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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백무동 가을

 

 

 

백무동 가는 길에 만나는 고불암 산자락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내려앉았다.

백무동은 예전 전국의 무당들이 항상 붐비던 곳, 무당우두머리가 성모사를 받들고 있어

백명의 무당들이 진을 쳐 百巫洞이던 것이 지금의 百武洞으로 변하였다.

막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주차장 위 좌측 야영장에서 오르는 하동바위 방면 장터목산장을 

오르려다가 혹 계류에 홍엽이 더 멋질 것 같다는 동생 생각에 세석을 가기로 했다.

뱀사골과 마찬가지로 백무동 계곡에도 올해는 가슴 뛰게 할 단풍은 없었다.

첫나들이폭까지 간간히 단풍이 보이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 색감도 곱지 않고 군락도 흔치 않다. 

 

 

 

 

 

 

                  몇몇 화가들도 캔버스를 설치하긴 했지만 단풍풍광을 그리기를 포기한 듯 담소만 나누고

필자가 찍은 이 나무에 관심을 보이더니 붓을 들기 시작한다.

산객이야 단풍이 아름답던 없던 산을 만나는 게 중요한 거니까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지금은 사진을 하다 보니 풍광에 더 민감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어차피 막내와 나는 일탈을 위해 이 산길에 들어섰으니까.

 

 

 

 

 

                 예년에 비해 세석으로 가는 등로는 정말 잘 정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길은 인고의 언덕을 오르는 비장한 각오로 가지 않으면

지칠 수도 있어 마음을 다잡고 올라야 한다.

가내소 이후 오르막길은 한여름에는 정말 지겨운 산길이 아닐 수 없다.

세석에서 내려오는 일단의 산꾼들이 이 가파르고 억센 이 길이 언제쯤 끝나죠라고 묻는다.

피식 웃음이 났다. 이제 막 시작인 것을... 

2013, 백무동 단풍도 실망이다. 첫나들이폭 이후 단풍은 거의 말라 떨어져

을씨년스럽고 부는 바람에 후드득 눈발처럼 흩날리기 시작한다.

차라리 장터목 방면을 갔더라면 산정에 펼쳐진 단풍이라도 볼 수 있었을걸 후회가 된다.

오룡폭(오련폭이라고도 불렀다.)이 흐르는 계곡에도 단풍은 없다.

  

 

 

 

 

 

 

        아직도 한신계곡은 왜 통제구역이 되어 있는지 의문이고

계곡엔 수량도 적어 계곡옆 활엽수도 거의 이파리가 말라 고사목 같다.

 

 

 

가내소 시퍼런 물빛이 한기를 들게 한다.

 12년간 여기서 도를 닦고 있는 남정네가 있었다.

남정네가 도를 시험하기 위해 줄을 타고 건너고 있던 중 

지리 마고할멈의 셋째 딸이 나타나자  남정네는 이 여인의 미색에 빠져

그만 소로 떨어져 도인을 포기하고 내려가면서 "나는 가네"라고 한 것이

유래되어 가내소가 되었다는...

지리산 마고할멈이 시집을 가긴 갔던가?

   

 

 

 

 

 

 

 

 

 

 

단풍이야 있건 없건 산객들 쉬어가라고 쉼터의 의자들이 자리를 준다.

물 한 모금에 여유롭게 손바닥만 한 하늘도 한번 쳐다보고

머잖아 흰 눈 이 계곡을 덮을 생각에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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