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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여름의 길목 대둔산

여름의 길목 대둔산
2007. 5. 26.한 여름 날씨

 

어느새 녹음은 짙어 그 향마져 진하게 코끝에 와 닿는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이 땅의 5월과 6월은 처절한 함성들이 산야를

적셔 환청이 되고 붉은 기운이 목젖에 걸려 심한 몸살끼를 느끼게 한다.

그리운 산 대둔산.

기암과 푸른 숲 그리고 계곡의 맑은물이 돌돌돌 흘러 더욱 산객들의 가슴을

흥건히 적셔가는 대둔산을 꿈에 만나듯 그리매 간다.  

구비구비 돌아가는 흙먼지 이는 길도 아니건만 이렇게 더디게 온 산객을 나무

라듯 대둔산의 기암은 저리도 눈 흘기며 내려다 보고있다.

  

 

▲ 대둔산 원경  

 

 

동학농민혁명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끝나지 않는 아니 끝낼수 없는 민초들의

울분은 극에 달해도 해결의 기미는 예나 지금이나 없을것 같다.

여기도 동학농민 항쟁의 전적비가 세워진걸 보면 새 세상을 품은 민초들의 울

분과 붉은피가 배티재를 한껏 적셔 신록마져 붉었을까?

기단석에 새겨진 斥洋斥倭 保國安民의 글귀가 그때 그 날을 말한다.

아직도 호객행위가 성행하는곳이 산 아래 밥집들이다.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부르는 아낙들의 소리를 들어며 대둔산 산행도를 얻을겸

도립공원 관리 사무소를 찾아갔더니 문이 잠겨져 있다.

국립공원에 이어 도립공원마져 입장료 징수가 폐지되자 이들도 휴무에 들어

간 건지... 그래도 그렇지 교대로 근무하면서 안내를 해주면 더 좋을텐데...

국립공원은 매표소를 탐방안내소로 바꾸고 등산객들의 길 안내는 물론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것마져도 격(格)이 다른것인지... 

 

 

대둔산엔 하늘열차가 있었다.

발품을 쉬이 팔지 않을려는 관광객들을 위한 하늘열차.

필자는 내 아이들과 십수년전 즐겨 불렀던 은하철도 999의 노랫말을 떠올리며

잠시 그립고 아름답던 추억에 잠겨본다.

삭도(케이블카)매표소를 지나 아스팔트 포장길을 올라 돌계단에 올라섰다.

호남과 충청의 명산이어서 아니면 놀토여서 그런건지 신록의 대둔산은 오늘

너무 시끄럽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짧은것 같지만 울퉁불퉁한 돌길 그리고

이어지는 돌계단길은 사실 산객들에겐 달갑지 않은 길이다.

  

 

수량은 적지만 푸른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청아한 산새소리가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리는 산객의 땀을 식혀 피곤함을 들어주고 동화속을 헤며게 한다.

머리위 구름다리는 천상의 신선이 노닐듯 사람들을 건너다 주고 하늘을 오르는

삼선암 계단 끄트머리는 파란 하늘과 닿았다. 

푸른 신록과 조화를 이룬 암봉들 역시 대둔산은 신록 무성한 여름 보다는 붉은

단풍이 기암 곳곳에 홍엽의 부채가 되어 휘늘어진 가을이 제격인듯 하다.  

호남의 작은 소금강 대둔산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는곳은 뭐라해도 정상

인 마천대다. 불쑥불쑥 솟은 기암절벽의 천길단애를 이어주는 구름다리.

하늘오르는 이상향 삼선봉 그리고 톱날같은 대둔산의 능선이 마루금을 그려

더욱 아름다운 풍광을 이곳에 서야 다 볼수가 있다.

솔바람마져 이곳에선 그림이 된다.

 

 

 

푸른 신록이 옷을 입힌 기암들. 가을엔 기암도 붉게탈듯하다.

 

 

 

 

경상대의 상징인 개척탑의 조형물이 마천대에 서 있어 의아하다.

거대한 철제 조형물이 마천대 정상 중앙부분을 차지해 썩 어울린다고는 볼수가

없다. 도심의 교차로 한복판이나 공원에서나 볼수있는 그런 풍광에 산객은 낮

이 설어 사방 산릉만 바라보다 하산을 서두른다.

연신 카메라의 셔트를 눌러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삼선암을 향해

내려서니 푸른 담쟁이가 거대한 바위에 옷을 입혀주고 있다.  

   

 

연인인듯한 젊은이들이 얼굴을 맞대고 무엇인지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하늘을 향하는 통천문 같은 삼선암 계단.

 

 

 

사람과 사람. 천상과 속세를 이어주는 대둔산 구름다리. 

 

 

 

 

 

 

 

 

녹색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두고 맑고 푸른산 대둔산을 내려섰다.

여행이 가진 아름다운 얼굴과 산행이 안겨주는 건강한 얼굴이 모이는곳.

대둔산도 여행과 산행이 어우려진 멋진 곳 이다.

산객은 돌무지 계단길을 내려설때 지금까지 한번도 느끼지못한 엄청난 무릎

통증으로 하늘열차를 탈수밖에 없었다. 편도 금 5,500원.

산객은 무릎 통증만 오면 긴장이 된다.

혹여나 산길에 설수 없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대둔산은 전북 완주군 운주면 충남 논산군 벌곡면 같은 금산군 진산면에 소재

한 산으로 5-6월에도 맑은 산이지만 여름보다는 가을과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산이 아닐까?

■ 가는길

35번 대진고속도 - 추부나들목 나와 좌회전 - 17번 국도 전주방향 - 진산-

배티재 - 대둔산 관광단지  

 

 

 

 

오는길 대운산 계곡에서 발원한 개여울에서 다슬기를 잡는 아낙들을 보며

고향 영천강 생각이 났다.

자갈돌에 지천으로 붙어 어머니는 1-2시간이면 저녁 반찬거리 다슬기 회무침

을 장만하셨는데 20여년전쯤 이던가 "간"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전국에서

몰려던 남획꾼들의 써레질에 지금은 종(種)마져 부지하기가 어렵다는 마을분들

의 이야기에 "건강"과 보양이라면 목숨을 거는 우리네들의 행위가 참 서글퍼다.

제발 산란기때와 새끼 다슬기만은 채 같은 써레질에서 풀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