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개월만에 소호고개로 가는길을 찾는것은 쉬운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921번 지방도를 찾아 들어가다가 보지도 못한 범선카페를 보니 낮선길이라 생각하고 되돌아 나와 69번도로로 진입해 한참을 가다가 살펴보니 이 길도 상북면 석남사로 가는길로 잘못왔다. 처음 들어섰던 도로로 다시가 좌측 정신병동인지가 보이는 재를 넘어서서 한참후 전원주택지를 만났고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14번째 정맥길의 끝 지점이었던 소호고개에 닿았다. (09시30분) 화목용 아카시아 나무를 짜르는 촌부의 봉고차가 임도 한복판을 막고서 있다.
사진 ▲ ▼ 소호고개
맞은편 산길로 들어서자 솔향이 진하게 코끝을 자극하니 봄은 이곳 산중에도 자리를 잡는다. 진한 초록으로 변해가는 솔잎도 나무밑에 자리잡은 이끼도 봄은 추운 겨울속에서도 연한 색칠을 해놓았다. 산길옆 벼랑끝에서도 화신을 전하는 생강나무의 노란꽃도 설레는 처녀 가슴마냥 수줍게 보여 봄은 앙가슴이 요동치는 그런 계절인가보다.
제법 가파른길을 올라서니 솔숲길은 끝이나고 망울 열심히 맺고있는 굴참나무의 도열속에 올라서니 700봉이다. 평탄한길 고요함은 발소리에 놀란 꿩이 푸드득 비상하니 먼 그리움에 넋놓고 걷던 산객도 후다닥 놀란다.
이제 산중에는 푸름과 온갖 꽃들로 한바탕 잔치를 벌일것이다.
다시 콧노래 부르며 평탄한 잡목들의 환송을 받으며 올라서니 손보지 않은체 방치된 희미한 헬기장 표시석들이 퇴색하여 나뒹굴고 있는 703봉으로 추정되는 봉우리에 닿았다.
이어 시야가 탁 트이는 넓다란 임도와 공터를 만나고 여기서 배즙과 곳감으로 휴식과 배를채운 다음 다시 리본이 펄럭이는 맞은편 능선에 들어섰다. 제법 넓은 산길이 이어지고 봄물오른 가지마다 손끝만 갖다대면 금방이라도 터질듯해 살짝이라도 건드려 보지 못한체 길만 재촉한다.
이번 구간은 심한 높낮이가 없어 별 어려움은 없지만 정맥길과 그 주변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어 필자 일행들을 안타깝게 한다. 무슨 명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업성은 물론 재산적 가치성도 희박한 산중에 사진처럼 개발도 하지못한체 파헤쳐만 놓고 그대로 방치한 지자체와 당사자들에게 심한 분노를 느낀다. 잘지은 주택 2채엔 인적은 없고 개만 낮선 사람들을 보고 악을쓰며 짖어댄다. 정맥길 건너편 산등성도 무슨 공사를 하는건지 파헤쳐져 폭우시 산사태의 위험이 염려된다.
절개지를 올라 암릉을 오르고 능선의 분기점인 604봉을 내려서니 예전 목장의 초지 조성지로 보이는 억새 군락지에 닿아 앞서간 일행들과 만났다. 멀리 삼각형 건물이 시야에 들어오고 산중 저수지도 보인다. 폐허가 된 건물 그리고 철망들이 널부려져 푸른꿈을 접고 어디론가 떠났을 목부들의 슬픈 추억이 을씨년하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진행할 산길을 각자 점검한후 목을 축인뒤 다시 일어섰다. 파란 하늘의 구름은 여유롭지만 능선의 늙은 억새를 뉘이는 바람은 아직은 차갑다.
질좋은 삶은 갈수록 요원한 것일까? 아직도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해는 언제쯤 끝이날까? 희망을 말할수 없는 작금의 개개인 경제 사정은 극명하게 그 차이가 나 설움과 환희가 교차한다. 예전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던 우리네 부모님들의 삶의 질이 투박한 질그릇인 막사발이라면 요즘 세태는 양보다는 질을 선호하는 투명하고 얇은 크리스탈 이겠지?
나이가 들어 이제사 돌이켜보니 욕심내지 못하고 산것이 회한이 된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 이렇게 살아와 무엇이 남던가? 손뼉을 칠 일도 환성을 지를일도 없이 장년의 세월은 무미하다. 필자는 요즘에 와 삶에 춘궁기를 맞았다.
현대판 보리고개를 허리띠 한칸한칸을 졸라메며 오르는 형상이다. 나이는 능력도 뒷전이다. 그래서 산길에서 이 말 한마디만 늘어놓자. 이 글을 읽는분들이여 제발 나이들 먹지 마시라고... 조각공원을 암시하는 조형물이 산객을 맞는다. (11시41분) 기실 저 행위가 사랑.화합.전진등 작가의 의중이 있을텐데 그것을 알지못하는 문외한을 위해 기단에라도 무슨뜻이 담겨 있는지 적어 놓았다면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선생의 조형물 감상도 한번갈걸 이래저래 북청물장수 같은 마음은 요즘 세상에 대접 받기는 어렵나보다.
