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본 사람과 안가본 사람의 차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지난번 주왕산도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면서 주왕산에 취한건지 망할넘의 뚜렷한 길과 표시기 때문에 별바위를 지나야 피나무재가 나오는걸 깜박하고 우설령이 있는 주산재를 피나무재라 착각하여 하산을 한후 택시를 불렀으나 한참을 기다려도 차가 오지않아 전화를 했더니 피나무재에 벌써 택시는 도착 했단다. 무슨 소리냐고 택시가 안보인다고 했더니 필자의 위치를 말하라고해 일러주었더니 몇분 지나자 택시가 왔다.
피나무재는 여기가 아니라 저쪽 어디라고 하길래 욱박지르듯이 이곳이 맞다고 기사의 말을 무시했더니 오늘 드디어 낭패를 당한것이다. 가사령에 필자의 차를 세워두고 택시를 불러 피나무재로 가자고 하자 기사는 엉뚱한곳으로 날 데려간다. "아니 아저씨 여기가 아니고 피니무재로 데려다 주어야죠. 여기가 피나무재예요. 어허 ! 아니라니까? 저기 주왕산 표지판이 있고 깃발이 많이 달린 재(령)말이예요. 별바위 밑 그곳은 피니무재가 아닌데... 필자의 완강한 말에 피나무재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기사는 제풀에 말끝을 흐리고... 그 재에 도착한 산객은 정맥길이 아닌 나홀로 길을 줄창 걸었고 이어 다시 그 재로 하산하여 포장길을 지치도록 걷는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태워준 기사양반 "허허 그래 이넘아 오늘 뺑이좀 쳐봐라"했을것이다.
재 반대편 산길로 접어들어 고갯길을 한참을 가도 길은 뚜렷하나 표시기 하나도 없어 갑자기 불안해 지기 시작해 지도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정맥길은 이곳이 아니라 뒷편 큰바위(별바위)가 있는곳이다. 다시 왔던길을 내려와 우설령에서 아무리 차를 기다려도 한대도 오지않아 피나무재까지 걷기로 하고 포장길을 터덜터덜 내려가니 남도엔 다 져버린 매화꽃이 여긴 이제사 한창이다.
날씨도 무척 차갑다. 914번도로 청송가는길 고갯길을 1시간도 넘게 걸어갈 무렵 지나가는 차를 세웠으나 모두 손사례를 하며 지나간다. 갑자기 고도에 혼자 표류하여 온 선원이 된 기분이다. 지쳐 잠시 쉬고 있을 무렵 논갈이 할 경운기 수리를 하려 재넘어가는 촌부의 트럭을 얻어타면서 역시 아직도 우리 촌사람들의 인심은 남아 있다는 생각에 너무 고맙다. 주름이 많이 새겨진 얼굴이지만 넉넉하고 온화하다. 피나무재에 도착하니 정맥길은 시작부터 개구멍을 낮은 포복으로 통과해야 한다.
09시25분 개구멍을 통과하여 능선을 오르니 만개한 진달래가 산객을 반기지만 이미 포장길을 많이 걸어온 탓에 다리는 천근이다. 넓은 임도가 따라오고 10시10분경 다시 임도를 만났다. 허기진배를 잠시 채우고 10시53분 헬기장을 지나간다. 정말 오늘 같은날은 왜 이런 고생을 하면서 맥을타야 하는건지 자신에게 재차 반문하게 되고 이걸 종주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줄것도 알아준들 뭐가 달라질까 자기 체력에 맞춰 건강을 지키기위해 산을타면 될것을 뭐 그렇게 모험을 하느냐는 친구들의 조소가 환청으로 들린다.
이 구간도 조망은 없다. 그저 묵묵히 길따라 산길따라 선답자의 뒤를 답습하듯 가는거다. 오르고 내리기를 수회 반복하면서 어떤때는 이를 악물고 올라야하고 어떤때는 무릅에 힘을주며 내려선다. 맥종주는 재미가 없다. 다만 이것이 아니면 이 낮선곳 같은 대한민국의 땅이지만 한번도 밟을수없는 내 땅을 밟을수 있어 위안을 삼고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므로 성취감을 얻는것이다.
걸어온 산줄기가 멀어진다. 살아온 젊은날이 유수처럼 흘러 멀어져가듯 내가 걸어가는 이 산줄기에도 지금의 기백을 능선과 봉우리에 점으로 남겨놓고 이별을 한다. 산을 만나면 언제나 흥분이 되던것도... 산이 날마다 두손으로 불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가가듯이 산은 다 만나지못한 아니 평생 다 만날수 없는 그리움이라 느끼며 산을 만나려 간것이 그래서 산을 버리지 못하고 멀리 하지 못하고 산그림자 길게 드리워 어둠이 깔릴때까지 산에서 나는 벗어나지를 못하니 어떤때는 측은하다는 생각도 든다.
질고개에 내려서니 정오다. 건너편엔 산불감시 요원의 오토바이가 보이고 넓다란 묘지옆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요새 귀하다는 할미꽃이 함초로히 피어 눈길을 준다. 곧잘 노친네들로 표현되는 할미꽃. 약초로 알려지면서 무자비하게 남획되어 몇년전엔 종을 놓을뻔 했던꽃 그 꽃이 이 산길에 피어있다. 노오란 솜방망이도 양지의 특별한 후광을 얻어 다른곳보다 훨씬 건강하고 진하게 피었다. 넉넉하게 점심을 먹고 일어섰다.
논어를 탐독하시는 산불감시요원의 전송을 받으며 다시 산객은 길을 걷는다. 풍광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간다. 얼마전 영양군 모 산골로 고냉지 채소(유기)를 경작하려온 동갑내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척에 있는것 같지만 만나기가 용이하지는 않을것 같아 나중에 하산하여 전화를 하겠다며 전화를 끊고 길을 재촉한다. 15시37분 3번째 헬기장을 지나고 이어 지적경계점을 만났다. 618.5봉을 지나고 706봉에서 내려다 보니 포항시로 내려가는 68번 도로가 있는 통점재가 아득히 보인다.
통점재를 가로질러 반대편에 올라 너른 공터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간식을 들고 일어선다. 직선으로 달리던 산줄기는 좌측으로 굽돌아 물굽이를 만들더니 다시 활처럼 휘어져 곧게가다가 742봉을 직진해 가는데 맥길이 아닌것 같다.
다시 지도를 펴보니 742봉에서 좌측으로 돌아나간다. 742봉 능선길은 팔공기맥 능선길이라는 작은 종이 안내판을 발견해 별 헷갈림없이 아래로 내려섰다. 사정없이 맥은 숙어지고 길은 지겨울 정도로 그 끝이없다. 해는 천천히 떨어질 준비를 하고 이어 한참후에 임도가 보이더니 멀리 가사령에 세워둔 차가 보인다.
가사령 끄트머리 나무에 리본을 하나를 달고 잠시 휴식한후 차를 몰아 한참을 내려오다가 전화기를 찾아보니 어 전화기가 없다. 오늘은 왜 일진이 이런지... 핸드폰 고리가 금돼지라 전화기를 돌려줄 확률이 낮을것으로 판단하여 분실및 정지 신고를 하고 뒷날 다시 가사령을 찾아갔더니 리본매단 나무밑에서 찾았다. 그것참 나하고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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