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룽쉐산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차마객잔의 밤은 설악산 서북주릉을 탐사하기 위해
백담사가 초입인 수렴동계곡을 올라 구곡담 봉정골을 지나 소청에 닿아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달빛에 침묵하고 서 있는 용아장릉을 처음 본 설레임이 바로 이 느낌이였다.
밤새 뒤척였다 낮에 본 옥룡설산의 위용과 깊이를 알수 없는 파란 하늘이 눈앞에 아련거렸다.
잠을 못잔다고 대표는 아침부터 한소리를 하더니 필자의 배낭을 빼앗듯이 메고는 길을 나선다.
아무리 잠을 못자도 배낭 정도는 얼마든지 맬수 있는데... 혼자 되뇌이며
차마객잔을 뒤로하고 그리고 걸음도 적절히 조절하며 마방도 없는 이 길을 다시 걷는다.
차마객잔을 떠나기 전
잠을 한잠도 못잤으니 어께는 쳐지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여전히 위룽쉐산은 우측 어께에 걸쳐져 그 자태를 뽐내고 있고 정상 부근은 여전히 구름이 살짝 가려져
수줍은듯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떤날은 지리산 둘레길도 버거운적이 있어 자신에게 화를 낸적도 있는데
이국의 낮선 고도의 이 길을 얕잡아 보아서야 되겠는가?
울림도 전혀없다, 협곡의 급류소리 마져 너무 멀어 들리지 않는 하늘을 내려 앉히는 이 길
여기는 마방의 길이였던 차마고도다.
필자의 배낭까지 짊어진 우리 일행중 최고령인 백관실대표
대한민국1% 유일한 토종 우리 밀 "진주토종앉은뱅이밀"을 지켜낸 장인이다.
까무짭짭한 피부에 모습까지 우리와 닮은 원주민의 아이는 일행들이 지나가도 눈길한번 주지 않고
그냥 서서 졸고 있다.
마당에 늘어진 빨래줄이며 가축우리 그리고 건초더미 모두 낮익은 우리 농촌의 풍경이다.
옛 마방들이 차와 곡식을 싣고 지나간 흔적은 여기저기에 있을텐데 세계각국의 트레커들로
길은 더 넓어지고 그들의 흔적은 차츰 사라져 가지 않을까?
넉넉하고 편안한 풍경, 우리네 산촌과 다를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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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우리엔 아무것도 없다. 방목하려 내 보낸건지 마른 옥수수 건초더미가 정겹다.
1급 발암물질인 스레트 지붕, 70년대 우리도 새마을 사업하면서 농촌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모두 스레트로 단장했다. 그때는 그 누구도 스레트가 발암물질인줄 몰랐으니...
심지어 당시에는 스레트에 삼겹살도 구워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기가 찰 일이다.
차마객잔에 여장을 풀고 밤하늘을 쳐다보니 몽골 초원의 밤 하늘처럼 별이 밝고 많았다.
난생 처음보는 밤 하늘처럼 새로운 세계인양 눈이 시리도록 별을세며 아직은 건강한 삶에 행복했다
전부가 바윗덩어리인 저 산은 분명 능선도 쉽게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처럼 트레커들의 발걸음도 허락하지 않았을 여기도 분명 신들의 산이라 이들은 여겼으리라
대륙이 품은 저 웅장한 대자연 그리고 야생의 비경
더 거친곳을 가게하는 그리고 또 하나의 도전 정신을 배우는 곳이 여기가 아닐까?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메리설산도 안나푸르나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다.
마치 구름위를 떠 가듯 우리는 그렇게 목적지를 향해 가고있다.
척박한 땅이라 더욱 질긴 삶을 이들은 살았을 것이다.
욕심도 경쟁도 없었으니 고난의 긴 여정도 이들에겐 행복 그 자체 였을것이다.
마방들의 휘파람 소리도 사라진 이 길은 트레커들의 움직임으로 예전보다 더 부산해 졌는지도 모른다.
길은 다시 좁아지고 천길 발아래 포말을 지으며 내달리는 중호도협의 물살은
푸진 삶을 살게하는 원천이 되었으리라
캉첸중가 히말의 위용같은 옥룡설산은 이틀내내 우리와 함께간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로 뉴질랜드 남섬 서넘쪽의 피요르도랜드 국립공원의
밀포드라고 말하지만 여기 호도협의 산길 역시 남성미를 풍기는 중후한 산길이며
각국 트레커들의 트레킹 명소로 터 잡은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저 멀리 산 중턱에서 하얀 물줄기를 아래로 내려보내는 저곳이 아마 관음폭인듯...
길은 다시 아슬하게 굽돌아 간다.
돌아와 생각해보니 약간의 고통은 있었지만 더 많이 눈에 카메라에 담지 못한것이 너무나 아쉽다.
다음엔 메리설산쪽 구간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 구간은 다시 오지않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오도재보다 더 휘돌아가는 길
트레커들과 관광객 편의를 위해 야생의 이곳이 차츰 개발에 훼손되어 간다.
길 위에서 만난 원주민
언어는 불통이지만 몸짓과 눈빛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수가 있다.
보리가 벌써 익어 한단씩 묶어져 햇빛에 말리고 있는 풍경은
7-80년대 우리 농촌의 모습이다.
우리는 급속도의 기계화로 정감있는 이런 풍광은 도저히 찾을수가 없다.
중도객잔에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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