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온갓 번뇌 부벼도 포근히 감싸줄것 같았던 가을이 저만치 멀어져 간다.
멀지않은 과거에 무시로 만났던 정에
이번엔 꼭 안기며 오래오래 느껴보리라 다짐하며 천천히 따라 갔더니
서늘한 바람 내게로 한줌 보내놓은후 시린 찬서리 두어번 맞더니 무심하게도
아리도록 진한 가을의 끝자락을 슬그머니 놓는다.
빛나도록 맑던 그 가을을 말이다.
된서리를 피한 굵은 가지 아래 몸통에서 핀 단풍잎이 처절하도록 붉다.
가을은 저 먼곳으로 부터 천천히 그리고 정숙하게 찾아와 꽃을 피우듯 산고를 치루다가
어느 사이 후두둑 후두둑 시들은 이파리들을 떨어뜨려 서럽게 땅에 드러눕게 한다.
그래서 가을 하늘이 닭똥 같은 눈물처럼 맑고 서러운 마음처럼 시리고 푸른걸까?
소가야 제왕들의 릉 잔디도 황금빛으로 물이 들고
산책을 나온 여인의 어께위에 늙은 가을이 주저 앉아 외롭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우리 미래의 터전이자 전부다.
쓰러지는 가을 언저리 어느 시골 학교 교정에서 온몸으로 떠나는 가을 을 붙들고 부비는 아이들을 만났다.
도회의 아이들이 물질문명의 편리함에 컴퓨터나 게임기에 매달려 있어도 산골 아이들은 필자의
과거처럼 너른 마당과 흙, 떨어진 낙엽위를 뒹굴며 병약하지 않고 산 처럼 살아간다.
어느날 아침 뜨락 화살나무에 앉은 붉은빛의 가을이 감잎을 물들이다가 담벼락에 마주선 석류를 터뜨린다.
아이의 치아보다 더 맑은 석류알이 입안을 알싸하게 하던 가을이 속절없이 떠나고 있다.
가득 채워졌던 들판이 올해도 어김없이 농부의 가슴에 환희보다는 한을 더 크게 주고 가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난 가을은 긴 가뭄을 인내로 참아내며 황금들판과 만산마다 홍엽을 피웠다.
다시 조락을 맞아 시들어 땅과 물위에 드러 눕지만 귀한 생명 함부로 하지않고 땅밑에서 그리고 진흙탕 속에서
인고의 시간들을 기다리다가 해동하는날 다시 일제히 솟구쳐 올라 은은한 생명의 꽃을 피우려 올 것이다.
이렇듯 거역하지 않는 대자연의 섭리앞에 물욕만 가득찬 우리네 인간 군상들이 아무리 배우고 터득해도
깨우치지 못하니 절로 고개를 숙여야 하지 않겠는가?
문득 책장을 넘기던 시절 눈시울 적시던 노랫말이 떠오른다.
하늘엔 조각구름 무정한 세월이여
꽃잎이 떨어지니 젊음도 곧 가겠지 ...
잊을수없는 시절 시절 시절 시절들
루 루 루 루 꽃이지네
루 루 루 루 젊음도 가네.. ㅎ ㅎ 그 가사도 기억이 잘 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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