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아득한 시절, 시집간 큰 아이가 아홉살쯤 되었을 가을,
가족들과 처음 백양사를 찾아가던 길손의 마음은 꼭 초등학교
수학여행일을 잡아놓고 밤을 세던 그런 기분이었다.
그땐 래왕하는 여행객들의 數 도 적어 주차 전쟁은 생각지도 않았으며,
고즈녁한 산사 분위기와 특히 입구 잘 생긴 장송들이 품어내는 솔향은
청량하기 그지 없어 아직도 그 내음을 잊을수가 없다.
지금은 자동차 매연으로 그 솔향을 맡을수가 없어니 안타까울 수 밖에...
고불총림 백암산 백양사의 단풍은 입구 신작로에서 시작되어 연못에 내려 앉고
다시 경내에 머물다가 정신없이 백암산으로 올라간다.
군중들 발소리를 듣고 우루루 몰려들던 갈겨니떼의 유희가 일품이었던
물반 고기반이었던 연못엔 아무리 눈을닦고 보아도 오늘은 물고기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후 산사 입구를 흥건히 적셔오는 온화 하면서도 깊은 선율이 귓가에 내려 앉아
길손은 그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빨리한다.
산사 음악회라도 열렸나 ....
천진한 아이같은 미소와 감미로운 통키타의 선율, 넉넉한 저음이
조화가 되어 깊어가는 산사의 가을을 더욱 익어가게 한다.
사랑의 나눔을 위한 무상 스님의 단독 콘서트장
현란한 무대와 반주기가 없어도 통키타에 노트북 반주기가 전부인
스님의 무대는 나무 판자 한장, 그러나 그 어떤 유명가수의 공연장이
이 보다 아름답고 품격이 있을까?
한참을 넋을 잃고 서 있다가 사진 한장을 조심스레 찍은후
미안한 마음에 스님의 노래가 수록된 CD한장을 구입할려고 뒷 호주머니를
만지자 헐 - 지갑을 매표하다가 차에 두고 내려 얼마나 황당 했던지...
아직도 스님의 "예스터 데이"의 중후한 음성이 생생 합니다.
언제 다시 가는날 꼭 지갑 챙겨 가겠습니다.
갈겨니떼는 없다. 마지막 열정을 다해 뿜어올린 단풍가지만 늘어져 있다.
반영이 아름다워 전국 진사들의 백양사 가을담기 포인트 인 쌍계루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이곳에도 말라버린 단풍 때문인지 작가들이 영 뜸하다.
그래도 먼곳에서 나 처럼 발품을 판 진사 몇분이 쌍계루를 열심히 담고 있어
필자도 삼각대를 세우고 몇컷 했는데 영 가을 그림이 안 나오네요.
다들 올해는 이구동성으로 단풍 명소들이 예년과 못하다고 하니 긴 가뭄탓인지...
필자는 대열에서 벗어나 장비를 챙겨 경내로 들어가기 위해 일어섰다.
경내로 들어서자 다향각 옆 단풍나무는 불붙듯 붉다.
백발의 노신사는 가는 세월에 이 가을이 더 아쉬운듯 한장의 추억을 담고
그 뒤로 이들의 모습을 신중히 담고 있는 진사의 폼이 일품이네
만추, 백양사는 온통 추색의 물결로 술렁인다.
너무 아름다워 보너스로 한장 더 올리고
수능대박을 위한 학부모들의 마음이 이 가을처럼 모두 영글어 갔으면 ...
역시 젊음은 언제나 발랄하고 아름다운것
이들의 포즈에서 근심 걱정은 찾아볼수가 없어 너무좋아
대웅전과 백암산을 배경으로 진사와 등산객의 가을담기 경쟁 또한 이곳의 볼거리다
수령 500년을 훌쩍 넘긴 대한민국 3대매화 고불매(紅梅)도 잘있어서 참 좋다.
춘삼월 설중매로 우리 다시 만나자.
다시 저기 문밖을 나서면 또 우리는 일상에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넉넉한 자유도 내가 살아 있어야 가능하고 바람처럼 휑하니 떠날수가 있다.
며칠 지나면 불현듯 역마살이 도져 이른 새벽부터 걸망을 메고
나는 또 다른 길위에 서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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