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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現場 속으로

잊혀져가는 우리의 들소리(농요)

 

우리의 들소리를 찾아서  

대한민국 민속음악 대축제

2010년 6월 20일 경남 고성농요공연장

 

 

 

 

2010. 6. 20수령 250여년이 된 이 마을 (경남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 소재)

오정자나무 아래 수많은 사람들로 왁자하게 시끄럽다.

이어 장중한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 

 

둥그레 당실 둥그레 당실 너도 당실 

연자머리도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가나 

한라산 허리에 시러미 익은 숭 만숭 

서귀포 해녀는 바당에 든숭 만숭 

 

제주야 한라산 고사리 맛도 좋고 

읍내야 축항끝 뱃놀리 듣기도 좋고 

 

성산포 일출봉 해 돋는 구경도 좋고 좋고 

읍내야 사라봉 해 지는 구경도 좋고 좋고 

중략

 

오뉴월 가뭄에 가는비 온듯만듯 

서귀포 칠십리 파도가 인듯 남듯

 

중략

 

망망대해에 범선이 뜬둥 만둥 

백구의 날개가 바당에 잠길듯 만듯 

바다 건너 먼 제주의 들노래중 오돌또기 공연 소리다.

 

  

 ▲ 물허벅(물동이)을 치며 위 가락을 부르는 제주 들노래 오돌또기 공연 모습(2010. 6. 20.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   

 

 애절한 들노래가 조용한 마을을 천천히 적시고 있다. 

 농사일의 고단함, 시집살이의 애환등

 예전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보리고개를 수없이 넘기신  

 울 아버지 어머니들의 아린 삶들이 오롯이 녹아 있는 가락,

 그것이 들노래 즉 농요農謠다.

 예전 필자는 동네 아낙들과 어머니로 부터 모찌기와 모심기를 할때 이 들노래를 많이 들었다.

 한때 어머니의 기억이 생생하실때 이 노래들을 녹음하고 싶었지만 이제 그 기회마져 놓쳤다.

 구순을 눈앞에 두셨으니 말하시는것 조차 고되실까봐 말조차 꺼낼수가 없다.   

   

 

▲ 수령 250여년 수고 30여미터 나무둘레 6미터의 거대한 오정자나무.

   매년 6월엔 경남고성농요보존회가 주최하고 고성군과 지역 언론단체 및 문화재 단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민속음악대축제가 열려 수많은 사람들을 보듬는다.

 

그늘을 넓게 펼쳐놓은 오정자나무가 있는 경남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 고성농요공연장엔 제25회 대한민국 민속음악 

대축제, 韓 中 민속음악 합동공연이 열렸다.

점차 사라져가는 각 지방의 농.민요를 채록 발굴하여 전수 및 공연하는 사단법인 고성농요보존회가 문화재청

한국문화보호재단. 고성군. KBS창원방송. 마산MBC. 부산경남KNN. 중요무형문화재총연합회.전국농요연합회의 

후원을 받아 해마다 이곳에서 화려한 경연을 펼쳐 잊혀져가는 우리 들소리의 향수에 잠시나마 젖는다.   

그 뜨거운 공연현장을 함께 가본다.     

  

 고성농요보존회의 도리깨 타작소리는 고산보다 더 넘기 어렵다는 보리고개(필자도 이 보리고개의 마지막세대)를

연상케 하는 들노래로 노래의 가사 자체가 한땀 야무지게 흘리며 보리타작 한마당을 하는 느낌을 준다.

 

어화, 어화

자 보리타작 한마당 합시다.

어-화 어-화 보리를 보고서 떼리라(때려라).

보리가, 이색(이삭)이 붙는다. 이색이 안붙거로, 심차게(힘차게)떼리조라(때려줘라)

뒤로 물러서고 보리가 나간다. 보리가 염방 나간다.

중략

어-화 어-화 궁딩이는(궁둥이)모우고 도리깨는 벌리라 뒤로 물러서고

어화 어화 목이 모리거든 주인한테 술주라고

많이 묵고서 심차게 떼리조라.

어화 어화 금년에도 보리농사 장우너이다. 어 화 어 화

자 한마당 했신께 술한잔 묵고 쉬가꼬 합시다.

 

 보리타작 공연이 끝나고 제주도 들소리가 울린다.

해녀춤과 물허벅이 함께 한 오돌또기 공연에서 예전 제주 아낙네들의 시름을 푸는 모습을 엿볼수 있었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잘도간다.

