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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만추의 추월산. 안개짙은 담양호에 붉은 자락 내리고

                            만추(滿秋)의 추월산 !

               안개짙은 담양호에 붉은 자락 내리고...

 

전날 (11. 5. 토)찾아간 황매평전엔 가을색은 사라지고 수많은 그리움으로 핀 억새의 흰꽃마져도 바람결에 모두 날아가 대궁만 베틀바위를 향해 흔들리고 있었다. 산 밑 신촌의 계단식 다랭이 논은 기(氣)쓰며 풍요를 쏟아낸 어지러움에 공허함만 논배미를 맴돌아 가는걸 보니 11월은 자연도 모든걸 벗어 던지고 새로운 만삭 을 위해 동면에 들 겨울로 갈 준비를 한다. 

11. 6. 만추의 끝 자락을 잡아볼 요량으로 추월산을 간다.

차창 밖으로 따라오는 빈 들이 허한 가슴을 더 부추기고 간밤 겨울을 재촉하는 비에 우수수 떨어지는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가 쓸쓸해 보인다. 그래서 이별도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는 없어야 한다.

숙취의 두통과 속 쓰림보다 더 많이 아플것 같아서 말이다.

 

 

 

하늘이 잔뜩 흐려있다. 지리산옆을 지날때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비라도 내리면 가을색은 물론 떠나는 가을산행도 못해보고 낮선 주막에서 청승이나 떨다가 돌아 갈 생각을 하니 서운해져 조바심에 당도하니 안개와 하늘만 회색이고 비는 다행스럽게도 내리지 않는다. 담양호는 붉게 물들었다. 추월산이 아니 직벽의 보리암 정상 끄트머리의 붉은색을 밑으로 밑으로 내려보내 호수를 물들이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보내는 빛이 없어 불타는듯한 기운을 발하지 못하는것이 못내 아쉽지만 담양호는 붉은 기운에 숨소리마져 죽이며 잠자듯 물결한번 내지않고 누워있다.

 

 

▲ 담양호를 물들이는 고운 색이 햇볕이 없어 희뿌옇다.

 

 

보리암으로 가는길. 만추 속으로 낙엽 밟으며 살포시 가지만 잠시후는...

 

오늘은 제1코스인 보리암 쪽이다. 2주전 제2코스를 올라 전망대 바위에서 본 담양호는 물빛만 가을색 이었지만 오늘은 붉은 자락들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보리암 가는길은 참선의 길이다. 보리암으로 오르는 가파른 비탈길은 분명 慾 을 버려야 하는길 이다. 처음엔 멋모르고 사람들은 慾(욕)을 가득담고 오른다. 얼마후 비오듯 땀이 쏟아지고 두 다리가 허공을 헤며니 慾 하나를 벗어 내려 놓는다. 바람도 없다. 오를수록 경사는 더 심하고 사방이 어두워지며 허리에 통증이 온다. 慾 하나를 또 벗어 내려 놓아야한다. 이제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108계단 보다 더 길고 가파르고 멀다. 오르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뒤엉켜 심한 정체가 지속되니 慾 하나를 버리지 않고는 긴 시간을 기다릴수가 없다. 慾 몇개를 벗었으니 몸과 마음이 가볍다. 육체와 정신이 맑으니 만나는 사람들이 단풍보다 더 예쁘다. 보리암 입구에 당도하니 어느새 출발할때 짊어 지고온 慾은 다 던져버리고 걸망 하나만 어께에 매달려 있다. 다 버렸으니 굳이 암자에 들어가 수배. 백배. 천배 절하고 가부좌 할 필요가 있겠는가? 

간다. 바람따라 간다.

아니 바람 가르며 간다. 능선을 따라가는 발길이 풍선처럼 가벼워 나는듯간다.

가진게 없고 바랄게 없으니 버릴것도 던질것도 없는 애초에 산객은 빈손뿐이다.

 

 

보리암 정상을 향해

 

 

 

혹 초상권 침해라고 전화 주시면 즉시 삭제 하겠습니다.

 

 

능선마다 가을은 갔다.

2주전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연을 풀어 산객들 발걸음 멎게하던 가을꽃들은 모두 담양호에 발담굴려고 일제히 내려갔다. 능선은 겨울색인 회색을 사방 풀어놓기 시작한다. 빛깔좋던 떡갈나무도 잎은 모두 드러누워 가지만 앙상하다. 간간히 큰 소나무 밑 서리를 피한 단풍잎만 마지막 붉은색을 벌려놓고 있다. 갑자기 평온하던 산길은 사정없이 곤두박질을 친다. 추월산은 잠시 수월함을 줄뿐 하산길도 보리암 오르는 참선길 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준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눈썰매장에서 조차도 체험 하지못한 엉덩방아의 스릴이 도처에서 장시간 펼쳐진다. 살아가면서 고통을 당할때 인내하라는 교훈을 추월산은 하산길에도 사람들에게 똑 같이 나눠준다.  내장산으로 가는 29번 도로변 단풍 가로수들도 담양호를 가기위해 줄을서서 기운찬 붉은빛을 가슴에 안겨준다. 만추의 추월산 그리 크지도 높지도 않은 산이지만 갖출것 다 갖춘 옹골찬 정말 아름다운 우리들의 산 입니다.

 

담양군에 바라고 싶은것

 

추월산 정상이후 수리봉 깃대봉 까지는 이정표와 표지석이 전혀 없어 산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초보자를 위해 수고를 좀 해주심이... 꼭 부탁 드립니다.

 

 

추월산 산행들머리 단풍

     

가는길

호남고속도 : 옥과 나들목 나와 29번 도로 내장산 방면 용면 지나 추월산 터널 나온후 관광단지  

88 고속도   : 담양 나들목 나와 29번 도로 나머지는 위 와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