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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

불기2552년 부처님 오신날 삼사(三寺)표정

 

물욕 유난히 많은 이 나라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자비를 내려 놓으신 부처님 오신날

(음 4. 8.)은 풋풋한 신록과 청아한 산새소리 그리고 청명한 하늘까지 대동해 계절중 가장 포근하고

여유로운 날 이다. 필자가 오늘 찾아가는 벽송사(경남 함안군 마천면 지리산 칠선계곡 자락 소재)

가는길도 푸른 하늘이 열리고 가파른 언덕배기 옆으로 신록은 눈이 부시다.

벽송사는 한국 선불교의 종가 답게 고즈녁한 지리산의 천봉만학을 앞 뒤로 하고 부용(연꽃)이 활짝

부용만개, 청학(靑鶴)이 알을 품고 있는 청학포란의 형국에 자리잡은 유서 깊은 사찰로 조선 중종 1520

년 백송지엄 선사가 창건해 조선시대 불교의 선맥(禪脈)인 백계정심.벽송지엄.부용영관.경성일선.정허

휴정(서산).부휴선수.송운유정(사명)등 기라성 같은 정통 조사들이 벽송사에서 수행하여 조선 선불교

의 극대화를 이뤄낸 도량이다.

 

 

또 한 벽송사는 선교를 겸수한 대종장들을 108분이나 배출 "백팔조사 행화도량"이라는 별명을 얻기도해 선불교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참으로 오래전 내 아이들의 손목을 잡고 이 언덕배기를 올랐다.

아름드리 고목에서 내뿜는 향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지만 필자의 양손엔 이제 아이들이 없다.

불현듯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고 무탈을 빌고 싶은 아비의 마음을 한등(一燈)에 담고 싶은 이것도 부질

없는 욕심인지 모르지만 오늘 마음은 아이들과 함께 너른 경내를 휘돌고 있다.

 

흐른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고색 찬연한 산사가 허물어지고 벽송사는 지금 불사가 한창이다.

대웅전 앞 마당은 막 봉축 법요식이 끝나 한산하고 차를 건네는 보살과 연등을 접수하는 보살의 얼굴에도 넉넉함이 묻어난다. 대청마루에 꽃단장한 어린 부처의 몸을 정결히 씻어내는 아낙의 표정에도 물욕

이 사라지고 가장 평범한 진리인 "사람이 부처다"  하여 필자는 경내에 들어서자 마자 절을 수백번 하지

않더라도 부처님의 마음을 따라 간다고 믿는다. 

그리고 부처님은 늘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벽송사의 보물 장송이다.

고찰과 함께해온 세월을 이기지 못해 머리와 코 부분이 크게 훼손 되었다.

장송의 익살스런 모습에서 옛 선인들의 지혜와 풍자가 크게 마음을 비우고 살았음을 암시해 물욕에

찬 사람들이 오늘 이곳을 다녀 가면서 조금은 비우고 살기를 염원해 본다. 

언제부터 시작된건지 대웅전 아래 불사가 한창이다.  

   

 

 

 

불사가 끝난후에 아래 신축 건물이 큰법당인 대웅전이 될련지 모르지만 현재 벽송사의 대웅전은 단층도 없는 아주 평범한 와가로 특이하다.

꼭 오래전 우리가 접했던 고가 같은 분위기가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편하게 해주다니...

대웅전 뒤로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낙락장송의 자태가 참으로 고고해 보이고 고찰 아래로 천왕봉으로

가는 길목 칠선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칠선계곡의 일부 개방은 추성리 사람들의 생계성 민원과 진정

산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일궈낸 10년만의 쾌거로 전지역은 아니지만 일부가 개방되어 주2회 오르고

내리는 이 산길 예약이 필자에게는 앞으로 10년이 더 걸릴지도 몰라 안타깝다.

새로 신축한 공양간에 들려 점심 공양을 마치고 아래에 있는 서암정사로 발걸음을 떼어 놓으며 언제

또 올지를 몰라 두어번 뒤돌아 보며 작별을 한다.   

 

 

 

백천강하만계류(白千江下萬溪流)동귀대해일미수(同歸大海一味水),

수많은 강물이 만갈래로 흘러 바다에 돌아가니 한 물맛이다.

위 글은 서암정사를 들어서면 입구 돌기둥에 암각된 글귀다. 

지리산에 펼쳐진 화엄의 세계란 별칭을 가진 서암정사는 원응스님이 1960년대 터를 잡고 불경속 극락세계의 장엄함을 바윗굴속에 재연해 놓은 극락전 석굴법당이 있는 도량이다.

서암정사에는 8보살.10대제자.신장단등이 다양한 형태로 조각되어 넓은 부처님의 진리를 암시하고

있어 화엄의 세계에 잠시나마 머물게 한다.

  

 

 

산 중첩하고 골 깊은곳에 자리하니 마음마져 청정해지는 서암정사길.

아름다운 계곡 칠선계곡과 방대한 지리산의 상봉 천왕봉을 오를수 있는 심산유곡에 자리한 석굴법당이 있는 서암정사는 불심 깊은 사람은 물론 산사 여행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도 주말이면 많이 찾는 화엄

도량답게 오늘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부산해 신록과 함께 풋풋한 향이 경내에 가득차고 낭랑한 독경소리

와 어루려져 속세의 탐욕마져 감싸 안는다.  

   

 

가족의 무탈과 가정의 평화를 소원하는 연등이 석굴 법당 앞에서 춤을춘다.

수려한 지리의 경관

다양한 불교의 석조각

한국 불교에서 단절 되었던 사경수행의 복원 그리고 15년간 원응스님이 서사해 60만자로 완성한 금니

화엄경의 사경작품등이 이곳에 소장되어 빛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임란의 상흔이 남아 있는 백마산 자락에 터 잡은 백마사<경남 산청군 단성면 원지 백마산소재>에 들려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군무에 있는 아들의 안녕을 위해 연등을 단다.

이곳도 오래된 사찰터에 새로 불사한 법당이 고색을 밀어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맞아 "사람이 부처다"며

모두를 보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