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산사산행

풍경소리도 비에젖는 천은사길

 

풍경소리도 비에젖는 고즈녁한 천은사

2010. 6. 27. 

 

  

 

아쉽다.

너무 아쉽다.

울었다.

정말 소리내지 않고 울었다.

그들도 울고 나도 울고 대한민국이 울고 그리고 하늘도 울었다.

 

온 국민이 그토록 소원했던 8강이 좌절 되던날,

대다수의 국민들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그라운드에서 서럽게 우는 선수들과 같이 굵은 눈물이

두볼을 타고 내렸으리라.  더 서러운것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영광스러운 대표팀을 떠나는 노장들의

사연이 가슴을 아리게한다. 대한민국의 아니 아시아의 심장 박지성, 후배들을 위해 묵묵히 벤치를 지키며

선수들을 격려했던 반지의 제왕 안정환 영원한 거미손 이운재, 한번의 실수로 가슴아파할 진공청소기 김남일,

그리고 누가 뭐래도 이번 월드컵에서 적토마로 쉴새없이 내달린 초롱이 이영표와 차미네이트 차두리,

그들 노장들이 있었기에 대표팀도 국민도 모두가 행복했다.

 

그들 스스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생애 마지막 월드컵임을 알기에 더 열심히 뛰었고 그라운드에서 지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달리고 싶었다.

정말 우리는 강했다.

비록 8강의 문턱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에게 1-2로 아깝게 석패했지만 주눅들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 

태극전사들의 혈투에 찬사를 보낸다.    

  

 지리산 노고단의 운해가 보고 싶었다.

산 그리메에 겹겹 파고드는 운해를 보면 8강의 아쉬움이 조금은 치유될거라 상상하며 차를 몰았다.

숨가쁘게 재를 넘어가자 한치앞도 내다 볼수없게 안개가 세상을 덮고있다.

노고단 오르기를 포기하고 아슬아슬하게 굽은 비알길을 따라 천년고찰 천은사에 닿았다.

언제 보아도 필자를 압도하는 고색찬연한 일주문의 위용, 그리고 푸른 솔숲의 정연함에 고즈녁한 천은사길은 

바람도 그 고요함에 쉬었다 간다.

    

 

온통 초록물결이 인다.

비 그친뒤 지리산자락에 안긴 천은사로 가는길은 고즈녁해 시간마져 멈추고 

간간히 들려오는 인기척만 아니면 나는 절해고도에 유배된 착각에 빠져든다.

감로수로 목을 축인후 잠시지만 속세를 밀어내고 산문의 계단을 올라 번잡한 일상을 놓은후

하늘을 보니 산등성이에 걸린 운해가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