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먼 산길에서

봉우리마다 그리움 솟은 천관산

삐알(비알)길에도 시인의 노래가 밟혀가는 천관산.

 

환희의 노래가 원음으로 귓전에 들린다.

슬픔의 연가도 내 귓전을 때린다. 그리고 이내 서러움과 분노가 솟구쳐 처절한 몸부림이 봉우리와 능선에 피어 오르는것을 본다. 천관산이다.

어떤이는 그리움이라 말하고 

어떤사람은 한맺힘이라고 이야기 한다.  

다도해의 바람이 밋밋한 산이 보기싫어 돌을날려 세웠을까? 아니면 서러운 억새 홀씨들의 혼이 곳곳에 흩어져 바위로 솟은것일까? 그렇게 천관산은 수회를 찾아가도 변함없이 기묘한 바위들을 줄로세워 산객들을 흥분하게 하는것이다.

 

 

 

필자가 다시 찾아간(2005.11.13.) 천관산엔 억새는 홀씨마져 사방에 날려보내고 초라한 대궁들만 눈에 밟힌다. 왜 사람들은 이 산. 이 아름다운 천관산을 억새의 명산 반열에만 올려 놓았을까?

산객은 부아가 치민다. 천관산은 신령들의 조각공원이다.

홀봉 신상봉 관음봉의 당당하고 섬세한 품세를 어느 누가 저토록 아름답게 표현할수 있을것이며 종봉 천주봉 환희대 정원암 양근바위 그리고 우측 봉황봉 호두봉의 기둥처럼 솟구친 힘있는 산수화를 또 감히 누가 그릴수 있을까? 천관산은 뛰어난 산세를 가진산 이다. 그래서 오래전 부터 천관산은 지제(支提).신산(神山).풍천(楓天)산등으로 여러개의 산명을 가진 호남의 명산이였다.

 

 

▲ 천관사에서 올라오는 홀봉 신상봉 능선.

 

 

▲ 정원암 양근암 능선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다.

산악회들의 대형버스는 물론이고 가족 단위의 등산객들이 가져온 차들로 기천평의 주차장은 만석이 되어있다. 장안사 방면으로 오르는 사람들. 장천재를 향해 가는 사람들의 복장은 단풍 짙게든 가을색으로 무장 되었지만 산은 이미 겨울로 들어서 있다. 필자는 천관사에서 홀봉 신상봉을 올라 정상을 간것이 두어번 되어 이번에는 다중의 산객들이 이용하는 장천재-체육공원-종봉(금강샘.굴)대세봉-천주봉-대장봉인 환희대를 거쳐 천관산 정상과 정원암 양근바위 장안사쪽으로 하산을 정하고 발길을 떼어놓는다. 초입 휴경한 작은 논둑 가장자리에 서 있는 억새의 흰수염이 소복에 승무하는 춤사위를 닮았다.

신성한 산이기에 천관산도 불심 가득한 산이리라 신라 애장왕 영통화상이 세운 고찰 천관사는 번창할때는 여러 암자들과 기천명의 승려가 참선을 한 도량으로 암봉 대부분의 이름 또한 불교와 무관치 않다. 문수보현봉.관음봉등. 약간의 삐알(경상도 방어. 비탈길)길이 시작된다. 10여분을 참지못해 멀리서 구정봉 암릉의 군무에 반해 단숨에 만나볼 욕심으로 냅다 속력낸 아마추어 산꾼은 가쁜숨을 내 뿜어며 오를것인가 말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아!눈앞에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암봉의 실루엣이 저기 저 위에 있는데.....   

 

 

구정봉 마루금은 속세의 사람들을 산속으로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삐알길엔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욱만 밟고 가는게 아니다. 천관산 오름은 곳곳에 시와 노래가 널려있어 시. 그리고 노래를 밟으면 간다. 아무리 피할려고 해도 시는 억새처럼 드러눕고 고운 노래 슬픔의 노래는 메아리쳐 돌다가 길위에 눕는다. 너른 바위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눈앞에 펼쳐지는 다도해의 장관. 바다가 아니라 옥빛 호수다. 섬이 바다를 안은건지 바다가 섬을 품은건지도 분간 못하는 산객은 그저 그들이 펼쳐놓은 경이로움에 넋만 놓고 있어야 한다. 어느 노객(老客)이 작은 도시락 가방 하나를 들고 땅을 쳐다보며 힘없이 필자의 눈앞에서 오른다. 지금껏 단 한번도 사치스런 베낭은 물론이고 빗물 들지않는 등산화 한번 착용치 못한 저분의 산 오름은 지금껏 가족을 위해 혼신으로 불사른 질곡의 삶 자체로 산객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어깨는 현실의 무거운 무게로 축 늘어져있다.

 

       

 

고개숙이며 힘겹게 오르는 노객은 삶의 뒤안길을 회고하듯 오른다.

