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년해 초등학교 동기들끼리 제주도 여행중 한라산을 오르며 지리산 천왕봉을 꼭 한번 데려가 달라는
친구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늘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필자는 재취업후 휴가도 가지 못한 안타까움을
친구 내외들과 지리산 등정으로 올 여름 휴가를 대신 하기로 했다.
평화롭고 넉넉한 산 지리산, 그래서 방장산이라고도 불리는 이 산, 산을 그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꼭 오르고
싶은산, 그러나 지리산은 아무나 쉽게 오를수 있는 그런 녹록한 산은 결코 아니다.
오전8시33분 주차장에 도착하니 산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법계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자연학습원에 도착하니 08:47분 운동화를 신고 온 효열친구 내외가
걱정이지만 일단 법계사 아래 "로타리대피소"까지 가보기로 하고 등로에 접어든다.
상큼한 산내음이 코끝을 간지르고 평화롭고 넉넉한 어머니의 산속으로 들어 간다는것은 분명 신나는 일 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지만 꽤나 참아준다.
휴일이지만 궂은 날씨 때문인지 산객들이 적어 오붓한 산행길이어서 더욱 신바람이 난다.
간간이 우리를 마중 나온 다람쥐의 애교도 참 오랫만에 보는 풍광,
푸른숲과 희뿌연 안개 그리고 산속 고요를 깨는 계곡의 물소리, 지리산속으로 향하는 걸음이 가볍다.
성하의 지리산은 우렁찬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청아하고 낭랑하게 신비감과 은밀함이 존재하는
이땅 산중의 산이 아닐까?
친구들에게 당부했다.
우린 우족처럼 가자고 ...간간이 이슬비가 필자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만 궂은 날씨에 시작한 산행이라
비를 맞을 각오가 서자 두려움도 없다. 다행히 친구들 내외는 우산과 비옷을 준비한터라 십수년간
산길을 걸은 필자의 준비성 없는 산행이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10시51분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했다.
휴식과 중식을 동시에 해결하고 우중충한 날씨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모두들 천왕봉을 오르기로 해
걸망을 메고 일어섰다. 고산에 위치한 법계사는 중창을 끝내고 야무진 모습으로 내려다 본다.
하늘이 약간 열리고 구름안개 아래로 저멀리 남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호젓한 숲은 진하게 푸르지만 변덕스런 날씨는 다시 안개비로 산릉을 휘감고 돈다.
친구내외들은 기념 촬영을 하고 운동화에 나들이 복장이 염려가 되었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남한내륙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을 오르겠는가 싶어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오늘 오르는 이 길이 천왕봉을 오르는 등로중 가장 짧은 코스지만 정상에 도달 하는것이 그리 녹록한것은 아니다.
사실 지리산은 골짜기를 거슬려 오르는것도 좋지만 주능선을 걸으며 지리의 선경을 보는것이 압권이다.
무섭게 흐르는 세월앞에 1박2일의 종주산행은 겁이나는게 사실이지만 동행할 지기만 있다면 아마 바람처럼
성삼재를 시작으로 노고단 임걸령 반야봉옆을 지나 삼도봉,화개재.토끼봉 명선봉 형제봉 빠알간 우체통이 있는
벽소령,덕평봉 칠선봉 낙남정맥길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영신봉을 넘어 촛대봉 연하봉 장터목대피소에서 목을
축이고 살아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고사목이 있는 제석봉을 거쳐 통천문을 올라 최고봉 천왕으로 갈것이다.
천왕봉 아래 개선문에서 휴식을 잠시 취하고 다시 남강의 발원지 천왕샘을 가기전 참았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천왕봉에 닿았다.
난생 처음 오른 이들의 모습은 환희로 가득찼다.
비가내려 멋진 풍광을 연출해내는 주능선은 바라볼수 없지만 남한 내륙 최고봉을 오른 기분은
예전 필자가 처음 이곳을 오른 심정과 같지 않을까?
언제 다시 함께 할 시간이 다시 주어지면 친구들이여 우리 또 명산을 찾아 떠나자.
오늘 63세의 동갑내기들과 함께 한 이 산행은 필자 역시 오래도록 기억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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