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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여행

참꽃을 찾아서 "거제 대금산"

  다시 봄은 광년의 광기처럼 사람들을 무던히 들뜨게 할 것이다.

만물을 꽃으로 피게하는 봄은 매화,산수유,개나리,복수초,목련,진달래,철쭉을 차례차례 피게한다.

섬진강 바람따라 매화마을을 설화로 만들었던 화신은 점차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남도의 끄트머리 중 큰 섬 거제에도 벗꽃 과

진달래가 봄 햇살을 받아 만개를 준비하고 있다.

땅속 깊숙히 쳐 박혀 봄 오기만 기다린 개불알은 과수원 바닥에서 촌노의 발길질을 아슬하게 피해 방긋 웃으며 하늘과 눈을 맞대

지만 냉이와 달래는 부지런한 아낙의 바구니에 담겨 저녁 식구들의 입맛을 돋굴것이다. 

 

 락논이다.

6-70년대 우리네 식구들 목숨줄이었던 다락논에도 봄은 내려앉아 촌로의 쟁기질에 뭉클 봄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다.

겨우내 양지뜸에서 호의호식하던 누렁이는 농부의 논갈이 채근에도 어슬렁거리며 느린 속도로 기듯이 간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한참동안 자신을 버리고 휴식한 저 논배미엔 다시 풍요를 향한 농심이 가득 채워져 갈 것이다. 

진달래 동산 대금산 자락에서 만난 봄갈이 오늘 필자는 그 어떤 그림보다 넉넉하고 평화로운 봄 하나를 카메라에 담을수 있었다. 

 

 얼음장 이던 작은 계곡도 봄물에 풀려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기슭엔 새싹들이 돋아 생기가 돈다.

시멘트로 포장된 언덕배기를 숨 헐덕이며 올라서니 옛 고향집 흙담장을 닮은 아주 오래된 토가를 이 봄에 만났다.  

낚은 흑백사진에서 볼수 있었던... 아니 불편하고 부끄러워 기억 저 편에 밀쳐 두었던 어릴적 그 시절의 풍광이 오늘 여기

대금마을에서 HD영상으로 만난다. 옅은 구름, 아니 회색 구름 아래서 유난히  윤택한 빛을 발하는 흙벽. 사실 우리네 삶은

그곳에서 시작 되었다 . 산수가 수려하지 않으면 어떠랴 진달래가 만개하지 않으면 어떠랴. 화려한 벽돌집의 딱딱함보다 더 불편

하고 찌들게 보이지만 다시 만난 토가는 질펀하게 세상에 내려앉는 봄(春)과 도 같아 보여 행복하다.  

 

 련이 유난히 깨끗하게 핀 산등성을 돌아 진달래 축제장으로 가는 임도를 포기하고 거제지맥 표지석이 있는 산길로 접어든다.

봄볕을 시샘하던 구름이 덮어 길가 벗꽃은 망울을 터뜨리지 못해 아픈듯 피멍이 든다.  

비알길 옆으로 간간히 속내를 다 드러낸 진달래가 아름답지도 신비롭지도 않지만 봄의 자태가 되는것은 왜 일까?

대금산은 낮고 산행 코스가 짧고 단순해 골수 산꾼들에겐 외면 당하는 산이지만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지맥 구간 종주를 해 보면

이 말은 쏙 들어갈 것이다.  정상 옆 바위지대서 내려다 본 계단식 논들이 참 아름답다.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터(攄)가 봄 처럼 따뜻한 곳이라는걸 산정에서 내려다 보면 늘 느끼게 된다.

  바다를 만났다.

둥둥 떠 있는 섬도 만난다.

봄 바다도 기운차게 출렁이며 대금산 참꽃축제를 부추긴다.

눈앞에 평화롭게 남해에 드러누운 섬에도 황토빛 봄이 내려 앉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역사가 될 거가대교의 교각 공사현장을 보면서 섬과 섬을 이어가는 저 다리가 완공되면 대금산 4월 참꽂을

푸른 바다 위에서 볼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된다.

척박한 땅과 공해가 빚은 역설의 화원이 사실 진달래 군락지다.  

 아직 이르다.

준수한 산사면에 펼쳐진 참꽃 군락지에 꽃은 이제 막 처녀의 유두처럼 봉긋하다.

단순하게 끝난 산행을 위안이라도 하듯 대금산 정상 부근은 참꽃들에 둘러 싸인 괴암들의 풍광이 볼만하다.

사실 정상 부근이 이렇게 이쁜곳도 아마 드물것이다. 

몇해전 태풍이 사정없이 활켜 진달래가 고사되어 축제 위원회가 다시 식재한 그 자리에 연분홍 참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한다.  

산 아래 다시 일상으로 가는 저들은 무엇을 담아갈까?  

피지않은 진달래를 보며 실망하며 갈까?

4월초 만개하면 다시 오겠다는 기약으로 발걸음을 옮길까?

아니면 필자처럼 봄 오는 산과 바다 그리고 낮설은 토가를 만나도 너무나 행복한 일탈이 될까? / 2008. 3. 29. 대금산정에서...

 

 

 거제 장목 대금산 참꽃은 축제가 시작되는 4월 5일쯤엔 산능선 전체를 분홍 실크로 덮을것 같습니다.

축제기간중 먹거리는 "숭어와 멸치회" 그리고 누룩으로 잘 빚은 농주(동동주)가 일미 입니다.

가는길 35번 고속국도 통영 나들목 거제방향 거제 신현에서 거제 하청 장목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