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이 새 인생의 출발점이 되길...
인생에 막다른 길이 있을까마는 퇴직이 주는 중압감은 상당할 것이다.
처음 거친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민첩성과 유연함이 있었던 사회 초년
생 시절이 십수년의 세월에 마모되고 쇠퇴해져 이제 작은 물살에도 몸을 뉘어야하는 지경에 이르니 온
몸을 던져 세상을 산 푸른 시절들이 시방 그리울게다.
며칠전
평생을 국세청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선배님이 퇴직휴가를 신청 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왜 그렇게 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것일까?
만년 계장이셨던 분
그러나 필자에게는 지방관서의 서장보다 더 존경스러운 선배님이시다.
필자는 오늘 그 분의 청렴에 대해서 말머리를 삼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미 재직시 동료들간에 당신의 청렴도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고 公과私의 경계선을 확실히 긋고있어
그 범주를 넘는다는건 곧 인연을 끊는걸로 각오를 해야 하니까?
2-3년전 8월경으로 짐작된다.
필자에게 의뢰한 쟁송사건중 증거서류로 오래전에 폐업된 한 업체의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해 이를 교부
받고 모처럼 이 분도 뵐겸해서 점심시간에 맞춰 세무서를 찾아갔다.
근처 식당으로 모셔 식탁에 앉자 어려운 걸음을 어떻게 했느냐고 먼저 묻는다.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재판관의 서증명령을 문서로 받아오면 당장 해주겠다고 해 사실 서운함이 묻어났지만 평소 그 양반의
성품을 아는지라 떼는 물론 사정도 못하는 대신 넉두리는 밷았다.
"아니 우리 법원에는 폐쇄된 법인의 등본은 얼마든지 발급 받을수 있는데 폐업신고된 사업장등록증이
뭐가 대수라고..." 몰래 식당 주인에게 점심값을 주었다고 된통 소리를 지르며 기어히 필자의 주머니에
밥값을 쑤셔 넣고는 "봐라 ! 날(日)잡아라 시청 김과장 하고 쐬주나 한잔하게"
3일전
시청 친구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형님하고 저녁이나 하면서 오랫만에 소주나 한잔 해 보잔다.
일찍 좀 연락해서 모시지 괜히 타박을 주고 야근하는 직원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양해를 구하고 약속
장소로 갔다. 평생 늙을것 같지 않던 여유롭던 얼굴이 그 사이 주름도 늘어난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짠해져 온다. 물론 워낙 동안이라 우리보다 더 젊게보지만...
퇴직 하시거던 긴장을 풀지마시고 여가도 즐기고 운동도 열심히 하라고 했더니 피식 웃으며 다양한
취미와 운동을 할 계획을 세워 놓았단다. 그 중에서 또 한번 필자를 감동시킨건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서 평소 하고 싶었던 문학공부를 하겠다는 말에 필자가 더 흥분이된다.
머잖아 글쟁이 하나가 또 나오겠구나...
노래방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오래전에 고전이 된 유행가를 부르는 형의 모습에서 어쩌면 퇴직은 또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란걸 느끼며 필자도 모처럼 구수한 노래 한곡을 목 터져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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