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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정맥 길

낙동정맥 19번째길 (당고개-숲재-아화고개)


낙동정맥 종주 19번째 길
당고개-독고불재-숲재-사룡산-아하고개
2006. 5. 21. 날씨 맑음

 

 

녹색.

어느새 세상은 온통 눈부신 녹색천지로 변했다.

일림산 그리고 지리의 팔랑치에서 진홍색 철쭉에 취해 눈만 감아도 분홍빛 물결이

밀려오더니 오늘은 눈도 푸르게 물이드는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 !이제는 기억조차 아스라한 신록예찬이 문득 이 순간에 누군가의 뭉클한 보고픔

으로 떠오른다. 푸른 청춘. 요동치는 가슴은 태산보다 높은 이상과 꿈도 세월과 환경에

점차 퇴색되더니 흔적조차도 희미하다.

중년.세월에 비켜서는 부류일까?

아니 세월이 보기가 측은해서 비켜가는 건지도 모를 정말 어중간한 나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맞이한 진초록은 한량없이 싱그럽다. 내 젊은 시절

처럼...

07:00에 진주를 출발하여 경주를 지나 건천나들목을 빠져나와 당고개에 도착하니

09:40분경이다.  당고개 휴게소의 노란 입간판이 졸고있다. 

건천읍 표지판을 뒤로하고 임도를 따라 우측 능선에 올라서니 고사리가 발길을 더디게하고 향 좋은 치나물은 필자의 손바닥보다 더 커 먹기엔 이미 늦었다.

시작부터 오름길이다. 10여분도 되지않아 이마에 땀이 흐르고 숨은 턱에찬다.

습도가 높아 오늘은 여름 산행처럼 고달픈 산행이 될것같아 마음을 다잡고 시작하지만

사실 겁이난다. 처사 서아무개씨와 김해김씨의 무덤이 나오고 숲길이 이어지더니

이내 다시 오름길을 쉬엄쉬엄 오르니 앞으로 전진할 산줄기가 약간 보인다.

 

      
   

   당고개

 

잡목숲길이 계속되다가 임도 성격의 비포장도로가 필자 일행이 진행하는 방향을 가로질러간다. 맑은물이 도로옆을 지나가고 이내 오름길로 한동안 진행하다가 안부로 내려서니 여기가 선답자들이 말하는 오리재인지... 길가 치나물과 고사리를 채취하면서

산길을 갈려니 자연히 걸음이 느리고 시간이 소요되므로 나물채취는 미루고 길을 재촉

해보지만 후덥지근한 기후탓에 영 속도가 느리다. 다시 코가 땅에 닿을듯한 오르막길

을 25여분 땀 무던히 흘리며 오르니 능선분기점인 582봉이다.   

 

  

 

  

 

요즘은 대간 혹은 정맥길의 종주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산악회 단위는 물론 뜻을 같이한 7-8명의 대원들이 의기투합해 길을 떠나는가 하면 

간혹 무모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단독으로 종주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난 추세다.

자신과의 싸움. 인간한계의 극복. 종주길은 어쩌면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의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왠지 단독종주는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가급적이면 2명

이상은 되어야 하지않을까 걱정해본다.

특별한 지점을 제외하고는 표시기를 따라가면 대부분 헷갈리지 않고 정맥길을 갈수

있다. 오늘 구간도 높낮이가 심하고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약간은 지루하다.

  

  

 

멧돼지 출현 소리에 혼비백산

 

  

 

  

 

회장님 !
멧돼지가 누워 있어요.
앞서가던 여대장이 고함을 지른다.
우리는 숨을 죽이며 제자리에 얼어 붙듯이 서고 잠시후 진행될 상황에 어떠한 대처가
필요한 건지 생각할 무렵 몇발자욱 더 나아가던 여대장이 멧돼지가 새끼를 방금 낳아
기진맥진한 거라며 새끼들의 숫자가 많다고해 모성본능이 강한 어미가 우리가 옆에
있다는걸 눈치만 보이면 즉각 공격해 올거라며 필자를 보고 나무위로 오를 준비를
하란다. 태어나 한번도 나무위를 타보지 못한 필자는 나무위 보다는 덩치큰 나무뒤로
달리는것이 나을거라 판단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큰 나무를 찾고 있을무렵 후미
에서 오던 이대장에게 전방 멧돼지 출현을 이야기하자 겁없이 앞으로 나가더니 에이
" 집돼지"란다. 일시에 긴장이 풀어지고 파안대소다.
대원들은 새끼 돼지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너무도 싱겁게 끝난 멧돼지 사건의 헤프닝.
이어 쏟아질듯 비탈길 내려서니 말 키우던 어두목장과 돼지 야산에 방목하여 사람
놀라게한 대형 축사가 있는 너른 독고불재다.
그 옆으론 또 산 하나가 사라질 채석장의 발파소리가 요란하고.........

