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종주 제 11구간 고향강 영천강을 돌아...
돌장고개-280봉-무선산-인담치-210봉-거리재-죽봉굴재-초소-화원마을
2004. 6. 27. 약간 흐리다가 맑음
11구간 하산지점인 화원마을 굴다리옆에 산행대장 차를 세워두고 두량 저수지옆을 돌아 장전마을을 지나 돌장재에 도착하니 고속도 공사장엔 작업이 한창이다. 9시35분 개망초 하얗게 핀 고향 표지석앞에서 사진을 찍을때 금곡면 표시가 나오길 주의를 하였건만 의무담당 김재순총무에 가려져 보이지않는다.(고의성은 없음) 문화재 도굴꾼들이 가져가다가 다시 팽개친 돌장석이 각종 도로공사(지방도.고속도)에 밀려 산위로 올라가 있다. 잘 정돈된 무덤을 지나 능선을 오르는데 한발 앞서 다른 정간꾼들이 지나간 모양이다. 허긴 먼곳에서 낙남을 타는 사람들은 이른 새벽에 도착해야 벅찬 구간을 소화해 내지 않을까? 장마철이라 안개가 산을덮어 조망은 없다. 특히 숲이 우거져 이제는 왠만한곳은 조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다만 독대산옆으로 저만큼은 세경.그리고 신대 동례를 지나 상인담 못 위쯤 될것이라는 짐작으로 땀흘리며 간다. 솔향기 풀향기가 상쾌하다. 특히 오늘 고향을 옆에끼고 영천강을 따라(소음부락 앞까지) 가는 이 길은 초장부터 소나무숲의 연속으로 후덥지근 하지만 마음은 가볍다.
돌장재. 이 길 따라가면 고향 세경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돌장재서 인담치까지 헷갈리는 지점이 많아 정간꾼들이 애를 먹었단다.
작년 진양기맥때 수없이 헤면 알바한 구간을 떠올리며 우리는 긴장하며 간다. 200봉밑 무덤가에서 고속도 절개지 건너편 능선을 쳐다보니 안개에 가려져 있지만 봉대산이 어슴프레 보이고 아무개 석산에서는 오늘도 산 하나가 없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김재순총무는 오늘따라 피곤한지 휴식을 자꾸 할려는 눈치다. 280봉에 올라 수통을 꺼내 각자 한모금씩하고 둘러보니 자귀나무 꽃이 정말로 예쁘게 피었다. 그 꽃잎위로 타고온 능선이 마루금을 그려 잠시 회상에 잠겨본다.
앞서가는 정간꾼들이 습한 밀림지대를 잘 정리하면서 가는덕에 조금은 수월하게 전진해 가다가 무선산 바로 앞에서 총무가 황매산에서 냉동해온 막걸리 한잔씩 나누고 인담 저수지를 조망해 볼려고 하였으나 아무것도 볼수가 없다.
안부에서 가시덤불(산딸기 군락)을 헤집고 앞서가던 부대장이 이 길이 아니라며 돌아선다. 산행대장은 기맥 경험으로 바로 산길 찾아나서고 지도를 펼쳐보니 정간길은 무선산 밑에서 우측(동쪽)방향으로 내려선다. 그러나 한참을 내려 가면서도 표시기가 잘 보이지 않아 의심하면서 가는데 앞서간 산행대장 봉전고개(인담치)에 내려서서 우리를 부른다. 여대장과 김남철 그리고 부대장은 무선산 밑에서 풀쐐기(풀벌레)에 팔을쏘여 구조대장이 가지고 온 맨소레담을 바르자 후끈거리는 모양이다.
예전 경운기 겨우 넘던 이 고개가 포장이 되었다.
좌측으로 가면 봉전을 가고 우측 따라 내려가면 비닐하우스 재배하는 친구 염진봉이 사는 상인담이다.
