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남해바다를 옥빛으로 물들였다.
그 고운 봄물은 산길과 들길 그리고 지천에다 봄꽃을 흐드러지게 피게했다.
봄볕 넉넉히 받은 벗꽃은 절정에 달해 미풍에도 부드럽게 낙화되어 꽃비로 떨어지니 상춘객들의 마음을 흥분 시키기에 충분하다.
옛날 척박한 땅을 일구는 머슴의 한숨 소리가 바다로 퍼져나가던 가천 다랭이마을은 국가지정 문화재가 된후 고고한 맛은 떨어
졌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의 래왕이 빈번해 고요하던 마을은 무척이나 활기차게 시끄럽다.
응봉산에도 봄은 절정이다.
오를수록 멋스럽게 변한 봄산을 느낀다. 바위틈에도 어김없이 봄은 가득 채워지고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은 깃털처럼 부드럽다.
허한 가슴을 봄으로 가득 채우는 이 산길, 세상 그 무엇이 이 보다 행복할까?
응봉산과 설흘산이 가천 다랭이 마을을 삼태기처럼 담아놓았다.
산릉에서 내려다 본 다랭이 마을의 봄 풍광은 녹색의 빛이 옥빛 바다와 조화를 이뤄 감동이 되고 언덕배기 마다 봄 햇살이 부드
럽게 내려앉아 하나 둘 들꽃들을 피운다. 돌담 골목길을 지나는 부산한 도시 사람들의 발자욱 소리에 "다랭이 마을"은 늦잠을 잔
기억이 아련할 것 이다. 양지쪽 논둑밑에 쪼그리고 앉아 콧물 질질 흘리며 생고구마 껍질을 가마니에 쓱쓱 문질려 허기를 채우던
궁상맞던 아이들의 초라하고 순수했던 모습들은 오래전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쑥.건어물.농주를 담아 내다 파는 나이든 아낙들의
흥정소리만 마을 어귀를 휘돌아 나간다.
참 !오늘 동행한 후배가 필자가 듣지못한 다랭이 마을의 유래를 말해 필자가 대충 적어본다.
옛날 벼슬하던 집에 머슴살이를 하던 총각과 이 집(주인)의 과년한 딸이 서로 눈이맞아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시간이 갈수록 애틋한 마음들은 밤마다 물방앗간을 찾게 되었고 그리고 사랑의 씨도 가지게 되니 이 사실을 안 주인이 소문이
나면 집안 망신은 물론 패가망신이라 어느날 밤 소리 소문도 없이 이들을 내치니 이들이 이곳에 와 초근목피로 생활하다 일군것이
지금의 다랭이 전답이라는 說(설)이다. 혹 위 내용이 틀리면 정정 하겠으니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신년 해돋이 산행과 봄 맞이 산행으로 그 자리를 잡은 응봉산 설흘산 산행은 산행시간은 짧지만 산행내내 푸른 바다를 볼수 있어
처음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특히 4월 초 응봉산은 바위 틈새로 드문드문 핀 진달래의 자태 에 반해
4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어김없이 봄이오면 이곳을 찾게된다.
기암괴석과 진달래가 어우러져 빼어난 한폭의 그림을 만드는 응봉산 중턱에서 손에 잡힐듯 바라보이는 봉수대가 선 설흘산을
바라보면 예각의 바위가 산사면에 턱 버티고 서서 손짓한다.
바위틈새 함초로히 핀 진달래
설흘산 정상 봉수대가 보인다.
옥빛 바다를 타고 올라온 봄은 응봉산 정상에도 분홍빛을 살짝 내려 놓는다.
농주를 파는 노총각의 낮술에 나이든 연인들이 합세해 취기가 돈다. 여인은 술 핑계로 남정네의 허벅지를 잡고 너스레를 떨고
막걸리와 농익은 그들의 대화에 한켠으로 밀려난 후배와 농주에 물을 섞여 마신후 사방을 조망한다.
지난 가을 단풍곱던 호구산과 송등산의 산마루금이 아지랭이 처럼 너울거리고 와룡산과 금산줄기 그리고 오동도와 향일암이
무인판매로 손해를 보았다는 노총각의 손끝 에 달려있다.
산은 일상의 도피처가 아닌 안식처다.
응봉산의 4월은 넉넉한 봄이 하늘과 바다를 잡고 피는 진달래의 분홍빛 안정감으로 산을 내려설때도 그 희열이 더 하다.
봄 바람이 술렁거린다.
사촌 해수욕장으로 가는 칼바위 능선에도 분홍 진달래가 바위 틈새에 피어 하산길 서두려는 산객의 발목을 잡는다.
아직 필자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저 능선을 가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다음으로 미루고 나이든 연인들의 취중 농담을 뒤로한체
서둘러 설흘산쪽으로 내려선다.
사촌으로 가는 칼바위 길
응봉산 정상과 농주 파는 노총각
그리고 남해와 사천대교변 유채밭에서 봄을 다시 한줌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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