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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억새평원 따라 겨울로 가는 영남 알프스

억새평원 따라 긴 겨울로 가는 영남 알프스

 

가지산에서 남쪽으로 내달리던 산줄기는 능동산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머물다가 사이좋게 두줄기로 갈라진다. 남서진 하는 한줄기는 빠르게 전진해 가다가 천황산을 솟게한후 내려서면서 다시 재약산 하나를 힘껏 들어올린다. 또 다른 한줄기는 배내재를 지나 남진하면서 간월.신불.취서산을 두손으로 들어 올리니 이 산군들을 영남 알프스라 한다. 숨가쁘게 올라간 배내재에 내리니 심한 강풍이 금방 손등을 시리게한다. 고개마루 주막집에서 피어오르는 오뎅국의 김이 겨울이 오고 있음을 예고해 을씨년스럽고 가파른 산길 빠른 속도로 오르니 금새 땀이 이마를 적시며 가쁜숨을 내뿜게 한다. 만원이다. 마지막 가을을 보낼려고 하는 산객들이 좁은 산길에 가득하고 급준한 산세는 사람들을 주눅들게 한다.  

능동산을 지나 고봉에 올라 삼남의 금강이라 불리는 천황산을 따라가는 줄기가 영화의 한장면 처럼 눈앞에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능동산

 

천황산은 영남알프스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정상 밑 억새평원과 주변 조망은 이곳 산군중 으뜸중에 단연 으뜸이다.  그러나 산불진화용 임도가 이곳에는 유달리 심해 산객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서쪽에 천길단애가 있는 천황산을 향해 일어섰다.  1058봉을 올라 가지산쪽을 바라보니 덩치 큰 산줄기가 기분을 맑게한다. 천황산 못미쳐 평원 한켠 샘물상회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아마 목 축여갈 산꾼들 술안주를 장만할까?  어느새 시간은 12시40여분이 지나간다. 

천황산 능선을 쳐다보니 긴 사람들의 오름이 마치 소나무가 긴 행렬로 서 있는 모습이다.  작년 8월 재약산 답사길 표충사옆을 돌아 층층폭포 고사리 분교를 지나 125여만평의 사자평을 오르다. 허기와 탈수로 엄청난 고생을 한 기억이 새롭다. 

 

 

임도와 활공장 그리고 차.차.차

 

 

활공장의 비상

 

 

 

엄청나게 드센 바람이 능선과 골을돌아 천황산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을 산 밑으로 내몰 태세다. 급하게 사진 한장을 찍고 비탈길 내려선다. 능선 안부엔 여기도 동동주를 파는 주막 "털보상회"가 있다. 마을에서 이곳까지 지게에 술과 음식을 가져와 팔고 있다는 젊은 주인아줌마. 남편은 산지기처럼 한발이나 되는 수염을 바람에 날리며 산꾼들에게 막걸리며 묵을 나른다. 재약산과 천황산 중간에 위치해 큰 산 2군데의 기를 받아 그런지 산 주막의 이 사람들은 매우 건강해 보인다. 재약산은 급준한 산세로 계곡은 골이깊고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들어 절경을 이루니 장관이다. 폐교된 고사리분교는 그 터만 남아 산객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폭포밑 구름다리를 지나 층층폭포와 홍룡폭포를 왼쪽에 두고 긴 징검다리를 지나 표충사 내려서니 또 어지러운 우리네 일상이 보인다. 표충사 기사식당의 손두부는 맛이갔고 막걸리 두어잔에 홍조띤 산객들 얼굴엔 마지막 가을이 타고 있다. 2003. 11월 셋째주에 간 영남알프스 산군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은 이제 강한 바람따라 긴 겨울로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정수리마다 하얀눈 맞을 준비도 하면서...

 

☞ 가는길

밀양에서 69번 도로를 따라 석남사가 있는 석남터널로 가는 도중 배내고개(재)에서 주차하면 좌측능선이 능동산 가지산 상운산 운문령으로 가는 줄기이고 우측능선은 배내봉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영축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