 

 

 

▲ 부드러운 천관산 정상 줄기가 그리움을 피우고 봉화대는 아득하다.

 

길다란 해풍이 빰을 스쳐간다.

뭉클 그리움이 피를 쏟듯 솟는듯해 잠시 눈을 감았다.

문득 나는 태어나 몇번의 만남과 이별이 있었을까? 를 고민하다가 빨리좀 가자는 사람들의 재촉에 후다닥 놀랐다. 금강굴엔 석간수가 나오는지 컴컴한 굴속에 쭈그리고 앉은 남정네의 몰골이 오늘날 이 시대 남자들의 모습으로 다가와 계절 만큼이나 쓸쓸하다. 종봉의 바위에 자리잡은 가족의 안전을 부르짓는 젊은 아낙의 소프라노 고함이 오랫만에 정겹게 들려 산객도 그곳에 다가가 중년 한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보니 사진속 명암(明暗)의 모습이 지금 산객의 처지이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련지...

석선(石船)하나를 띄웠다.

일엽편주에 앉아 배고픔을 채운다.

옥빛 다도해를 향해 닻을내리고 술 한잔을 친다.

쏴아하게 목젖을 적셔주니  

일시에 슬픔도 고독도 아린 가슴도 녹아 내린다. 

눈앞 저 멀리 비단같은 능선도 실없이 취하고 바다도 덩달아 헤픈 어깨춤을 춘다.

 

 

明暗. 그것은 우리 삶 이다.

 

 

 

땅만 쳐다보고 오르던 노객도 환희로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이곳에 있었다.

어느 석공이 목수가 이렇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다듬고 각(角)을 맞추어 세워 놓았겠는가?

구정봉. 대장봉 천주봉 문수보현봉 대세봉 관음봉등 9개의 암봉을 다 품을수 있는 환희대에 밀물처럼 사람들이 밀려든다. 정상인 연대봉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봉화대에는 5월 바래봉을 오르는 사람들 처럼 떼지어 모여있다. 관산읍과 관산벌이 고흥반도를 향해 팔을뻗고 서쪽 바다 건너엔 완도와 몇해전 8월 탈수로 고생했던 주작산 능선이 추억을 들추게 한다. 개스로 분간하기 어렵지만 톱날처럼 생긴 아스라한 능선 저곳은 월출산 주능일테지...  홀씨 다 날려버리고 해풍에 여리고 마른 대궁만 휘날리는 억새평원에 늦둥이 산악회 사람들이 불씨마냥 은빛 남아있는 억새를 배경으로 추억 한장을 담고있다.

 

 

 

 

억새의 은빛은 불씨처럼 희미하고 떠나는 2005.가을을 담으려는 모습이 정겹다.

 

 

▲ 정상 연대암 봉화대가 넉넉한 능선과 잘 어울린다.

 

하산길도 사람들은 만원이다.

숨다한 억새밭에서 오랫만에 남편에게 응석을 부려보는 아낙의 표정에서 가을이 묻어난다.

저렇게 버리고 욕심없이 살면 될것을... 간혹 사람들은 쉽게 사랑을 떠나 보내고 괴로워한다.

좌.우 앞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전경은 하산길 내내 전개된다. 여인의 허리처럼 부드러운 산줄기 때문에 천관산은 일년 내내 산객들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명산이다. 산객도 사람들에 떠 밀려 내려간다.

힘찬 남근석(陽根石)앞에서 아낙이 희한하게 앞으로 미끄러졌다.

몰려있던 아낙네들이 이구동성으로 왜 앞으로 넘어지는냐고 박장대소로 산을 울린다.

산객이 산길가다 보면 남근석앞엔 대부분 여인들이 줄을 서고 있었는데 이곳도 예외없이 여인들이 많이 서 있다. 봉황암 밑 갈림길 좌측에 서 있는 15척 높이의 힘찬 남근석은 좌측 여성을 연상케하는 금수굴과 마주보고 서 있어 자연의 조화에 감탄케 하지만 역시 천관산도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산인것 같다. 해거름이 드리진다. 뒤돌아 올려다 보니 마루금에 톱날의 장관이 연출되어 발길 떼어지지 않지만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어서 가자고 재촉한다. 장안사 밑 실낱으로 흐르는 홈통에 두발 담그니 또 속세로 돌아갈 생각에 산객 두통이 온다. 주차장옆 간이 음식점 산낙지 생각에 들어 갔더니 발빠른 사람들에게 다 팔려 품절이란다. 이렇듯 산객은 속세와는 인연이 영 먼가?

 

                             

 

 

 

 

 

 

천관산 가는길

 

남해.호남고속도 순천 나들목

벌교 장흥 방면 2번국도 장흥 관산읍에서 23번 77번 국도 천관산 관광농원쪽  주차장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