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사는게 암울하고 힘겨운 일상도
볕드는 툇마루에 평화롭게 걸터 앉아 스르르 내려 놓을수 있는
고향집 같은 절집 선운사(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소재)는
사시사철 행락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곳 중 하나다.
산사의 모진 엄동 북풍한설로 움추려든 몸을 푸는 4월이면
선지피보다 더 붉은 동백을 보기위해 이곳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무더운 여름 녹음 짙은 도솔암 힐링길을 걷기위해 또 사람들이 오고,
9월 그 여름의 끝자락에는 이루지못한 사랑이 한이 되어
지천에 피는 꽃무릇의 장관에 넋을 빼앗긴다.
그리고 11월 예전 우리네 엄니와 누이들의 빨래터 같은 도솔천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여지면 전국의 사진가들과 산행객,여행객들이
그 가을의 끝을 잡고 목이 메인다.
눈 소복히 쌓인 겨울,연인의 손을 잡고 오르는 도솔천 담장길과
늙은 감나무가 힘겨운 짐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 서 있는
너른 마당에 들어서면 길손은 어느새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알게한다.
절정의 단풍기는 놓쳤지만 만인의 개울 도솔천이 있고
산사의 소년 수도승들에게 간식으로 공양되었던
나를 반기는 늙은 감나무가 오늘도 의연히 서 있어 행복했다.
(2013. 11. 10. 막내아우와 선운산 산행길에서 이 가을을 행복하게 담다.)
'☞ 테마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암사 가을 그리기 (2013) (0) | 2013.11.16 |
---|---|
백양사 만추 (2013) (0) | 2013.11.13 |
그 섬 욕지속으로 (0) | 2013.08.30 |
그 섬 욕지도 1박2일 라이딩 (0) | 2013.08.26 |
단종의 애환이 서린 청령포 (0) | 2013.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