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종주 제13구간
솔티(내동)재-175봉-나동공원묘지-선들재-딱밭골재-
기도원-원전고개(밤재)
2004. 7. 25. 날씨 맑음
1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 폭염으로 기온은 연일 밀양 다음으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한다.
살다보니 우리가 사는 이 고장이 더운곳의 최고가 될줄을 누가 알았을까? 시원한 계곡이 더없이 그리워지는 여름은 불황으로 고통받는 서민들 한가운데서 떠날줄을 모르고 진한 고통을 주고있다. 원전고개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라 인적도 차량운행도 없다. 우측 공터에 여대장차를 세워놓고 솔티재로 가니 레스토랑 분수대 밑에서 대원들 김재순 총무를 기다리고 있다. 산행대장과 서총무는 김재순 총무가 오면 함께 따라오라 이르고 07:15. 도로확포장 공사로 절개된 비탈길을 오른다. 10여분도 지나지않아 땀이 쏟아진다. 그래도 대원들 사정을 생각해서인지 오늘은 기온이 제법 떨어져 지열은 별로 없는것같다. 토사 방지용 작은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가 능선 오르는길을 놓쳐 뒤따라온 3명에게 선두를 내주고 35여분 한땀 흘리며 175봉에 도착하니 07:50.이다. 지천에 솟아난 고사리와 솔향내 평탄한 산길이 이어지고 우리는 이제 지리산을 다가 가고있다.
솔티재(내동고개)
금방이면 보일것 같던 나동공원 묘원은 출발한지 1시간을 지나서야 능선 초입에 닿았고(08:10) 마주 보이는 철탑까지
땡볕이라 그늘이 있는 이곳에서 물한모금씩 마신후 재빠르게 길을 재촉해간다.
김재순 총무는 이곳에 여러 가족들이 잠들고 있단다. 필자도 이곳을 꼭 한번 온적이 있는데 중학교 은사님의 모친상으로 기억된다. 이 정간줄기 여러곳에 공원묘지군이 있고 골프장과 수많은 도로와 모텔 유흥업소가 맥을 끊어 놓았다. 조금만 비켜가도 이렇게 무참하게 끊어지지는 않았을것을...
아쉬움과 분노가 동시에 인다. 여러 선답자들이 묘지 구간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여 출발전 부터 부대장께 오늘은 독도에 더 유의하고 대원들 또한 바짝 긴장하라고 일렀지만 그렇게 헷갈리는 지점은 없다. 마루금 따라 길을내어 길따라 가면 철탑이다.철탑을 지나서 부터는 다시 평탄한 오솔길 같은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나동공원묘원 윗길
나동공원묘원. 이승을 떠난 혼들이 공유하는곳. 탐욕도 색욕도 다 부질없는것 골에서 올라오는 한줄기 바람을 어디
에어컨 선풍기가 대적할까? 그 신선하고 살아있는 감촉이 소녀의 속살보다 더 부드럽게 느껴지지 않는가? 오늘은 간간히 골바람이 불어 기분이 매우
상쾌하다. 정간길의 가녀린 나뭇가지에 매달린 형형색색의 리본은 맥 찾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산길 밝힘이다.
어둔밤 항로를 찾는 북극성이고 항법장치인 gps다. 거미줄 털어내며 비탈길 내려서니 1001 지방도가 지나는 선들재. 사천시 곤명면과 곤양면의 경계다. (08:44)
일찍 나서서 그런지 허기가 다들 지는가보다. 오늘 아침엔 식사를 거르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지 휴식때마다 먹을것을 찾는다. 졸자 역시 배가 고프다. 졸자는 이곳까지 오면서 옛 선인들이 고개(재)나 마을 이름을 지을때 어찌나 멋지게 지었든지 그때 그 시절의 멋과 여유로움을 느낄수 있다.
아마 선들재도 마을앞 들판 이름인지 아니면 재에 깊은 사연이 담겨 있을법하다.
선들재.
다시 도로를 건너 능선에 붙어 부대장 뒤를 따라가고 있던중 부대장이 무서운 놈들을 발견했다. 그대로 나무가지를 흔들고 지나 갔더라면 모두들 쏘여 고생했을것이다. 한번물면 계속해서 쏜다는 땅벌(일명 방어로 땡삐)희안하게 지어진 집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사방을 감시하며 붙어있다. 대원들 다 지나가자 장난기가 발동한 총무 벌집을 흔들고 달려온다. 09시38분 새로 정돈한 함안조씨묘를 지나고 이어 백일홍 비슷한 붉은꽃들이 아름답게 핀 조립식 주황색(?)지붕의 집한채를 만난다. 선답자중 한사람은 이 집을 여름 한철만 사용하는 별채라고 표기 하였으나 우리 생각에는 예전 농원을 조성하면서 기거 할려고 하였으나 경제성이 떨어져 하산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수도를 틀어보니 물은 세차게 나온다.
아스팔트 도로인 딱밭골재(정동고개. 낙남정간 가이드엔 재방고개 표기)다.
맞은편 축사앞 공터에서 막걸리 한잔씩 나누며 휴식할때 여대장은 축사 지붕에 매달린 대추벌 (말벌)집을 발견하고 그것을 뗄것이라며 돌을 던져보지만 어림도없다. 말벌에 쏘이면 어떻게 되는줄 다들 아시죠? 10시55분 폐허로 변한 기도원을 들어서니 흉물이다. 맥 찾아오는중에 두어곳 기도원도 만난것같다. 모두가 사용후 방치하여 쓰레기만 잔뜩 쌓여있다. 기도원에서는 주의가 요망된다. 우측 파란색 물탱크쪽으로 올라야 정확한 길로 들어선다. 여기서 많이들 헷갈렸는지 리본이 눈에 띄지않고 이어서 초록 평원같은 길이 이어지고 삼각점이 길 복판에 있는 235봉에 11시33분에 도착하여 골바람 부는곳에 식사자리를 장만 하라고 하였으나 여대장은 자꾸 달린다.
12시10분 224봉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풀었다. 농주인 황매산 오가피 막걸리와 농주에 버금가는 금곡막걸리 한순배씩 돌리고 걸어온 산길 정리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결행하는것이 무척 어렵지 시작하고 나면 어느새 종착역은 보이기 마련이다. 산길은 언제나 우리네 삶과 너무도 닮아 한고개를 넘어면 또 다른 고개가 동그마니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 모두가 긴장하며 구비구비 넘어가듯 사는것 아닌가? 245봉 능선분기점 임도엔 가공된 공사용 자갈들이 깔려있다.
임도를 따라가지 말고 그림처럼 직진하여 산속으로 들어가 내려서면 철길을 만난다. 철길을 건너면 4차선 확포장 공사장이 보이고 이어 2번국도가 지나는 오랑동 버스정류장이다. 차도를 건너 능선으로 붙고 소로인 임도를 따라 가다가 오솔길 같은 산길 내려서니 밤재인 원전고개다. (15시25분)
앞서간 대원들 시원한 맥주(대병)보듬고 앉아 졸자를 기다리고 있다.
지원된 차량 : 쏘렌토 봉고 각 1대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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