인담치
철탑이 있는 210봉을 향해 오르니 솔숲길이 기분좋게 이어져 무심코 길만보고 따라가다가 산행대장이 되돌아 나온다. 길이 끊어져 진행할수가 없단다. 아마 여기도 많은 사람들이 헷갈린 모양이다. 다시 능선을 찾아 올랐고 180봉을 지나니 우측으로 너른 고향들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향의 젖줄 영천강이 잔잔하게 흐르고 태공은 어제밤 부터 저 강변에 터를 잡고 세월을 건지는지 평화롭다. 아스라하게 홍정다리가 보이고 인담과 운문으로 가는길도 뚜렷이 보인다.
170봉 부근에서는 김재순 총무의 친정마을 소음부락위의 작은 햇빛은 사람들을 논 밭으로 불러가고 정간길 함께 내려오던 영천강은 여기서 아쉬운 작별을 한다.
고향의 젖줄 영천강.
다시 작은 오르막이 시작되고 밤나무와 감나무밭의 그물이 정간길을 막는다. 여기서 정간꾼들은 진주축협 생축장으로 내려서서 계리(거리)재에 닿든지 아니면 우회 하여 비탈길을 내려선다. 앞서간 대원중 부대장은 진흙 비탈길을 내려서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거리재에 내려서니 소음부락쪽에서 차들이 숨가쁘게 올라오고 우측 대숲은 진한 신록을 입고 한줄기 바람과 함께 여름 한복판을 향해간다. 정촌면과 문산읍 표지판이 산객들 길 안내하고 포장길 걸어 맞은편 좌측 능선을 올라서려는데 길옆에 온갖 대형 쓰레기가 수북히 쌓여 악취를 풍긴다. 갖다버린 사람들이야 이미 양심을 버려 마음이 다 썩어가지만 정촌면과 진주시는 이걸 언제까지 방치해둘 셈인지... 김해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숱하게 본 양심버린 사람들의 모습 그래서 아직 우리는 선진 국민을 스스로 포기한다.
거리재. 우리 가는 뒤로 김재순 총무의 친정 어머니가 계시는 소음부락.
90봉을 올라 다시 내려서니 거리재서 오는 도로와 만났다. 도로를 건너 맞은편 오르막 그늘에 덜컥 주저앉아 막걸리 한잔과 물 한모금씩을 마신후 170봉을 향해 가는데 양옆으로 잘 정돈된 감나무밭은 유황과 농약 살포로 냄새가 가득하다. 감나무밭 능선에서 김재순 총무는 모교인 관봉초등학교를 짐작하며 어릴적 거리재를 넘던 회상에 잠기는듯 하다. 이렇게 낙남정간은 우리네 일상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맥이요 추억 가득한 푸른시절의 그리움이 피어나는 산길이다.
정말 오늘구간은 솔숲길 아니면 과수원길이라 어린시절 여름날 추억을 생각하면서 걷기에 딱이다. 13:16. 170봉 일행은 지친 다리를 쉬게하고 후덥지근한 날씨탓에 피로가 누적되어 밥맛이 없는지 모두들 도시락 꺼내기를 망설인다. 1시간여 식사를 하고 일어서 내려가니 또 과수원이다.푸른 과수원길을 따라 내려서자 문산읍 표지판이 보이고 이 길 따라가면 동물리다.
옥산 그리고 문산읍의 아파트 일부도 조금씩 보인다.
