남겨두고 철망을 설치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자꾸든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농장 주인이 철망에 문을 설치하여 월담하지 않고도 정간꾼들이 지나 갈수 있도록 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곳이 아마 예전 전투용 말을 길렀다는 마장터인가 보다. 마지막 철망을 대원들과 넘고 철쭉군락을 지나 땀

다시 쏟아내며 대곡산에 오르니 삼각점이 선명하다. (15:12)

 

 

 

 

이어지는 솔숲길 좌측으로 돌아 (새 도로 절개지 위)내려서면 부포와 추계마을 영현 대법으로 가는 추계재다.(16:30)

갈치에 오르고 이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천황산을 터덜터덜 올라(16:47) 다시 이어지는 솔숲길 따라가니 망할넘의 날씨가

이제사 밝아져온다. 8시간25분간의 악전고투속에 닿은 정날(절골.송정)고개. (17:20)승용차만 겨우 다닐수 있는 고개라 그런지

옛날 고성상리 사람들이 영현으로 못넘어 간다는 고사가 있다는데 졸자의 생각으론 좁아서가 아니라 협소하고 음침해 산적들이

나타나 무서워서 못간게 아닌가 어림해본다. 우측 봉발리가 한국의 아니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의 고향이다. 

다음 구간은 졸자의 고향마을 뒤로 가는 서럽고 한많은 사연이 있는 봉대산. 돌장재(돌장시)구간으로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어온다.

다음구간은 아름답고 푸른산길이 될것입니다.

 

 

◆ 정리

배치고개 ) 08 : 05. 성지산  10 : 06. 장전(장박)고개 10 : 34. 백운산 11 : 18. 578봉 12 : 15.

무량산  13 : 22. 화리치 13 : 45. 530봉 14 : 09. 대곡산 15 : 12. 추계재 16 : 30. 천황산 16 :47.

정날고개 17 : 20.  총소요시간 8시간 2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