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신안면 둔철산(811.7m)
지리산 자락 끝 웅석봉의 동쪽 금정폭포가 산골을 울리는 둔철산은 산청의 진산이다.
둔철산은 이웃의 거대한 산 지리산에 묻혀 세인들에게 각광을 받지못하다가 근래엔 인근 산꾼들
의 가족 산행지로 혹은 주말 산행지로 완전히 그 터를 잡았다. 684봉까지 계곡을 끼고가는 산행
길은 여름 산행지로 만족하고 정상에 서면 뛰어난 조망이 일품이다. 특히 웅석봉 넘어 천왕봉
조망이 압권이다.
졸자는 2003. 9. 10. 연휴첫날 경호강이 조망되는 둔철산을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3번국도를 따라 스머프 집같이 생긴 홍화원 휴게소를 지나 웅석봉이 있는 어천계곡으로 가는
나들목을 나와 우회전하여 심거마을로 들어갔다. 입구엔 등산객 차량은 더 이상 진입하지 말라는
입간판이 서있어 의아해 했더니 마을엔 주차할 공간이 없다. 10여가구도 안될 작은 마을 오래된
느티나무 한그루가 그래도 마을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좁은 시멘트길을 따라 가면서 마침 논에
일하려 가기위해 나오는분 에게 등산로를 물어니 이 길따라 가라며 친절하게 가르켜준다.
밤나무단지에 이르자 철조망이 쳐저있고 출입을 삼가한다는 글이 붙어있다. 좌측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르니 계곡물소리가 기분을 좋게하더니 쭉 뻗은 솔숲이 사람을 반긴다.
형형색색의 리본이 사람발길 쉼없이 이어짐을 알려주어 단독산행길 외롭지 않다. 한 10여분을
올라가니 좌측 계곡에 물소리가 요란해 가보니 넙적한 바위가 맑은물을 받아 내려보내는 아름다
운 계곡이다. 그냥 갈수없어 손도 담그고 잠시 묵상에 잠기다가 정상을 향해 일어섰다.
맑은계곡이 이어진다. 계곡에 놓인 돌무지를 지나 밧줄 쳐진곳을 따라 오르니 숲길이다. 좌측에 있던 계곡은 어느새 우측에서 물소리를 내고 갈림길 지나니 큰바위가 계곡물소리를 받아 바위속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착각에 빠진다. 이어 5-6분 오르니 우측 금정폭포를 만났다. 어느 잡지에는 이 금정폭포를 40여미터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라고 되어 있지만 졸자가 갸늠하기는 15-20미터 될려나 아무튼 둔철산에 이런 거대한 폭포가 있는것만 해도 보기좋고 기분좋은 일이 아닌가. 수량이 적어 아쉬웠지만 태풍 지난후 3째날 졸자는 제대로 된 폭포를 찍을수 있었다.
실로 오랫만에 시원한 물줄기에서 끝없이 떨어지는 하얀포말을 보며 망중한에 잠겼다.
도저히 일어설수가 없는 풍광을 뒤로하고 가파른 길 조금 오르니 둥그스럼하고 널직한 바위가 졸자를 붙잡는다. 웅석봉이 산그늘을 드리고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아 이런 조망이 ... 졸자는 베낭을 풀고 옥류동 냉면집에 들려 안주인에게 얻어온 갓담근 김치와 밥.서팀장 집에서 가져온 소고기에 소주 반주하니 금새 신선이다. 옥류동 냉면집 김치 제대로 담궈져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평소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졸자도 반포기는 먹었다.
사방을 조망하면서 넉넉한 식사를 하고 정상 능선을 향해 일어섰다.
정상부근에 서니 하얀 운무가 드리워진곳이 황매산이 아닐까 짐작되고 느닷없이 정상 좌측에서 마누라 찾아 수십번 부르는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골을 맴도는데 우측 능선 한켠에서 남자 여자의 음성이 들려오더니 졸자의 기침소리에 이내 조용하다.
정상 좌측능선에서 애타게 부르던 남자의 목소리는 외송마을쪽 으로 내려가면서도 계속된다. "누구엄마. 오데있노오오오. 경호강 일대가 한손에 잡힐듯 펼쳐진다.
마사토 같은 능선을 따라 가니 큰 바위 봉우리 사이로 성곽처럼 작은돌을 쌓아놓은 봉우리를 올려다 보면서 옛산성인가 의심하며 내려선다.
조망과 산수에 취하여 시간이 많이 흐른줄도 모르고 시계를 보니 오후 6시가 다 되어간다. 초행길인데 긴장하지 않아 급하게 되었다. 정확한 하산길을 모르는 졸자는 군데군데 리본을 따라 빠른걸음 으로 하산길을 재촉한다. 823봉 못미쳐 안부에서 오른쪽 리본을 따라 내달린다. 나혼자라는 생각에 어둠이 금방 오는것 같다. 개짓는 소리도 물소리도 한참을 내려와도 들리지 않는다. 혹 잘못가고 있는것은 아닌가. 갑자기 두려움도 생긴다.
조바심하며 내려오니 물소리가 들리고 이내 초입에 폼나게 서있던 솔숲을 만났다.
원점회귀 산행이 된것이다. 다시 밤나무단지를 지나 내려오니 심거마을 촌가 덩치큰 개한마리가 낮선 이방인을 보고 짖는다. 느티나무 밑 부부장승은 가을사랑을 노래하고 바위 휘감은 담장이 잎이 홍조를 띠며 가을로 부지런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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