 

  

 

                  

 

                  

 

  

 

헬기장에 부산에서 날아온 지프 1대가 착륙해 있다.
대량의 산나물 채취를 위해 원정온 이들의 포대3-4개는 각종 산나물로 가득 채워져
나무그늘에 모아져 있다.
대관령과 흡사한 너른 녹색의 초지가 여유를 줄 무렵 "회장님 노루 갑니다." 새풀을
뜯다가 인기척에 놀라 초원을 달리는 노루의 도움닫기는 야생의 기가 넘쳐 불끈 손에
힘이 들어간다.  허 오늘은 동물의 왕국 취재 나온것 아닌가?   
다시 초원을 지나 능선에 올라 비탈길 힘주며 위태위태 내려서니 생식마을로 가는
숲재다. 일부 지도에 숙재로 표기 되어 있으나 원주민들은 숲재가 정확한 지명이란다.
길옆 정자나무 그늘에 친.인척이 모여 유흥을 즐기고 우리는 그 옆에 자리를 잡고
허기진 배를 채운후 아하고개를 향해 일어섰다.

 

  

 

  

 

생식마을.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이곳을 지나면서 진양기맥.낙남정맥.현재 진행중인 낙동정맥상에

당국의 허가를 득한건지 아니면 단체의 힘으로 밀어 붙인건지 도처에 맥을 끊고 그기에

건물을 지어 사용치도 않고 방치한곳이 즐비하다.

이곳도 인기척은 없고 군데군데 허름한 건물만 띄엄띄엄 지어져 있다.

선두가 비포장 도로를 따라 능선 우측으로 진행하다가 되돌아 나오더니 구룡산 방향으로

향해 뒤따라 갔더니 리본 즐비한 사룡산이다. 정맥길에서 좌측으로 벗어난 산이고 다시

여기서 좌로 난 길을 갔지만 정맥길이 아니다. 이곳이 많이 헷갈리는 구간으로 구룡산

방향판에서 부산방면에서 위로 올라가는 정맥팀은 우측으로 윗쪽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팀들은 좌측으로 내려가 생식마을 도로를 따라 가면 숲재로 간다.

 

  

 

  

 

                

 

  

 

  

이 구간에는 유달리 저수지와 소류지가 즐비하다.

그래서인지 길바닥엔 물이 흔하다.

1번 경부고속도가 지나는 굴다리 밑에도 물천지다. 굴다리를 지나 반대편 과수원길을 간다.

누이의 볼 연지처럼 진홍빛 복사꽃이 진 그 자리에는 열매들이 주저리 맺혀 사람들의 손을

기다린다. 과수원을 가로 질러가는 우리를 보고 할머니는 핀잔을 주고 우리는 아무런 대꾸

없이 길만 가야한다. 농자천하지근본인 이분들에겐 낙동정맥 그 자체가 사치이기 때문에..

        

   

 

  

 

멀리 만불산에 만불상이 주변을 압도한다.

아화마을의 늙은 사과나무에도 어김없이 열매가 달렸다.

탱자울타리 꽃 향내가 어린 시절 큰 장독대와 고목의 단감나무 두 그루가 서 있던 뒷뜰을 

가시 세우며 보듬던 유년의 우리집으로 데려다 줘 종주길도 필자에겐 회상의 길이고

잊혀지지 않을 중년의 추억을 만드는 길이다.

09시42분에 출발해 18시 25분에 하산 했으니 족히 9시간 넘게 산속 신록을 입고 온 셈이다.

 

  

 

  

 

당고개 출발

 

  

 

4번 국도 아하고개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