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에 사납게 몸부림치던 여름을 끌어안고 뒹굴던 가을은 무던한 불꽃을
몇번 지피더니 찬서리 서너번 맞고 엄동의 길목에서 배회하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것이 익숙해진 우리에게 "여유" 그 자체를 사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겠지만
막말로 자식들 공부 다시키고 그리고 결혼까지 시킨후 정년하여 그때 여유를 갖자고 하는데
허 ! 글쎄 그땐 사는것에 혹사당한 우리몸이 시원찮아 어디 길을 나서 볼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마음뿐이라는 지인의 말에 수긍이 간다.
내 삶을 가장 가까운 배우자나 가족이 대신 할수가 없다.
더욱이 건강은 더 그렇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배우자 보단 친구가 더 그립고 친구와 다니고 싶어진다.
라는 설이 說이 아닌 실제 상황으로 전개되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바쁜 일상이 몸에 밴 우리에게 여유란 늘 없다.
내 스스로 그것들을 만들지 않고서는 평생 우리가 바라는 여유는 단 한번도 없을것이다.
나는 오래전 부터 혼자서 길을 나서는게 익숙해져 있다.
필자와 절친한 와온 이라는 시집을 최근에 펴낸 시인 김경성은 이른 새벽
첫차에 몸을싣는 일처럼 마음 설레는것은 없다.
낮선곳에 첫발을 내디딜때의 그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라고 해
혼자 미지로 떠나는 필자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한것 같아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수많은 사진가들의 앵글에 담긴 전남 순천시 송광면 월산리 830.에 소재한
일일레져타운을 찾아가는 필자의 마음은 조급하다.
새벽 물안개에 떠 있는 출렁다리며 소류지안 작은섬의 정자.
그리고 못가에 아직도 머물고 있을 고요한 가을 끝자락등을 빨리 접하고 싶은 마음에
가는길이 너무 멀다.
가을은 후다닥 가버렸다.
주암호를 끼고 산기슭으로 난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한참 들어가자 막다른곳에
작은 소류지가 나오고 출렁다리가 보인다.
입소문과 사진가들이 온-라인에 도배하여 광고된 일일레져타운을 만났다.
세삼 온 -라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케하는 이곳은
전국의 사진작가들과 여행객들의 입소문과 사진들로 "저절로"광고가 된 곳중 하나다.
늦은 오후인데도 많은 사진가들과 사람들이 출렁다리에서 -
섬안 작은 정자에서 -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불꽃을 지피는 단풍나무 아래서 추억을 만든다.
입장료 3,000원이면 차를 마실수 있다.
특별할것도 없다.
산기슭을 도는 오솔길이 적막하고
고즈녁한 산속 작은 소류지에 주인의 기발한 아이디어(출렁다리& 시멘트지붕정자)가
단1초의 CF도 없이 전국의 여행객들을 부르는 명소가 된 것이다.
새벽녁 출렁다리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장면에 압도되어 먼길을 달려와
만족할만한 그림은 건지지 못하고 가지만 그래도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짧은 휴식이라도 줄수 있어 위안을 삼는다.
주변엔 주암호와 "참꼬막"으로 유명한 벌교가 지척이지만 돌아오는길
그 비싼 꼬막 사들고 와 삶았더니 ㅎ ㅎ 아직 알이 덜 차 속은 기분이다.
"알이 꽉차버렸어"하던 아줌마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사진 찍기에 너무 늦었어요.
서리 하얗게 내리는날이나 소복히 눈이 쌓이면 그림 좋아요.
그때 한번더 오세요.하는 주인 아저씨의 말을 뒤로하고 다시 오솔길에 접어 들었다.
주암호도 이미 겨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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