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릉계곡
대간의 줄기에서 더듬어 그 한 지맥인 한북정맥이 축석령을 넘어 양주땅으로 진입하면서 동쪽으로 수락
산 과 불암산을 다듬어 놓고 서쪽에다 아름다운 도봉산을 들어 올린후 이어 한국 명산의 으뜸인 "북한산
(삼각산)"을 솟게했다. 이 나라 명산대천을 두루 답습한 사람들도 이곳 북한산에만 들어서면 그 감동에
헤어나지를 못해 수백번 아니 수천번 북한산만 오르게 된다고 했던가?
푸른숲에 가려져 예각의 첨예한 뿔이 세개(백운대.인수봉.만경대)솟아 더욱 아름다운 삼각산.
빼어난 암릉.거대한 암봉이 산의 형상을 위풍당당하게 만들어 북한산은 그 기(氣) 또한 넘쳐난다.
도심의 빌딩과 건물이 산을 절해고도로 만들어 섬이 되었지만 일천만 인구의 허파로 제 몫을 다하는
북한산은 華山.負岳의 예명에 어울리게 풍만한 관능미를 뽐내며 산객을 보듬는다.
장마철이지만 마른 장마가 계속된다.
고향산악회(이하 진주 금곡산악회)로 부터 벼르고 벼른 서울 산행을 집행 할려고 하는데 서울에 소재한
산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해 선뜻 북한산을 추천했더니 산객더러 "북한산"산행 길잡이도 부탁해 사실
난감하다. 6-7년전에 다녀간 이 산의 길도 희미하지만 무엇보다 산행할 회원들의 체력이 어느 길을 정
해야 할지를 몰라 망설이게 되어 부득히 산객이 운영하는 산악회 카페의 회원님이시고 동향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는 정부 모 부처의 박 서기관님께 메일을 보내 북한산 산행 안내를 부탁 드렸더니 요즘
새로운 업무 때문에 휴무도 없이 너무 바빠 함께 하지 못함을 미안해 하므로 오히려 부탁한 산객이 더
송구스럽다. 대신 북한산 등산로 중 제일 단거리를 부탁 드렸더니 "정릉에서 대남문-문수봉-승가봉-
진흥왕순수비- 연화사 비봉매표소-이북5도청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권해 산행도를 작성해 놓고 몇몇
지인들께 설명을 하자 모처럼 계획했던 서울 산행인 만큼 이왕이면 정상인 백운대(836.5m)를 올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 고민하다가 정릉에서 영추사-대성문-대동문-동장대-용암문-위문-백운대-백운
산장-백운대매표소로 하산하는 코스를 정하고 대신 산행이 힘드신 사람들은 반대편인 백운대 매표소
에서 오르기로 최종 정해 53명을 태우고 한양을 향해 출발했다.(2007. 7. 8. 오전7시)
정릉매표소엔 사람들로 혼잡하다.
모두들 욕심이 생긴건지 두어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산객을 따라 백운대를 향해 가겠단다.
당찬 그들의 용기가 가상하지만 높은 습도로 출발한지 10여분도 되지않아 이미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에 전신이 젖어간다. 자연적으로 산행 속도는 늦어지고 불쾌지수는 높아만 간다.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뒤따라오는 일행들을 기다려 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능선에서 다시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하고 다시 출발해 영추사에 도착했다.
불자들의 염불소리가 산골을 돌아가고 더위 때문인지 법회에 참석못한 보살이 바위에 가부좌를 하고
연신 경내에서 들려오는 나무아미타불에 맞춰 합장을 하며 그 소리를 되뇌인다.
영추사에서 1시간여를 걸어 드디어 대성문에 들어섰다.
북한산성의 성루중 하나인 대성문은 산객과는 낮이 익은지 이미 오래다.
험준한 산세는 여기 능선에서 잠시 심호흡을 하고 성벽을 따라 보국문 대동문 동장대 용암문을 거쳐
노적봉을 두눈에 담고 걸축한 암릉미를 뽐내는 백운대에 닿을것이다.
장마와 높은 습도로 사방이 희뿌옇게 개스층이 생겨 오늘 시계는 엉망이다.
