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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둘레길

길은 아름다운 만남도 주고

 
"길은 아름다운 만남도 주고"
 

 

우리는 태어나서 수많은 인연들을 만들며 산다.

험한 세상을 만나 산 오르듯 사는가 하면

이성을 만나  사랑을 배우다 가정을 꾸리며 새로운 인연도 만들어 간다.

그 중 배움의 터에서 만난 동창의 인연은 연인과의 만남보다 더 진하고 귀하지 않을까?

오늘 이 길에 벼릇끝 그 시오리길을 걸어다녔던 영현의 동문들이 아름다운 만남을 가졌다.<2008. 7. 13.>

  

 

모였다.

평택,서울,창원,거제,고성 그리고 진주등지에서 새벽길 힘차게 열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길위에서 우리가 만났다.

오늘은 똑같은 길을 갈것이다.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갖고 발자욱을 남기며 우족으로 우족으로 지리숲길을 걸을것이다.

인생의 깊이를 아우려 오신 아니 산의 내면에 깊이 터를 잡은 나이든 젊은 달빛선배님, 세상의 시선을 다 받을만한 자신감과 

열정으로 이 길에 선 경향 각지의 후배님들 매동마을은 그들이 뿜어내는 향으로 가득찬다    

 

 

허리를 삐걱하여 차량운행만 하겠다던 금진농원 아우도 버스를 타고 매동마을로 가고 

복장이 위태해 보여 안스러웠던 25회 청바지 후배들 모두가 바람이 되어 길을간다.

오랜 세월 산에서 긴 산길에서 터득한 달빛 선배님의 노하우는 베낭의 무게만큼 중량감이 있어 후배들의 기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하고 밀포드, 희말라야의 경험담과 방장 지리산에 반했던 시절과 설악의 치마자락이 아름다워 오르고 그리고

암장오르는 밧줄에 매달려 꼬박 밤을 보낸 이야기에 나이 많다고 릿지를 망설이는 필자를 당황케 무안하게 만든다.

간이 작음에...이럴땐 간이 소덕석(멍석)만 해야 하는데... 

 

 

 

길섶 세아름드리 나무는 선.후배의 정을 이어주며 트레일의 절정을 즐기게 하고

푸른 풍광에 풍덩 빠진 우리는 산길의 미학에 취한다.

자연주의,

바람과 숲과 흙, 그리고 사람이 대등해지는 산길,

우리는 오늘 순수 자연주의로 태어난다.

 

 

산길에서 만나는 옹달샘은 여름 밤하늘 은하수 건너 별이 떨어지는 소리다.

그리움에 밤새 뒤척이며 들리는 삼베 홑이불 소리다.

흘러 내려가 자갈 끝없이 굴리는 강물 소리다.

 

세상을 흥건히 적실 옹달샘에 타는 목젖을 적시고 얼마후 나미사 후배가 필자에게 한소리한다.

선배님은 "산을 줄창 타시면서 어째 배만 나왔는공"

이런 사무실 김주임과 같은 소리를 하는게 아닌가?  

 

 

그러자 달빛선배님의 배넣기 산길 요가가 시작 되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저 동작을 200회씩 반복하여 2개월만 계속하면 뱃살은 완전히 제거 된다는 말에 모두들 시연을 하고

그기다가 남자 후배들에겐 덤으로 단전호흡의 동작도 보여줘 오늘 이 길에 선 사람들은 모두 "횡재"를 한 셈이다.

나도 2개월후엔 룰루 랄라를 부를수 있을까?

그래도 금진후배가 낫다 나이가 들면 배가 조금 나와야 인격이...ㅎ ㅎ

 

 

 

지리 도라지도 만나고 천왕을 향해 내달리는 산줄기엔 오늘도 어김없이 운무가 핀다.

어느 월간지에 어떤이가 이렇게 �다.

산이 몸이라면 강은 몸짓이고 산이 손이라면 강은 손뼉이며 산이 구름이라면 강은 비라고 적었다.

산은 대지의 들숨이고 강은 대지의 날숨이라고...

그러나 몸짓도 손뼉도 날숨인 강(江)도 결국은 산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강으로 가는 몸부림이 심했던 그 곳엔 수억원의 사방댐 공사가 있었다.

 

 

 

등구재로 가는 하황마을 위 논들이 딸린길을 가면서 달빛 선배님은 희말라야 고산 트레킹을 추억한다.

길은 마을과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인연의 끈임을 세삼 확인하면서 말이다.

따라서 이 길은 더 없이 평화로운 우리 추억의 길 그 자체가 아닐까?

