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물결 가득... |
알고져 하는 사람들이
지혜를 얻을려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삼여도와 초도 그리고 용머리가 대양을 향한 연화도를 거느리고
천혜의 경관을 지니며 사는 욕지도. 그곳의 봄은 쪽빛바다로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2007. 3. 24. 통영 끄트머리의 섬 욕지도를 가는날 봄비 가 질펀하게 내리고 있다.
10시 20분경 욕지 카페리호에 차량과 함께 승선해보니 작년 4월 초 연화도를 산행할때 얼굴을 익혔던
선장(남태우)이 조타실로 필자를 안내해 커피를 대접 하면서 강풍과 풍랑주의보는 방금 해제 되었지만
먼 바다쪽은 파도가 높다고 말해 필자는 재작년 8월 집채만한 파도에 생과사를 넘나들었던 대마도 산행
길이 다시 악몽으로 떠올라 몇번이고 하선을 생각하였지만 이미 배는 터미널을 밀어내고 있었다.
회색빛 하늘에 비는 계속 내리고 가슴 쓸어내리는 항해는 멀리 친구집이 시야에 들어올때 끝이났다.
다시는 바람부는날 배는 타지 않겠다던 그 해 귀국길의 다짐이 오늘 또 깨어졌다.
간사하기 이를때 없는게 인간의 마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욕지의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검푸른 바다를 파도가 수천번 아니 수만번 뒤집어야 쪽빛 봄 바다를 만든다.
그때 비로소 왜가리는 비상하며 봄을 알리고 때깔좋은 화사한 봄은 섬사람들을 보듬고 있는 천황산에
분홍빛 기운을 올려 보내는 것이다. 오늘 용트림하듯 뱃전을 때리던 파도도 어쩌면 쪽빛 봄 바다를 만들
려는 강한 몸부림이였나 보다. 그러나 제발 내일 돌아가는날은 바다를 미끄러지듯 가길 소원한다.
오랫만에 해후한 친구와 미뤄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며 욕지 오름을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서자 세월에
무던히 변한 주변 풍경이 영 낮이설다.
친구는 매형 내외와 매제까지 불러 함께간 필자의 지인과 인사를 나눈후 싱싱한 생선회에 회포를 푼후
실로 오랫만에 흘러간 노래 몇곡까지 불러 더 없이 기분좋은 섬에서의 하룻밤이 파도가 잠 재운다.
다음 날(2007. 3. 26.)새벽 함께간 지인은 간밤에 마신 술 기운에 필자를 따라 나서지 못해 혼자서 일출
을 보기위해 관청 오름을 부지런히 오르는데 작은 집 담벼락옆 무시로 해풍 맞으며 선지피로 핀 동백의
자태가 눈이 부시다. 동백은 여인의 절개로 핀다. 열흘 그 진한 몸을 지탱하다 떨어져도 그 붉은 기운이
오래간다. 여인의 한 이 아닐까? 작은 오름길 옆 황토밭 둑엔 작은 유채꽃과 제비꽃 그리고 이름모를
들꽃이 보시시 눈을 비비며 싱그러운 아침을 인사한다.
여명이 가져다주는 신선한 회색빛 풍광은 갯내음과 비린내와 섞여있다.
너무나 신선해 막혔던 코까지 뚫어주고 저 먼 대양에서 밤새 달려온 갯바람은 물속 바위섬을 건드려
포말을 일으킨후 이내 필자의 폐부로 들어와 기분을 업 시켜준다.
구름 때문에 일출은 볼수 없었지만 여명은 어김없이 욕지도의 선잠을 깨운다.
천황산 정수리에 붉은 기운이 감돌고 호수같이 고요한 관청 앞 바다에 부지런한 어부들이 어제 해거름에
내려놓은 그물을 들어 올리기 위해 하나 둘 방파제를 빠져 나가고 있다.
다시 내림길에 만난 처연한 자태로 눈에 들어오는 동백이 길손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올해는 유달리 동백이 눈에 삼삼거리는건 왜 일까?
친구 부인이 정성들여 차려 내온 아침 밥상에도 봄은 수두룩 하다.
간밤 마신 술 때문에 콩나물 북어국만 홀짝거리다 천황산을 향했다. 천황산은 높은산은 아니나 천혜의
경관을 지닌 욕지도를 찾는 테마 산행객들이 부담없이 올라 삼여도와 새천년 공원 그리고 남해바다에
떠있는 섬들을 바라보며 망중한에 잠기는 조망의 산으로 2년전부터 전국에서 몰려드는 산객들의 발걸음
이 끊이지 않고 있다. 봄볕 머물어 산 암봉 곳곳에 핀 진달래가 100년도 넘은 영욕의 세월에 욕지인과
함께 혼으로 피어 이방인을 마중한다. 먼 곳 지인이 사는 강릉과 대전서도 이곳 천황산에 올라 너른 바다
를 보며 먼 길 여독을 달래고 갔으리...