따라서 아름다운 북한산의 봉우리들을 담을려던 산객의 바램은 여지없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지난달 다녀간 도봉산 몇해전 다녀간 수락산의 조망도 실크 커텐이 드리워져 답답하다.
지금의 북한산성은 조선 숙종37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며 13개의 성문이 있었다고 전한다.
만리장성에 비하련만 그래도 도성의 북방을 지키는 전초지로 역사의 숨결이 자리한 곳이 아닌가?
오늘도 성벽을 잇는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북한산은 산세에 걸맞게 계곡 또한 수려하다고 들었다. 행락객들의 무분별한 탐방으로 국립공원의 계곡
들은 심한 중병에 시달려왔다. 지리산 설악산도 그렇고 이곳 북한산은 더 예외일수가 없다.
계곡 휴식년제.
지금 국립공원들은 계곡에 밧줄을 쳐 황폐해진 계곡을 살리려 안간힘을 쓴다.
계곡이 살아야 맑은 물이 생명수가 된다는걸 잊어서는 안된다. 하여 이 휴식년제에 꼭 동참해야 한다.
대동문을 지나도 일행중 아무도 오지 않는다.
잠시 점심을 먹는 동안에 지나 간것도 아니고 걱정이 된다. 무리하게 따라나선 나이가 든 분들이 중간에
서 기진하여 혹 진행을 못하고 있는걸까? 잡다한 생각에 산객의 마음이 무겁다.
잠시후 당연히 뒤에쳐져 있어야 할 슬기네가 산객보다 앞서 있는걸 발견하고 불러 세워 물었더니 다들
백운대로 올라가고 있을거라며 자기들만 뒤 쳐져 온단다. 어디로 온것이냐고 물었더니 우측 칼바위
능선이 보이는 산길을 따라 오르니 보국문을 만나 성벽옆을 따라 왔단다.
이런 ! 그 가 가지고 있는 지도를 펼쳐보니 내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산객이 들고있는 지도의 등산로
와 산객이 복사하여 회원들에게 나눠준 지도의 등산로 와 는 판이하게 틀리게 선을 그어 놓았다.
1시간도 넘게 짧은 코스를 그어 주었으니 당연히 산객보다 앞서 있을수 밖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지만 한편으론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만약 산객을 따라 왔더라면 아마 절반은
지쳐 정상적인 등반이 어렵게 되었을터 순간의 실수가 이렇게 멋진 산행길을 열었으니 ...ㅎㅎㅎㅎㅎ
백운대를 오르는 암릉길은 언제나 섰다 가다가 반복된다.
인수봉의 장쾌함은 일찌기 이 땅 산악인들의 요람으로 수많은 클라이머들의 애환과 낭만 정열과 환희
아픔이 자리한 터로 앞으로도 영원히 클라이머들의 굵은 사연들이 암벽과 계곡을 채워 갈 것이다.
그 해 산객들과 둘러앉아 정감있게 돌리던 대포잔이 떠 올라 두부에 탁배기를 시켰으나 씁쓸하다.
운반하는 노동의 댓가를 금전으로 위자 받음이야 당연지사라 하지만 아이들 국그릇도 되지않는 작은
그릇 한잔에 금 1,500원씩의 막걸리 값을 지불하자 지인은 어이가 없는지 내려가면 아이스박스에 냉장
된 고향 막걸리가 많이 있다며 더 시키는걸 말린다.
산은 심하게 나무래도 늘 그곳에 떠나지 않고 산객을 기다린다.
산은 아무리 자주와도 가슴으로 안아 지친 일상을 쉬게하다 내려보낸다.
산은 성냄도
교만함도
그리고 악의도 없이 언제나 평화롭게 푸르게 산다.
북한산도 언제나 변함없이 사람들을 비비고 보듬어며 푸른 건강을 걸망 가득히 담아 차례차례 사람들의
등을밀어 다시 일상으로 내려보낸다. / 운악
'☞ 먼 산길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장산은 단풍이 없어도 좋다 (0) | 2007.10.17 |
---|---|
여름 설악 (0) | 2007.07.21 |
청산 악휘봉 마분봉 (0) | 2007.06.12 |
도봉산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0) | 2007.06.04 |
여름의 길목 대둔산 (0) | 2007.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