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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여행

지금 일림산에 가면 무슨일이...

전남 보성의 5월은 참 특이하다.

녹색과 분홍이 조화를 이뤄 한쪽은 녹색의 바다를 그리고 다른 한쪽은 드넓은 분홍바다를 만드니 보성은 그 어느 고장 보다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한 고장이다. 

 

또 한 이 고장은 다산의 차문화와 학문에 의해선지 다도(茶道)문화가 유난히 돋보여 보성은 이 나라

녹차단지의 대명사가 된지 이미 오래다. 늦은봄 그윽한 녹차단지의 다향과 일림산의 3,330,000여㎡

분홍(철쭉)바다가 넘실대는 호남정맥의 허리를 굳건히 받혀주는 축제가 있는 산 일림산(예전 삼비산)

을 가본다. 

 

 

봇재 의 녹차밭 <사진 위.아래 2007. 5. 13. 촬영>

 

        

 상제의 황비 셋이 이곳에 모여 즐겼다 하여 삼비산, 년중 마르지 않는 샘물에서 황비가 놀았다 하여

샘비산 또는 천비산 안개가 자욱하게 산 허리를 자주 감싸 안아 현무산등 여러 산명을 가진 일림산은

보성군이 2001년 철쭉제를 열면서 일림산으로 표기해 경계지역인 장흥 사람들이 부르는 삼비산의

산명과 마찰을 겪기도 했다.

 

장흥과 보성에 들어선 호남정맥은 산 다운 산 그것도 왕관을 쓴 제왕의 산  제암산을 솟구치게 하고

남해의 해안선과 나란히 달려 나가며 사자산을 들어 놓는다. 이어 뭍으로 몸짓을 틀면서 부드러운 능선

에 기운을 새로 일으킬 당찬 산세를 만드니 바로 일림산(667.5m)이다.

 

 마침 이 날 보성은 제34회 보성 다향제가 열리고 있었다.

용추폭포 아래 웅치면 대형 주차장엔 행사용 천막들이 축제를 돋우고 먼길에 나선 필자의 발걸음을

처음 멈추게 한곳은 단연 들꽃집이다.

겨우내 주인의 보살핌으로 별처럼 핀 야생화의 청초함은 초록의 상큼함과 같았다. 

 우아함과 용맹을 갖춘 매발톱, 조용한 자태로 여인의 향을 뿜는 나도자란, 가슴에 한을 품은 천남성,

잎으로 몸을 숨겨 살포시 꽃을 피운 족도리. 들꽃은 이른 아침 산객의 눈과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산행들머리의 보성강 발원지인 일림산 용추계곡의 맑은 물과 녹색의 숲이 숨통을 트게하고 목교(木橋)

를 건너자 빼곡히 들어찬 편백나무 숲의 알싸한 향이 코속 깊숙히 파고들어 상쾌함이 극에 달한다.

칠흑같은 편백숲에서 산객은 작년 이 맘때 걸었던 골치를 거쳐 정상을 가야할 산길을 놓치고 낭랑하게

아니 돌돌돌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들어며 걷다 보니 세상 또 아름다운 산길에 접어든것이다.

 

편편한 이 길은 편백숲과 계류를 겨드랑이에 끼고 간다. 오름이 없는 부드럽고 넉넉한  이 길은 자연

학습에 나선 소풍길 같은 여유로움이 묻어나 발걸음 조차 오늘 만큼은 우족(牛足)이다.

 

용추계곡은 발품을 팔지 않을려는 피서객들의 휴식처로 단연 으뜸이다.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계류의 물살을 거슬려 오르는 피라미들의 안간힘을 보며 필자도 휴식에서

깨어 다시 걷는다. 길은 꼭 정상을 가지 않을 요량으로 줄창 계곡물을 거느리더니 어느틈에 왼손으로

슬그머니 물줄기를 밀쳐내고 주차장에서 올라온 임도와 만나 일림산을 향해간다.  

간간히 녹색의 떡갈나무 사이로 분홍 철쭉이 고개를 내밀어 천상화원이 펼쳐져 있을 산사면을 생각하니

또 다시 가슴이 요동을 쳐 느리던 발걸음이 급해진다.  

   

 

 

이토록 아름다운 융단을 깔아 놓은곳이 어디 있었던가?

그리고 이 토록 분홍물살이 드센 바다를 보았던가?

천상화원,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오직 자연만이 만들수 있는 100여만평의 분홍색 화원이 하늘의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넉넉한 산사면에 누이의 부드럽고 하늘거리는 분홍치마가 널려있다.

 

제왕의 산 제암산과 날카로운 사자산에 가려 설움 한없이 받았던 일림산은 해마다 5월이면 그 진가가 드러난다. 지리의 팔랑치가 합천 산청 황매산의 평원이 그리고 지리의 세석평원도 이제 일림산의 철쭉

화원에 주눅이 들 기세가 아닌가?  

 

 

골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함성이 분홍바다에 빠진다.

득량만 율포 의 은빛 물살과 보성벌 웅치벌의 너그러움도 천상화원의 분홍물살에 넋을 잃고 이곳을

바라본다. 일림산은 천상화원의 분홍바다 아래 또 하나의 녹색바다를 만들어 놓았다.

 

산 동쪽 기슭은 차 재배에 최적이라는 맥반석 지질에 남해의 해양성 기류와 내륙의 기후가 만나면서

생기는 습기덕에 부드러운 맛을내는 찻잎을 재배해 온통 녹색바다를 이룬다.

특히 봇재 일원은 산사면 전체에 일렁이는 녹색 물결로 장관이다.

  

 

 

 

장흥벌을 향해 일성하는 사자 형상으로 일컬어지는 사자산과 제암산으로 가는 능선 산사면에도 생명

의 녹색잎과 막 개화한 분홍 철쭉이 융단이 되어 사진 작가들의 발걸음이 붐빈다.

능선에서 만난 연로하신 분의 사진에 대한 정열이 분홍 철쭉보다 더 아름답게 보여져 그 분의 오감에

맞춰진 능선 풍경은 한폭그림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 시켜 줄것 같아 반백의 세월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지금 일림산에 가면 봇재의 녹색바다와 일림산 천상화원의 분홍바다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할것이다.(2008. 5. 3. 기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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