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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물결은 첩첩산중인 이곳 충북 괴산군 연풍에도 있었다.
자동차 1대가 겨우 드나들던 입석마을 진입로는 어느새 2차선 도로가 되어 있었고 마을위로
고속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상주까지 개통되었던 중부내륙고속도는 전 구간이 개통되어 괴산은
이제 더 이상 절해고도 같은 산촌이 아니다.
산이 중첩하고 기암괴석이 한폭의 병풍으로 연출되는 괴산은 청산들로 전국의 사람들을 부지
런히 오늘도 부른다. 악휘봉 산행은 이번까지 3번째 적송과 암릉 그리고 암장을 타는듯한 슬랩
구간이 여럿 있어 산객에겐 나름의 스릴과 이화령.희양산.저 멀리 속리산줄기가 그림보다 더
아름다워 조망에 반해 또 와도 싫증을 낼수없는 봉우리다.
11시경 마을에 도착하자 곳곳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고 계곡길옆 사과밭엔 아이의 주먹만한
풋사과가 볕쪼임을 하며 결실의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 올려다 보니 주릉의 암봉사이로 어김
없이 낙락장송이 걸려있다.
Y자 갈림길에서 우측 비알길을 힘겹게 오르는 산꾼들
악휘봉(845m)은 괴산군 연풍면과 칠성면 쌍곡리 경계에 속한 산으로 백두대간의 본 줄기에서
살짝 벗어난 괴산 35명산중 하나이며 마분봉(776m)은 연풍면 은티리와 종산리에 소재한 봉우리
로 이 두봉우리와 덕가산을 연계하여 산행을 하기도 한다.
악휘봉은 y자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2-30분 오르면 한땀 야무지게 흘리는 비알길
을 만나서 한차례 고단함을 당하고 나면 계곡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온몸의 땀을 일시에 식혀
주는 능선에 닿아 덕가산과 악휘봉으로 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악휘봉을 비롯 마분봉 덕가산등은 빼어난 화강암릉과 적송의 낙락장송이 압권이다.
능선에서 땀을 식힌후 곧바로 첫번째 밧줄잡기가 시작되고 힘주어 바위위를 올라서면 아!하는
함성을 들을수 있다. 노송과 고사목이 어우려진 암릉 전망대는 다른 산릉에서는 전혀 느낄수
없는 아름다운 조망처란걸 단번에 느낄수 있다.
저 멀리 속리산줄기는 물론 구름도 머물다 가는 이화령과 막장봉 중첩한 괴산의 산군들이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이곳에 서면 산객들은 모두 행복한 탄성을 지른다.
전망대를 내려서려면 긴 슬랩구간이다.
보기엔 아슬아슬 하지만 조금만 조심을 하면 누구나 하강을 할수가 있다.
암장을 타는듯한 느낌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고 어쩌면 이 스릴 때문에 필자처럼 두번 세번
또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몇해전 이 슬랩구간의 밧줄이 죽은 나무에 걸려 상당한 위험이 도사려 괴산군청에 이 사실을
고지 해서 인지 슬랩구간은 물론 전 구간의 위험지역엔 단단한 밧줄과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역시 아름다운 산을 가지고 있는 괴산군의 신속하고 아름다운 조치에 박수를 보낸다.
지인의 하강
▲ ▼ 악휘봉 전망대. 이곳에서의 사방조망은 과히 일품이다.
악휘봉 정상은 만원이다.
필자와 같은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부산 사람들 그리고 필자가 건네준 막걸리 한잔에 너무
고마워 하던 청주사람들 그들의 가슴속에 어느새 악휘봉을 심었다.
만원의 사람들로 증명사진을 찍지못한 사람들이 서둘러 내려서 선바위(입석바위)를 향해간다.
악휘봉 자락에 터 잡고 수천년 세월의 풍상에도 무던히 견뎌온 악휘봉의 명품.
어찌보면 손만 닿아도 거침없이 넘어갈듯한 입석에 추억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발 아래 계곡따라 멀리 입석마을위로 새로 건설되는 도로의 터널이 아득하다.
저 길은 어디에서 끝이날까?
▲악휘봉 정상
▲ 악휘봉의 명품 선 바위 (입석바위)
중식을 끝낸후 다시 마분봉을 향해 일어섰다.
거친 암릉을 넘어가면 적송의 아름다움과 괴이한 바위들이 산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것이다.
그리고 마법의 성을 통과하면 마을입구 소나무숲이 아름답고 대간길 걷는 사람들과 이곳 마분봉
악휘봉은 물론 희양산을 만나고 간 사람들이 걸어놓은 리본과 고통 그리고 희망섞인 낙서가 걸려
있는 은티마을의 주막집도 만나게 될 것이다.
늘어진 고사목 멀리로 희양산이 아득하다.
산 만큼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것도 드물것이다.
중첩한 산릉위에 걸린 구름위로 살포시 그리움이 피면 산객은 잠시 눈을감고 흐른 세월을 기억
하며 추억에 잠겨본다. 불같은 용기로 시작했던 진양기맥길 길이없어 수없이 길 헤며고 가시밭길
바지 찢겨가며 고통속에 종주를 마치던날 후배는 목놓아 울었다.
다시 낙남길 가자고 했더니 저절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거절했다.
작은대간 낙동길 이제 2구간을 남겨두고 홀로 산길을 걸어온 그날들이 회자된다.
참 산은 늘 다 만나지 아니 영원히 만나지 못할 그리움이 아닐까?
▲ UFO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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