문산읍 표지판쪽 능선으로 다시 올라서 산길을 따라 가다가 과수원쪽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니 "그기 길 없소"하며 할머니 한분이 고함을 지른다. 표정과 고함소리에는 부아와 불신이 담겨있다.아마 가을철 정간꾼들 무던히도 감나무 배등 농작물 피해를 입힌 모양이다. 모친이 가르켜준 좌측능선을 올라 죽봉굴재가 가까워지는 과수원길인지 임도인지 사거리에서 머뭇거리고 있자 이웃 주민들과 함께 과수원에 온 사람들이 우측 시멘트 임도를 따라 가라며 손짓을한다. 이 길이 정간(정맥)길이냐고 묻자 그런것은 모르고 하여간 등산객들은 전부 이 길을 따라 가더란다. 오랫동안 보아온 경험칙에 의해 길 안내를 하였을것이다. 죽봉굴재 우측으로 내려가면 개양을 가고 바로가면 오늘 아침 차 세워둔 고속도 굴다리를 만난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휴식하고 있는데 요즘 잘나간다는 고물수집 차량이 올라온다.
이 길 따라가다가 임도 사거리 우측에 한전에서 버린 엄청나게 큰 변압기인지 차단기가 있으니 가져 가라고 하자 달려간다.
산불감시초소 앞
죽봉재.
"환영 낙남정맥 종주" 특이한 산불감시 초소다. 전방의 고지처럼 태극기도 휘날리고 각 산악회 낙남종주대의 리본이 희말라야 베이스 캠프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제 의식에 사용한 온갖 깃발처럼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여기 산불감시초소의 요원은 맥을잇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감시기간에는 이곳을 지나가는 종주대원 에게 커피도 대접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절기라 그 분이 없어서 조금은 서운하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내려다보니 눈에익은 가좌동 주공아파트 그리고 한창 공사중인 경상대앞 주공아파트 신축 현장이 보인다. 사진 한장을 찍고 좌우 평탄한 밭들을 지나 대나무숲 길림길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던 부대장이 돌아오면서 표시기도 없고 길이 없단다. 좌측 길을 따라 가면서 표시기를 살펴 보지만 없다 내리막길 내려서니 너른밭이 나온다. 그리고 개울을 만났다.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산행대장이 총무와 김재순 총무를 데리고 건너편 능선으로 올라간다. 물 만났으니 되돌아 가야한다고 하자
"회장님 그냥 가입시더" 한다. "안된다 정상적으로 가야지" 부회장도 지쳤는지 "이리가도 될것 같은데"한다. 약 22분간 알바를 한 셈이다.
산불감시 초소 가기전 밭길
뒤를 따라가면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도 없으니 건너 갈수도 있다. 그리고 얼마나 지쳤으면 되돌아가기를 망설일까? 그러나 대원여러분! 당신들의 삶이 구만리라면 때론 중도에 생을 포기할 정도의 고통이 있을수 있을때 오늘 이 날을 기억하며 극복하시길... 모심과 내동을 만나는 길 저편에 작은 소류지가 보이고 이어 방치한 배 과수원에 도착하자 여기는 주말 농장터로 최고다. 자두가 익어가는 컨테이너앞 평상에서 해바라기를 쳐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후 길 재촉해가니 과수원들로 길찾기가 수월치않다. 개망초 지천으로 핀 능선을 올라 다시 밭둑에 자두 익어가는 산밭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통영으로 가는 고속도로 공사로 이 일대의 맥은 형체를 알아볼수 없도록 끊어졌다.
여기서 부터 정간꾼들은 가화교까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오직 두 다리로만 맥을 이어가는 셈이다. 이제 이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맥은 어디로 타야할까? 절개지를 내려서 경운기 다닐만한 길을따라 내려가니 굴다리다. 다리를 지나 도로를 건너 화원가든에서 11구간 뒤풀이로 고향맥길을 접는다. 참 화원가든 장발 사장님 다음에는 삼계탕에 잣술말고 송주 꼭 챙겨주세요.
개망초 지천에 깔린길
11구간 정리
돌장재 09 : 31. 280봉 10 : 25. 무선산 10 : 55. 봉전(인담치) 11 : 13. 170봉 13 : 06.
거리재 12 : 42. 죽봉고개 15 : 20. 105봉 15 : 37. 대나무숲 갈림길 15 : 53. 고속도 굴다리 17 : 25.
총 소요시간 : 7시간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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