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가는 길목 11월 중순 진양호엔 잃어버린 고향들이 있다.
을씨년스러운 회색빛 호반에 화사한 빛이 드리우면 오래전 수장된 어떤이들의 고향이 그리움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그 옛날 타관에 있는 자식들의 무탈과 입신양명을 빌던 동구밖 서낭당 느티나무도 꿈이되어 다시 살아난다.
집터를 빙빙돌던 물새는 물속으로 금방 잠수하지 못하고 모래톱을 일렬로 행진하다가 오랫만에 드러난
고향 정취에 취했는지 멈춰섰다.
강사면에 살짝 닿은 강물은 추억을 새롭게 하고 형체만 남은 집터 가장자리를 지키고 선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감나무의 고사목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그리움의 절정이 된다.
붉은 해 마져 회색빛 강물이 삼켜 구름바다로 변하는 진양호의 변방
그래서인지 강은 저토록 서럽게 보일까?
아 ! 그래도 억새는 죽지않고 살아 남아 이 가을 끄트머리 하얀 머리를 삼발로 풀었다.
한이 맺혀 있으리라.
정든 고향집이 물속에 잠기니 말이다.
11월의 진양호 언저리는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소박함도 사치가 된지 오래 그저 회색빛 그리움만 눈물처럼 둥둥 떠 간다.
등대가 되어버린 집터.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을 타작마당엔 관청의 감시선이 묶여 휴식하고 있다.
11월 진양호 변방엔 수채화 같은 가을풍광이 길손의 마음과 발목을 부여 잡아 눈물짓게 하는가?
30년도 더 된 그 해 겨울 얼어붙은 굵은 철선을 당겨 움직이는 나룻배를 타고 친구의 군대 친구가
장가가던날 우인이되어 이 강을 건넌적이 있었다.
살을 에이는 매서운 강바람이 배가 움직일때 마다 어찌나 철선이 우는지 소름이 돋았다.
까마득한 옛 이야기지만 마을 앞 복숭아밭 과 대밭 그리고 흙먼지 나는 동구밖길 강바람에 서럽도록 울던
나룻배의 철선만 기억이 난다.
오늘 호수를 건너는 고압전선의 전류 흐르는 소리가 수년전 그 친구 장가 가던날에
나룻배를 건너주던 굵은 철선이 강바람에 울던 그 소리를 닮았다.
그 후 소식 모르고 있었던 그 친군 수년전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로 갔단다.
사랑하는 가족들만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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