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이 아름다운 산.
푸른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산.
낙동정맥의 시작점이자 끝점이기도 한 다대포 몰운대는 물론 거제 해금강 과 멀리 대마도가
날씨만 맑으면 볼수 있다는 가덕도 연대봉을 가기까진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랫만에 김해 아우의 제안으로 신선봉과 봉화대가 우뚝 서 있는 연대봉을 가기위해 이른 아침
김해를 향해 간다. 희뿌연 안개가 들판 가득 드리워져 기분이 상쾌하진 않지만 이내 걷힐
거라는 기대로 부산 신항만에 도착하자 바다는 안개에 묻혀 침몰하고 있었다.
동북아 해상 물류기지의 전초로 출발한 부산 신항만은 녹산 신호공단과 함께 새로운 부산 의
상징이 된듯 웅장하다. 머잖아 이곳 가덕도와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완공되면 또 하나의
볼거리는 물론 물류운송의 새 지평을 열게 될 것이다.
배 시간표를 보니 11시30분에 출항할 예정이어서 1시간이나 남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포장마차에 앉아 있을 무렵 승선을 독려하는 방송이 들린다.
선착장을 급히 나가니 이미 줄을 선 사람들이 배에 오르고 있다.
포구를 벗어난 배는 이내 안개와 싸우는지 속력을 낮추고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바다에 선다.
처음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후배와 담소를 나누다가 잠시후에 만날 섬 산 연대봉을 그리며
눈을 감고 있을 무렵 배 난간에 서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안개로 시계가 흐려 산을 3번 큰 배를 1번이나 충돌할뻔 했다는 소리에 불현듯 필자는 대마도의
악몽이 되살아나 불안하다.
그러고 보니 30여분 소요 된다는 거리를 1시간이 넘게 바다에 있는걸 보니 분명 선장은 항로를
이탈하여 엉뚱한곳에서 헤메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필자를 당황하게 한 것은 기백명의 목숨이 GPS도 없이 간밤 마신술이 덜 깬듯한 노 선장의
육안과 판단 그리고 경험칙으로 배를 움직인다는게 놀라지 않을수 없다.
요즘 같이 무선이 발달한 시대에 도착할 포구에서는안개가 심해 배가 접안이 어려우니 출항을
못하도록 해야 함에도(허긴 매표원도 8순이 넘은 노모) 금전에만 눈이 어두워 무지한 미개인들
이나 할 법한 재래식 운항을 하다니 분통이 터진다.
천성.대항선착장을 거쳐야 할 이 배는 결국 어렵게 위기를 넘기고 두문 선착장에 도착했다.
필자는 선장에게 강하게 한마디 한후 선창에 발을 디디며 또 한번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안개속에서 항로를 찾지못해 헤며다 "두문"선착장에 겨우 도착한 뉴 스타호
고향 두문리와 동일 지명이어서 더욱 정감이 가야할 곳 이지만 선장의 안전불감증에 부아가
나 어서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만 앞선다.
마을 표지석옆 돌담 골목길에 들어서자 연로하신 어르신이 연대봉을 오르는 길을 친절히 안내해
주셔서 초입을 쉽게 찾을수 있었다. 몇년전 이곳 가덕도 연대봉이 언론에 오르기 전엔 아마
고도답게 원시의 모습으로 신선함을 주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외지에서 주말과 휴일이면 수백
명씩 찾아와 등산로는 너른 임도로 변하고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약간 지겹기도 하다.
포장길을 따라 오르는 길섶엔 육지의 여는 산들과 마찬가지로 야생화가 피어 아름답다.
20여분 공동묘지옆 안부에 올라서자 눈앞에 희뿌연 개스에 싸여 흐릿한 연대봉이 우뚝 솟아
필자와 눈맞춤을 한다. 아우는 거리가 버겁는지 멀다고 말하지만 사실 저만한 거리는 1시간도
걸리지 않을 거리다 여기도 재선충으로 몰락한 소나무들이 벌목되어 비닐로 덮어둔 더미가
곳곳에 있어 토종 소나무의 종(種)이 사라지지는 않을련지 토종 산객의 마음은 또 무겁다.
길위에 앉아 싸가지고 온 문어 회에 소주잔을 기울이시는 노 산객들의 표정에서 지나온 세월과
일상의 삶이 묻어나고 조국을 위해 이곳 가덕도에서 산화한 23인의 묘지가 바람에 휘날리는
빛바랜 태극기의 모습처럼 엄숙해 보인다. 누가 세운건지 23인을 기리는 비문이 산객의 발걸음
을 멈추게 하고 그리고 옷깃을 여미게 한다.
회색빛 하늘과 닿은 연대봉
산화한 23인의 간성을 기리는 비문.
지겹던 시멘트길도 끝나고 정상 800미터를 남겨둔 잘록한 공터에 도착했다.
산불감시 요원들이 돌위에 펼쳐놓은 출입자 명부에 산객이 발 들여 놓았음을 글로 남기고 가덕
도 연대봉 산행의 하일라이트인 된오름길을 한땀 야무지게 흘린후 신선봉이 보이는 전망대에
서니 바닷내음 묻혀져 능선에 온 바람이 등줄기를 흥건히 적신 땀을 식혀준다.
갸늠할수 없었던 해무와 안개가 약간 걷히고 선미에 흰포말을 내며 작은배 한척이 포구를 향해
간다. 그리도 오고 싶었던 곳이건만 운대가 맞지 않는건지 조망도 할수없다.
대마도는 고사하고 몰운대도 보이지 않는다.
한주전 이곳은 숭어축제가 열린곳이다. 육지의 횟집에서도 흔한 숭어를 축제기간 때 한접시에
60,000원-80,000원을 받는다며 어느 누리꾼이 올린 글귀를 보고 오늘 내려가면 횟집에 들려
숭어 한접시가 얼만지 꼭 알아보고 가리라. 식구들이 총 출동한 가족산행대가 땀을 뻘뻘 흘리
며 전망대로 올라 탄성을 지른다. 선착은 딸 둘이고 그 다음이 아버지와 아들 맨 후미가 애기들
엄마다. 아마 이 집은 딸 둘에 아들 하나를 얻기위해 아이 3명을 출산한것 같다.
요즘처럼 저출산 시대에 과히 표창을 받아야 될 가족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