 

 

 

 

어떤 동행이 이 보다 아름다울수가 있을까?

그 어떤 만남이 이 보다 더 행복해질수 있을까?

엉키고 설킨 삶도 이 순간만은 털어내며 사랑할수 있지 않을까?

중첩만장의 산마루가 점입가경의 비경이 무념으로 길을가는 이들의 아름다움에 비하지는 못할것이다.

이제부터 이 길엔 이 토록 아름다운 사람들의 발길이 천년만년 이어져 갈것이다. 

 

 

우리네 삶도 굽돌아 가듯 지리산길도 이렇게 빙 둘러간다.

 

 

 

 

 

사방천지에 녹색의 물결만 있다.

하늘을 물들일듯 마루금의 녹색도 하늘과 닿아 씨름을 한다.

눈앞에 보이는 푸른 들판과 마을 이곳이 바로 우리네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먹거리의 터요 생명의 장이 아닐련지...

 

 

 

어머니 같은 그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담소를 나누며 휴식한다.

산릉도 계단식 논배미도 모두 푸른빛이 꿈틀거리고 딜빛 선배님의 모습도 싱그러운 푸른빛으로 빛나 모두에게 상쾌함을 준다.

아직도 길은 아득하지만 우리 함께 있어 긴 길이지만 도무지 지루하지가 않다.

여름 복판 푸른 이길은 아름다운 만남을 주선해줘 좋은 인연의 길이되고 마음 가벼운 동행이 된다.

 

 

 

 

산길 걷는 깊이를 너무 잘아는 선배님이다.

희말라야의 고산에서 밀포드의 트레킹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가볍게 했을 우리 잃어버린 아니 잊고 산 선배님의 하모니카 소리

가 뭉개구름이 되어 등구재를 넘어갈때 왠지 목젖이 울컥해 지는것은 왜일까?

저 소리 훗날 갈 남극 탐험때 끝간데 없는 설원에서 "금태산 봉우리에 햇빛은 빛나도다."로 시작하는 우리의 교가를 한번 연주

해 주었으면... 여름빛 뛰어난 등구재 쉼터에서 나란히 앉은 선.후배들의 모습이 보석이다.  

 

 

 

 

다시 노부부가 소일꺼리로 운영하는 간이 주막에 도착해 물통에 떠내려와 담긴 가재를 보고 이곳 천년 옥천샘은 1급수임이

다시 한번 입증 되었다. 험난한 세월 무던히 버티며 수백년을 살아오고 살아갈 마을 수호신인 다섯 아름드리도 넘는 정자나무

숲에서 다시 한번 선배님의 하모니카 소리는 칠선계곡을 올라 천왕봉으로 가려는지 목이 메인다.

우두둑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이를 예상한건지 필자를 제한 나머지 동문들은 모두 비닐 비옷과 우산을 준비해 지나가는 소나기를 피할수 있었다.

    

 

 

 

길을 즐기다 멈춰선다.

늦은 점심을 들기위해 아직 간판도 없는 주막을 들어섰다.

2주전 비오던날 이 길을 걷다가 슬그머니 큰 파전을 건네주던 인심에 반해 보리밥과 동동주를 여기서 먹기로 예약하고

매동마을에서 여기까지 선.후배가 도란도란 걸어 이제사 도착했다.

가뭄에 소나기 그립듯 그 집사람들과 이웃사람들은 사람을 반길줄 알아 기분이 좋았다.

 

 

시작은 곧 마침을 가져다 주고 그 마침은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을 예고라도 하듯 의탄교 너머 서암정사와 벽송사로 가는 산길이

글쓴이의 눈에 다가온다. 맑은 엄천강에 발을 담구며 생각을 해 본다. 역시 길이 우리 삶이고 그 길은 산으로 이어지니 사람은

홀로 태어나 홀로 산으로 돌아가니 산은 늘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게 아닐까? 

내일이면 오늘 우리들 만남은 짠한 추억이 될것이다.

비록 다시 헤어져 가지만 늘 안녕을 비는 따뜻한 마음 간직하고 계시다가 불현듯 오늘처럼 서로가 그립거던 다시 의탄교 너머 

저 산길에 다시 서야하지 않을까? 

지리산길 1구간에 함께 해주신 선.후배님들께 큰 산 어머니의 품 지리산의 추억을 드린다.

    

 

 

 

 추신

반가움에 너무 보고픔에 기쁨에 흥분되어 과음도 하여 혹 후배님들께 본의 아니게 주사가 있었다면 양해를 구합니다.

악의의 표현이 아니므로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참 오랫만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흥건히 취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