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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산길

고즈넉한 산길 남해 호구산 (납산)

늘 지나치기만한 산. 남해군 이동면 용소리 호구산(650m).

2년전 여름에는 지인 내외와 고찰 용문사밑 계곡에서 발만 담그고 놀다간 그 산을 작년 12. 25. 동생 친구들과 오르기 위해 찾아갔다. 한때는 교명(橋名)으로 사천시와 남해군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연륙교 때문에 이제 호구산은 근교 산행지로 그 명성을 날릴 태세다. 상주 해수욕장으로 가는 금산 못미쳐 우측으로 난 고개길 앵갱고개를 힘겹게 올라 조금만 가면 몽돌 해수욕장과 이웃한 한폭 그림같은 암벽과 장송이 정겹게 느껴져 자주오던 앵강만 낚시터가 흘러간 시간을 암시하듯 시야에 들어온다.

 

 

용문사를 오르는 시멘트길 위로 거대한 수로가 고가도로 처럼 머리위를 지나고 길옆 양지쪽 다락밭에는 남해의 특산품인 마늘이 제법 파릇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오르니 용문사 일주문이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겨울속에 서 있다. 태풍매미는 이 산자락 민초들이 정성으로 불심을 심는 절터 곳곳에도 상채기를 내었다. 돌로 조성된 아주 오래된 구름다리도 급류에 패어 위태하고 센 바람이 대숲을 지날때면 요란한 소리가 산속 고요를 깬다. 백련암을 지나고 너른 마당 한켠에 산객들 목축여 가라는듯 약수물 넘쳐 흐르는 소리가 참으로 맑게 들린다.염불암 경내는 물소리 이외 일행들 발자욱 소리만 자욱하니 아!이곳이 참선으로 가는 진정한 수도의 길이련가?

 

여기서 부터 정상까지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좌측 송등산을 가르키는 이정표를 뒤로하고 변화없는 비탈길을 천천히 걷는 일행들을 뒤에두고 혼자서 기어오른다. 위로만 오르던 산길이 능선을 만났고 좌측과 우측으로 가는길이 어디로 가야할지를 망설이게 하지만 모두다 정상으로 가는길이다.  조용하던 산속이 이내 사람소리로 시끄럽다.

연륙교덕에 숨겨져 왔던 호구산은 광주 대전 대구등 먼곳까지 알려져 형형색의 리본이 겨울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희뿌연 안개로 뚜렷한 조망은 할수 없었지만 앵강만과 가천 설흘산이 눈앞이고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한 보리암이 있는 금산과 하동의 진산 금오산이 눈앞이고 연륙교 너머 삼천포항의 와룡산이 어슴프레 보인다. 

 

 

정상 표지석에서 아우들 기념촬영을 하고 돗틀바위를 향해 내려섰다.

15분여 내려간후 무덤아래 공터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뒤돌아보니 공룡릉 같은 바위지대가 작은산 답지않게 기품있게 곳곳을 채우고 있다. 몇차례 바위를 지나고 편한 숲속을 만난지 잠시후 용소 공동묘지의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오전에 출발했던 주차장에 닿았다. 다시 연륙교를 지나 삼천포항 노점 회센타에 들러 오랜 세월 단골로 익숙해진 얼굴 삼순이 상회에서 활어회 한쟁반 떠서 아우들과 오랫만에 회포도 풀어 산길은 고독할수도 외로울수도 없다는걸 다시한번 느낀다.  그날 동행한 아우의 친구들은 모두 고향집 이웃에서 유년을 함께보낸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