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10경중 하나인 불일폭포를 만나는것은 여름날의 기쁨 중 하나다.
하얀 물줄기가 무지개를 띄우며 떨어지는것이 아니라
물줄기가 위로 거슬려 올라가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불일은 승천하는 비룡을 닮았다.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청학봉과 백학봉사이 쌍계사 계곡의 차디찬 생명수가 되는 불일폭포는 60미터의 높이에
너비가 3미터나 된다. 강수량이 많을때는 천지가 개벽하듯 그 웅장한 소리가 사방 10리나 들리지 않을까?
늘 그렇듯이 게으른자 발품을 팔지 않는자는 불일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취해 갈수가 없다.
필자가 불일을 또 만나기 위해 가는길은 19번 도로로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80리 하동포구 길은 은빛 백사장을 조심스레 적시는 어머니의 강 섬진강물 과 강변을 울타리로 감싼 녹색 갈대밭 그리고 보석
같은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 여여롭게 노를저어 재첩을 따는 뱃사공, 푸른 강속의 은어와 줄다리기를 하는 태공들이 어우려져
하루에도 수십번 시(詩)와 노래를 만들고 때로는 애절한 드라마도 된다.
청량하게 들리는 계곡의 물소리
백년도 더 넘은 고목의 향이 후덥지근한 날씨마져도 살짝 재우는 대찰 쌍계사 길을 기분좋게 오르다가 옛 국립공원 매표소 자리
에서 징수받는 문화재 관람료에 또 기분이 상하고 옥신각신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씁쓸함이 묻어난다.
이곳도 남산 제일봉처럼 사찰 소유의 땅으로 사실 토지세를 내는 격이 아닐까?
삼신봉과 불일폭포로 가는길이 유독 사찰 마당을 지나가야 하니 영락없이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한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는 필자처럼 산을 무시로 만나려 가는 사람들에겐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다. 설악산의 신흥사.남산제일봉의 청량사등 국립공원 과 도립공원내 사찰이 있는 산 들은 늘 이렇게 실랑이가 벌어지니
하루속히 명쾌한 지침이 있어야 할것같다. 사실 산을 가는 사람들은 하산 시간이 조급해 사찰의 문화재 관람과는 거리가 멀다.
고즈녁한 사찰 길. 나무의 향과 사람내음이 좋다.
산방거사가 있는 불일휴게소엔 양심을 담는 무인판매대가 있다.
산골 냉기서린 옹달샘에 담가둔 맥주와 음료가 시원해 보여 갈증에 바구니에 그 금액을 놓고 캔 하나를 들고 바위에 걸터
앉아 잠시 쉬면서 탐심과 공심 사이에서 고민해 보지만 산객은 이미 공심쪽으로 가고 있다.
모든걸 버리고 사는 이 산장의 사람이 부럽다고 모두가 그렇게 살수는 없는것
속세에 산다고 해서 탐심이 있는건 아니다
물소리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다 삭막한 사막이 아니듯 우리 일상을 살면서 과욕을 버리고 이웃에 따뜻한 손 내밀면
푸른 솔향이 저절로 묻어나는 산방거사가 될터이다.
주인이 쌓은 소망탑 아래 돌무지 모은 샘의 대롱으로 쏟아져 나오는 석간수가 이 땅의 명수가 아니겠는가?
작년 이 맘때 지인들과 마주 앉아 즐겁게 식사한 야영장의 그 벤치에 앉아 원추리 꽃잎에 가만히 앉은 고추 잠자리의 자태에
골바람 따라 온 추억 한조각이 함께 내려 앉는다. 건너편 산자락에 하늘을 향해 서 있는 하늘 말나리의 미소가 너무도 밝다.
하늘 말나리
쌍계사 대웅전 옆 옥천교의 108계단을 따라 불일로 간다.
폭포의 명성 때문인지 구두에 나들이 복장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보여 마음이 착잡하다.
그렇게 드센 오름길이 없다해도 산에 대한 무례라 여겨져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토담집 울타리 같은 불일암을 돌아나가면 잘 생긴 노송들이 무지개 구름다리를 피우는 불일폭포와 어울리며 천년 또 천년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림이다.
불일폭포.
고운 최치원이 심산유곡을 돌며 심신을 수련하고 시심을 펼칠때 이곳 지리의 자락에 와서 학(鶴)이 내려앉아 선생을 이 봉우리
저 계곡을 태워다 주었다는 환학대도 이 산길에 있다. 발 담그면 금방 저려오는 차거운 계곡옆에 자리해 삼신봉과 불일을 오르
는 지친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준다. 가을이면 더욱 아름다운 산길 삼신봉 가는길도 이 길이다. 지리산의 전 구간을 조망할수
있는 삼신봉에서 좌측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낙남정맥의 시작점이자 끝점인 영신봉을 만나고 이어 세석평전과 방장의 우두머리
천왕봉에 오르면 세상은 모두가 발 아래 있다. 그리고 삼신봉 에서 내려다 보면 외삼신봉의 붉게 탄 노을빛 단풍이 금방 눈물을
자아내게할 정도로 그리움처럼 빛난다. 그 아래 마을이 도인들이 사는 일상에 지친자들의 이상향 "청학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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