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S님 ! 어느해인가 로타리
산장에서 휴식하고 임자령을 지나 개선문을 들어서 남강의 발원지인 천왕샘을 돌아 하늘과 맞닿은 천왕봉에 올라보니 여지껏 설악(雪岳) 만 오르고
내려 세상천지에 설악이 대한민국에서 제일좋은 산으로 생각해오다 장중한 산세를 지닌 지리에 반할것 같다는 소리에 저는 느닷없이 오늘 또 천왕봉을
오르고 싶었습니다.
지리는 설악의 공룡능선 같은 아름다운 암봉을 가지지는 못하였지만 3개도(경남.전남.전북)1개시 4개군 16개면의
방대한 지역에 동.서로 약45KM의 장쾌한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져 사계절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을 연출합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있다는
천왕일출의 장관은 새해벽두 수천명이 줄지어 오르는것만 보아도 짐작이 갈것입니다. 또한 지리는 S님이 즐겨찾으시는 설악계곡의 폭포처럼 그 수는
많지는 않지만 폭(瀑)마다 애절한 전설이 담겨있는 불일.구룡.무재치기.칠선.가내소.법천.용추의 7대 폭포가 제각각의 모양을 뽐내며 웅장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오늘 찾아간 지리산은 무엇 때문에 시샘이 났는지 한치앞도 보여주지 않고 심술을 부리더니 임자령에 다다라서야 하늘을
열기 시작 하였습니다. 이 모두 멀리서 보내주시는 氣 덕이라 생각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여지껏 보지못한 점입가경의 풍광이 이곳에서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1,000미터가 넘는 10여개의 봉우리들이 일시에 바다속으로 잠겨버리고 시루봉과 촛대봉 그리고 천왕봉과 써레봉만이 섬이되어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반야낙조가 노고단 운해가 일찌기 이처럼 아름다운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언제나 부아가 난것처럼 모든것을 날려
버릴것 같은 정상 천왕봉의 칼바람도 오늘은 숨죽이듯 잠잠해 20여분을 머물게 하니 이 또한 氣의 조짐이 아닐련지... 하얀바다. 중봉도
섬이 되었다 잠겼다 자맥질을 연신하더니 결국엔 바다에 빠지고 맙니다. 바람이 말칼퀴 세우듯 일으켜 세운 지리산릉들이 모두 하얀바다에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순결한 은백의 설원도 모두 물속에 빠져 그 형체도 찾을수가 없습니다. 낭랑한 법계사의 독경소리마져 바다에 잠겨 들리지
않을것 같은 지리산 운해는 또 하나의 그리움 같은 아름다움 입니다. 잠자듯 안개속에 잠겨있는 돌탑앞에 이르러 저도 돌멩이 2개를 주워 탑위에 얹어놓고 고운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내려
갑니다.
S님 오셨다 가신 발자욱을 우둔한 이 사람이 혹 밟을까 싶어 내딛는 발자욱도 조심하며 내려갑니다. 지금 지리산엔 푸른
이끼가 돋아나고 나무가지엔 망울이 맺힌 한겨울속의 봄 입니다. 그곳 설악도 오늘은 심심하지 않게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갈 것입니다. 이제
이 지리산길에 S님과 함께 가는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2006. 1. 14. 천왕봉을 다녀와서 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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