오늘 바다는 고요다.
고즈넉한 바다의 정경이 아른하다.
눈앞에 떠 있는 섬들
암봉사이에 핀 진달래가 묵향처럼 스며오고 신선이 노닐다 간듯한 삼녀도에 봄볕받은 파도가 웅비하
듯 위로 솟아오른다.
욕지 콩란
천황산에도 군 레이더 기지가 산 전체의 경관을 흐려 놓는다.
쪽빛 망망대해 길 밝히는 백의의 여인상이 새 천년 공원에 조성되어 먼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의 안녕과
풍어를 빈다. 절해고도. 외로운 섬이였던 욕지도. 육지의 여는 마을보다 더 오래전 사람들이 살아 한때
는 인구가 10,000여명이 되었으나 지금은 그 절반인 5,000여명이 욕지의 트레이드인 "고구마"와 활어
그리고 염소를 주 수입원으로 살고있다. 천황산자락에 새 집을 짓는 인천에서 온 60대 부부는 작년 여름
이곳에 여행을 왔다가 쪽빛바다와 천혜의 경관에 반해 가산전부를 처분하여 이곳에 터 를 잡았다고 해
필자를 어리둥절 하게 한다.
오늘도 욕지의 경관과 천황산을 오르기 위해 서울등지에서 많은 산객들이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대기봉에서 바라보는 눈앞의 풍광은 과히 장관이다.
망망대해에 홀로 파도와 폭풍을 이겨내는 무인등대의 외로움도 볼수있고 무엇보다 물살을 가르며 더디
지만 뭍으로 뭍으로 달려오는 봄을 가슴에 담을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하고 벅차다.
욕지도는 이제 뭍의 사람들이 해안 절경을 수월하게 볼수있게 해안도로 개설과 정비가 대부분 끝이나
누구나 쉽게 섬 전체 천혜의 경관을 접할수 있게 되어 년중 사람들이 섬을 찾아와 생동감 넘치는 섬이
되었지만 정작 이곳 원주민들은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리에 괜히 필자가 무안하다.
삼여도의 일부분도 보이고..
그리고 이곳 어민들의 주 수입원이였던 활어 양식은 값싸게 밀려오는 중국산 활어로 판로가 막혀 대부분
의 어민들이 상당액의 부채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고향농촌과 닮은것이 안타깝다.
요즘 횟집에 가면 "자연산"고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국산"인지 "중국산"고기인지가 관건이란걸 다시
한번 곰씹어 볼만한게 현실이다.
욕지도의 입구를 파수병 처럼 지키는 방파제끝 하얀등대와 노란등대가 이색적이다.
무슨 뜻이 담겨져 있는지 필자는 알수 없지만 따스함과 평온함 즉 평온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아닐지... 쪽빛바다를 간다. 이내 뱃전이 옥빛으로 물이들고 갈메기는 이방인의 방문을 환영이라도 하듯
빙빙돌며 축하 비행을 한다. 날이 풀리자 감겨있던 눈이 뜨인 숭어떼가 유영해 줄낚시 하나 챙기지 못하
고 걸망만 챙겨 섬에서 낚시한번 들이지않고 가느냐는 친구의 핀잔이 정겹다.
친구네가 살고 있는 욕지면 동항리 관청마을은 해마다 여름철이면 외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 민박을
구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려는 사람들을 위해 관청 마을회관에 주거시설을 갖추고 염가로 민박을 대여
해줘 칭송을 받고 있었다. 수용인원은 약25-30여명 단체 피서객들에겐 안성맞춤이다. 너른 주차장은 물
론 회관앞 너른 공터에서의 캠프파이어 그리고 새로 건축한 휴식공간인 정자가 한 여름밤의 추억을 진하
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용예약은 휴대전화 017-544-5217. (055)642-5217.로 하면된다.
관청마을회관. 민박을 구하지 못한 피서객들에게 염가로 민박제공
휴식공간 인 팔각정 정자.
연화도와 통영팔경중 하나인 용머리바위
아름다운 초도
다시 올께
동백 서럽게 지고
물빛 시나브로 옥빛으로 변할때 쯤
다시 올께
푸른보리 누렇게 익어
타작하기 싫은 옆집 새댁
뭍으로 줄행랑 칠려고
밤새 보따리 쌀때 쯤
내 다시 올께
욕지 오름 황토밭 고구마
뒷집 사내아이 주먹만 해지면
또 다시 올께
그리다 그리다 더는 참을수 없을때
친구야
내 다시 배 멀미해도 이리로 올께...
가는배
통영 여객선 터미널 1항차 06 : 50. 2항차 11 : 00. 3항차 15 : 00
욕지 - 통영 1항차 08 : 10. 2항차 13 : 00. 3항차 16 : 30
운임 1인당 7,700원 승용차 20,000원
문의 : 선박직통 : 011-587-6771 . 휴대 018-553-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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