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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여름 설악

 

굽이굽이 돌아가는 미시령은 숨이 턱에 차 자동차도 힘겹게 오르는 고개다.

또한 미시령은 한 여름이라도 새벽엔 냉기가 소름을 돋게한다.

방장 지리산에서 당차게 출발한 백두대간길은 여기 미시령을 지날때쯤엔 아마 그 열기가 식어들지 않을까?

조금만 더 전진하다가 더는 갈수가 없어 발걸음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길 따라 북으로 가면 금강의 채하능선을 지나 장군봉 비로봉 옥녀봉 신선대 세지봉 천주봉 오봉산을 거쳐 백두산으로 간다.

어떤이는 "백두대간"을 종주하지 않는 이유를 중도에서 더 이상 갈수가 없는 산줄기를 어찌 대간의 종주라 하겠느냐며 차라리

대미를 장식할수 있는 정맥 지맥 기맥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말해 이제사 변명아닌 진정한 우리 산줄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것을 느끼게 된다.

 

 

새벽 찬 이슬이 허리 밑으론 다 적시지만 점차 밝아져오는 설악의 북부는 기지개를 켜며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낙타의 등줄기를 타고 위용을 드러낸 울산바위.

울산의 신선이 이 바위들을 데리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긴 여정에 지쳐 깜박 잠이들어 제 시간을 맞추지 못해 금강산으로 갈수가

없어 이곳에 두었다는 울산바위의 유래가 참 기발하다.

골을 휘돌아가는 운무가 울산바위를 지나 달마봉을 향해 갈려나...

한국의 명산 설악산은 쉬이 갈수가 없는 금강산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우리의 산 이다.

사계절 그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주옥같은 시 와 노래는 명시요 명곡이 되어 때로는 가슴벅찬 설레임으로 때론 보고픔과 그리움

되어 언제나 가고싶은 충동에 몸살을 앓게한다.

 

 

 

황철봉에서 바라본 운무의 유희.

내가 사는 고장과 가까운 지리산의 운무가 바다라면 설악의 운무는 하얀 속살을 감싸는 비단천이다.

멀리 톱날같은 봉우리가 늘어선 금강산이 눈앞이다. 저 봉우리도 백두대간의 길이지만 우리 갈수가 없어 안타깝다.

 

 

 

설악의 진면목이 펼쳐진다.

정상인 대청을 필두로 우측 아래로 중청 또 그 아래 소청이 하늘에 닿았다.

산 사태로 생긴 너덜을 사이에 두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녹색의 바다가 펼쳐져 여름 설악은 생기가 돌고 싱싱하다.  

숨통이 트인다.

솔잎 간지르던 바람은 이내 산객의 등을 밀며 부지런히 마등령을 향해 가란다. 

 

 

서북주릉의 귀때기청도 아득하고 물이 떨어져 고생했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전화마져 불통으로 샘 있는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안절부절 하던 동행인들의 모습에서 산을 우습게 알면 그 댓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확인 시켜준 그 해 서북주릉의 산행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이다. 

 

 

 

 

 

 

 

운해는 설악을 통채로 삼켜 버렸다.

너울은 어느새 대양을 만들어 공룡도 용아장성도 물속으로 모두 침몰 시켰다.

태백산맥의 으뜸 설악은 대청이 주축이 되어 화채능.공룡.용아릉.서북릉으로 골격을 만들고 천불동 가야동 구곡담 수렴동과

백담 그리고 탕수동의 계곡은 담.소.폭포를 수없이 만들어 장관을 이루니 과히 천하의 명산이다.

말과 글로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산악미의 극치 설악.

계절에 따라 변모하는 풍광은 한눈에 반한 아리따운 여인이 여기에 비할수 있으리...

중첩한 능선 칼날같은 암릉에 천년을 살아온 노송의 자태는 또 그림이다.

 

 

마등령에서 지쳐쉰다. 9시간여를 걸었고 또 얼마를 걸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