못내 그리던 대관령을 보았다. (12시03분) 먼 그리움도 대관령을 본다. 오케이 목장터고 그곳도 ok목장의 결투장일까? 소들이 떠난 초지엔 그림처럼 대관령을 닮은 풍광이 전개된다. 산중 작은 호수는 아늑한 봄과 장난기 부리며 놀고 호반의 물빛은 하늘색을 닮으려 발돋움하니 뭉개구름이 하릴없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못가에 앉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전을 들으며 점심식사를 했다.
기분 같아서는 휴게소나 매점으로 달려가 TV를 보며 응원을 하고 싶건만 모두들 미련없이 일어섰다. 파란하늘과 뭉개구름 금빛 잔디와 푸른소나무 그리고 사람들 자연과 인간이 가장 조화롭게 어울릴수 있는 최상의 자리다. 여기에 무엇을 더 바랄까? 그래 추억한장을 담아보자. 또 이넉넉하고 평화로운 능선에 다시는 서지 않겠다고 장담할수는 없지만 아무튼 추억을 만들자. 번영을 갈구하던 거대한 삼각형으로 건축한 방주교회(폐쇄됨)(노아의 방주교회)는 개벽이 있기도 전에 쇠문을 걸어 발길마져 끊어놓았다. 인간 군상들의 욕심이 이렇게 허무한것을... 재촉하는 발길마져 무겁다.
이대장이 들고있는 종주지도에는 이곳이 ok목장터로 표기되어 있으나 이런 이곳이 내일리 조각공원이다. 방주교회 아래 초원에 조각공원이 있다는 선답자들의 종주기를 감안하면 우리가 걷고있는 이곳이 조각공원이 확정적이다.
금빛초원에 푸른 소나무도 잘 어울리지만 5-6월경에 이곳을 지나가면 아마 강원 강릉의 대관령처럼 더 아름다운 그림을 사람들에게 줄것같아 이곳은 가급적 초여름에 지나 갈것을 권하고 싶다. 정말 건장하고 호쾌한 소나무옆을 돌아갈때는 거의 환상적이였다.
wbc야구가 3:0으로 뒤질무렵 무심코 길 따라만 걷다가 정맥 통제목도 무너뜨리며 전진했더니 당초 필자는 가지 않기로한 단석산 정상을 오르고 말았다. 우리처럼 아랫 지방에서 올라오는 정맥팀은 십중팔구 이 삼거리를 놓쳐 단석산을 간것같고 달아논 정맥 리본을 떼어 옮기지않고 그대로 달아두어 더 헷갈리게 만들어 놓았다. 단석산은 경주 시가지가 조망되고 신라천년과 흥망을 함께해온 남산(금오산)이 눈앞에 있다. 필자는 정상에서 잠시 남산과 시가지를 바라보며 추억에 잠기며 행복해 했다.
▲ 단석산 정상. 신라 대장군 김유신이 무술 수련후 얻은 신검으로 암봉을 내리친곳 이라던가?
▲ 희미하지만 경주 시가지가 보이고 남산도 조망된다.
▲ 이곳이 당고개와 단석산으로 가는 삼거리. 길이 뚜렷해 헷갈리기 쉽다.
잠시 삼국통일의 대업을 달성한 신라의 도읍지 고도 경주와 남산을 음미하며 다시 내려오니 야구는 급작스럽게 6:0으로 패하고 말았단다. 대국이라고 세계의 질서를 편성하는 나라라고 자부하는 야구 종주국인 미국이 내놓은 소국보다 더 작은 꼼수의 대진표는 분노 그 자체가 아닌가? 정말 꾀를 부려도 죽는꾀만 부린 미국의 작태에 진정한 스포츠정신은 이미 퇴색하고 말았다.
4강에도 들지못한 그들의 실력을 과연 무엇으로 변명을 할까? 아무튼 대한민국에 위정자들의 작태는 짜증과 실망 그 자체지만 2002년의 붉은 태극전사와 2006년의 푸른 태극전사들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 환희와 행복을 가슴에 심어 주었다. 결승탈락의 뼈아픔을 예선 전승으로 위안받고 초대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 4강의 이름을 당당하게 올렸으니 가상하지 않는가?
비탈길을 내려서니 너무 갸냘프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대궁위로 꽃망울을 떠뜨린 들꽃을 보고 새 봄 새 출발을 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기를 기원하며 내려서니 경부고속 건천IC로 통하는 당고개다. 땅고개로도 표기하기도 하지만 이곳 원주민들의 말로는 당고개가 정석이란다. 쉼터앞 잔디밭에서 휴식한후 서포횟집으로 직행했다. 봄 도다리회 괜찮죠 ㅎㅎㅎㅎㅎ
▲ 산길에서 만난 봄꽃들
▲ 당고개. 땅고개라고도 부르지만 당고개가 정석인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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