요낼저성 어디가리 짚은바당 어서나 가져

물로뱅뱅 돌아진섬에 먹으나 굶으나 물질을 허영

혼푼두푼 모은금전 서방님 술값에 다나간다.

생략 

솔솔가는건 소낭배여 잘잘가는건 촘낭배라

이어도 사나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해녀 노젖는소리가 눕는다.  

 

 방송사의 취재

사진작가들의 열띤 촬영

VJ들의 녹화

블로거 기자들의 취재 경쟁으로 농요공연장은 6월 햇살보다 더 뜨겁다.

 

 고성농요 전통 예술단(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4-가호)의 등지춤은 농사일의 고달픔과 시름을 표현하는 

극으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간의 화목과 농부아낙들의 자긍심을 대변한다.

지금은 사라진 농기구들이 선을 보여 필자도 타임머신을 타고 60-70년대로 돌아간다.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전해져온 세시풍속인 "북청사자놀음"을 여기서 만났다.

총2마당 9거리로 구성된 이 공연은 제1과장 길놀이를 시작으로 2과장 꺽쇠,양반, 3과장 애원성춤, 4과장 거사,

5과장 사당춤, 6과장 꼽추춤, 7과장 칼춤, 제8과장 넋두리춤이 관중들의 열렬한 갈채를 받았다.

 

 

 

 

 사자의 활기차고 기묘한 춤사위가 압권이며 양반이 사자를 데리고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잡귀와 재앙을 쫓고

가정의 화목과 안녕을 기원하며 미래의 꿈인 아이들을 사자등에 태우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모습은 우리 민족의

심성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문득 요즘 악플로 도배를 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심성을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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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어르신도 작년에 이곳에서 뵌적이 있다. 어느 단체 소속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것을 지키고 이것을

각박한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전수할려는 노력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늘 건강하게 계시다가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만나뵙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어르신 산 같이 건강하시다 다시 오십시요.

물론 첫번째 사진의 어르신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러마니 - 날 셍길세나 시어머니가 딸 셍길세나

셍기주소- 셍기주소- 딸캉겉이-만 생기주소 

청천물이- 숱겉으몬- 시압시로- 셍길긴데

청천물이- 술아닐랑- 시압시로- 몬셍깃소 

가랑잎이- 떡거트몬- 시어머니로- 셍길건데

중략 

비오다가 볕나는날 우러매로 본듯하고 

볕나다가 비오는날 시어매로 본듯하요.

 

울 어머니들의 고달픈 시집살이를 노래했다.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효도를 강조하며 순박한 우리네 여인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고성농요보존회의 물레노래,

예전 아랫방에서 누님과 길쌈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와 함께 구경 나온 낮선 이국인의 눈엔 우리 들노래와 공연이 어떤 모습과 감정으로 다가갔을까?   

     

 

 

 그 밖에 멀리 강원도 강릉에서 해마다 찾아오는 강릉농악 공연과 주최지인 고성농요보존회의 모찌기소리 모심기소리

논매기소리 또한 옛 시절로 데려가기에 충분하다.

특별공연으로 중국 강소성 금호현의 금호모내기 소리 공연단의 모내기 노래, 영치기조합, 농촌가락, 농촌영치기조합,

연상무 공연 역시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그 외 순창농요보존회의 모심기 논매기소리와 경북구미 발갱이 들소리는 무논에서 직접 모심기를 하며

생동감 있는 공연을 펼쳐 해마다 관람객들로 부터 각광을 받는다. 

 

 들노래는 가난을 멍에처럼 지고 이를 뼈저리게 극복해야 하는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주옥같은 시詩요

시집살이의 고단함과 그로 인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진솔한 일상의 이야기며  

이들의 눈물과 고통을 해학으로 푼 한편의 드라마다.

이제 동시대를 사셨던 분들이 차츰 사라져 이를 지키려는 분들의 노력이 물살을 힘겹게 거슬려 오르는 물고기의

휘어진 등 처럼 애닮게 느껴지는것은 이 모진 과정들을 순간만 지나면 창밖의 먼 풍경으로만 치부하는

우리네 일상 때문이 아닐까? 

해마다 6월이 되면 공룡의 나라 경남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 오정자나무 아래로 가면 포성보다 더 크게 

더 아프게 귓전을 적시는 우리의 가락 애절한 들노래가 사람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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