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느리게 오던 봄이 다시 겨울 끄트머리에서 발목을 잡힌것 같다. 그리운 지인이 사는 강원 영동에는 3월들어 이틀을 제하고 계속해서 눈이 내려 막말로 이제 흰색만 보아도 징그럽다고 했다. 어제밤 눈이 오지않기로 소문난 필자의 남도 산촌에도 약4cm의 눈이내려 마당 귀퉁이 빠알간 꽃봉우리에 노란 꽃잎을 드러내며 봄을 알리던 동백이 雪冬栢이 되고 말았다. 이번 주 쯤 만개될 예정인 광양 매화마을과 구례 산수유마을에도 때 아닌 눈이내려 못다핀 꽃망울들은 어떻게 될까? 한양에서 요녀석들이 그리워 보려온다는 누이들의 실망스런 얼굴이 안스럽게 느껴진다.
연일 계속되는 전국의 눈.비에 비닐하우스 재배농들은 햇볕이 들지않아 호박이며 딸기 오이등 작물이 결실을 맺지못해 시름에 잠겨 있어니 기상마져도 우리네 일상을 더 지치게 해 덜 가진자들의 고충이 하늘에 닿을것만 같다. 수확이 많아야 서민들의 가계비가 덜 들텐데 걱정스런 나날이다.
경남도립공원 연화산에도 봄은 오고 있었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엄동이라서 그런지 길섶 푸른빛만 보아도 기분이 좋다. 기암봉림이 하늘을 찌를듯 높이 솟은 산은 아니지만 "버림"을 실천하는 도량 옥천사가 있어 연화산은 큰 산은 아니지만 산객들과 사색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들과 연인들이 솔숲길을 걷는 모습이 흔하게 보여 사색의 산이 아닐까?
청연암 뒤 능선엔 낙락장송이 고찰의 찬연함을 빛나게 하고 만고풍상들을 이겨내며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숲도 정겹다.
억만년의 세월을 붉은빛으로 발하는 노송의 침묵은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마져 잠재우니 연화산의 어느것 하나 예사롭지 않아 한여름날 계곡을 따라 걸어 오르면 무릉도원이 여기다.
느지 삼거리에서 연화1봉을 오르는 오름길은 작은 인내를 갖게하므로 쉬면서 살아온 어제를 잠시 생각할 여유를 가질수 있다.
절경지는 아니지만 머잖아 만나게 될 야생화의 자태에서 고고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가끔 세상 인연을 훌훌 벗어 던지고 가볍게 살아가는 연습을 이곳을 오면 해 봄직도 하니 온갖 속세의 탐욕을 지니고 살건만 아직 양심은 살아 있는것일까?
연화1봉의 이름표가 몇번이나 바뀐것일까?
엄동을 견딘 솔숲이 보석처럼 살아나고 있다. 울울창창하다. 골바람은 솔가지마다 칠현금소리를 내게한다. 마주보이는 남산봉의 능선도 후덕하게 보여 오늘 산객의 마음이 편하다.
원시의 이끼가 봄을 향한다. 백년도 훌쩍 넘겻을 은행나무가 백연암을 지키는 모습은 고찰이 아니면 볼수가 없는 풍경이다. 아직 동안거에 잠긴건지 암자는 고요하다 못해 무섭다.
백연암의 은행나무
백연암
노송과 전나무 숲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 옥천사 비록 지금은 쌍계사의 말사지만 한때는 승려 3-400명이 수도하던 대찰이다.
자방루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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