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낙남정맥 길

다시 낙남정맥의 분기점 영신봉에서

다시 낙남정맥의 분기점 영신봉에서
[글.사진 / 2008. 6. 14. 雲岳.기산들]


우리 마음속에 언제나 어머니로 살아있는 넉넉한 산 지리산에만 들어서면 산객도 그 위풍당당함에 주눅이 든다.

방대한 산.

지리산은 산중 방장답게 수만의 준령을 거느리며 때론 박진감 넘치는 파고를 때론 끝간데 없는 운해를 만들어 꿈처럼 하늘을 날게한다.

봄엔 산자락 지천에다 야생화를 피우고 여름엔 녹음방초 짙푸른 신록이 가슴을 뛰게 하는가 하면 가을엔 선지피 보다 더 붉은 단풍이 온

천지에 융단을 깔아 지친 일상을 보듬는다. 겨울엔 한국의 고산답게 봉우리마다 흰눈을 이고 설산 희말라야를 가려는 알파인들을 불러

시험도 한다. 민족의 허리 백두대간<지리 천왕봉- 백두산까지>의 시작점이자 끝점이요 대간에서 가지를 친 낙남정맥<영신봉-김해

동신어산까지>의 분기점인 영신봉 또한 정맥의 시작과 종점이기도 한 지리산릉은 언제보아도 늘 하늘과 맞닿아 있다.

 

 

2004년 2. 8. 김해 동신어산을 출발한 산객은 가을이 살짝 내려 앉으려는 그 해 9. 5.에 낙남정간(정맥)의 마지막 구간인 거림-세석-영신봉

-석문-삼신봉-묵개재를 걸은후 오늘 다시 낙남정맥의 추억에 빠져들고 싶어  거림에 들어섰다.

새벽 거림골을 울리는 옥빛 계류의 물소리는 그 어떤 산들이 감히 흉내를 낼수없는 해발 900-1000미터에 이르기 까지 들려오므로 과히

골의 깊이를 짐작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골안에 펼쳐지는 폭 과 소 그리고 집채만한 바위들이 곳곳마다 연출하는 풍광은 자연의 경이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한다. 거림골은 지리의 주능에 손쉽게 오를수 있는 통행로이자 넉넉한 고원에 자리한 세석산장을 만나 하룻밤을 묵고

노고단과 성삼재를 향하던지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을 가기도 한다.

 

 

    

 

 세석의 인기는 한때 철쭉제를 대규모로 열었던 시절이다.

지금은 고전이 되었지만 이땐 술취한 유산객들이 주민의 지게에 앉아 가는이도 간간히 보여 지리산을 심하게 모욕하기도 했다.

거림골의 길은 여느 지리산의 길보다 유순하고 중간중간에 징검다리 처럼 박혀있는 돌덩이가 약간 성가시게 하지만 산장과 촛대봉 아래

산자락에 펼쳐진 풍광은 실로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곳 겨울 설화는 알프스를 능가하는 정말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져 거림골은 설화 산행지로도 그 인기가  높다.   

 

 

 거림골은 대성골 유평골 피아골처럼 넓은 계곡은 아니지만 옥빛 계류와 원시의 숲이 압권이다.  

 

 

 

 

 

푸른 신록에 묻힌 세석산장. 지리종주자들의 중간 기착점이자 일반 산객들의 휴식처로 연휴엔 산메니아들로 만원이다.

 

 

산장 아래 천년의 샘. 거림계류의 원천이다.

 

 

이제사 막 잎을 내미는 주목. 세석평원과 촛대봉자락의 설화는 실로 알프스를 능가한다.

 

 

거림에서 출발해 산장아래까지 오면 신작로 같은 산길을 만나 천년샘에서 목을 추이고 산장에 오르고 이어 각자의 갈길을 간다.

 

 

다시 필자를 반긴 세석산장.

오늘도 어김없이 산메니아들로 시끄럽다.

 

 

영신봉 (1651m).

백두대간은 이 봉우리에서 인심좋게 낙남정맥길을 만들어줘 두발로 맥을 잇는 산 사람들을

부추긴다.

 

 

촛대봉.

지리산 종주자들이 천왕봉을 가기전 천왕 일출을 즐기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곳으로 자락이

아름답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천왕 일출을 볼수 있다고 했지만 필자는 그 해 새벽 바로 일출을

볼수 있었으니 이건 지리산신의 큰 은혜였을게다.

 

 

위 산릉을 따라가면 칠선봉.덕평봉.빠알간 우체통이 서 있는 벽소령을 지나 반야봉을 흠모하는 노고단을 만난다. 

 

 

영신봉 암봉

여기서 지리산신께 제를 올리고 낙남정맥 종주의 무사 산행을 빈다.

 

 

연하봉 제석봉아래 장터목 산장과 우람한 천왕봉의 위용.

한국인의 기상은 여기서 시작 되었다.

 

 

 그리고 천왕은 한국 3대 계곡의 하나인 칠선계곡을 내리고 중봉 하봉을 따라 두류봉 쑥밭재 새재를 늘어 놓는다.

 

 

 

나는 다시 낙남정맥의 시작인 영신봉을 만났다.

아니 영신봉이 나를 안았다.아득히 노고단에서 너울처럼 달려온 지리의 준령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반야봉의 자태와 그 아래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벽소령 아래 형제봉이 힘찬 걸음으로 산객을 향해 줄달음쳐 온다.

발 아래 다시 가야할 낙남정맥의 능선이 아득하다.

석문을 지나 아려오는 무릅을 추스리며 지리산릉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는 삼신봉을 지나고 외삼신봉에서 숨을 고른후 묵계치 고운동

으로 발걸음을 채촉해 동으로 동으로 그 맥을 따라 다시한번 정맥길에 나서 볼 요량이다. 

그 기간이 얼마가 걸릴지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다시 끊어진 이 산줄기를 두발로 이어갈 용기가 있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지리산은 늘 그리움과 설레임으로 산을 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